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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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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ㅡ 손홍규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게 돌이켜보는 건 , 그이를 상실할 줄 몰랐기 때문에 무심코 떠나보내던 순간의 자신이었다 . 갔다 올게 하는 목소리에 응 하고 무심히 대답했던 자신에게 왜 그때 직접 배웅을 해주지 않았는지 , 손 한 번 잡아보지 않았는지 , 미소를 지어보이지 않았는지 ,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주지 않았는지 , 그토록 사소하기 짝이 없는 행위를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하지 않았는지를 무섭게 따져보기 마련이었다 . 청년의 마음속에서는 이런 후회가 잡초처럼 자라나 무성했을 테고 마음에 드리워진 빽빽한 그늘이 빠져나와 주위에 그림자로 드리워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
(본문 57 , 58 쪽 ㅡ손홍규 ,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ㅡ 
그들은 청년이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 청년이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 사랑에 실패하고 원한을 품었던 , 살아보기도 전에 이미 세상에 절망해버렸던 그 청년은 그들의 내부에서 그들과 함게 늙었다 . 그들은 깨달았다 . 자기 내부를 헤매는 이 불길한 청년과 때때로 조우하며 수십 년을 살아왔음을 . 청년과 그들은 헤어진 게 아니라 함께 거주하며 서로를 증오하고 힐난하고 할퀴면서 수십 년을 견뎌왔음을 . 
(본문 64 쪽 )

노인은 손가락을 들어 자기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 여기가 다르지 .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은 유예 기간을 겪어야만 진정한 슬픔에 이르게 되지 . 상실한 사람의 부재를 거듭 느끼면서 ㅡ 먹을 사람은 없는데 자기도 모르게 밥상 위에 수저 한 벌을 올려놓았다가 혹은 방구석에서 그이의 유품임이 분명한 잡동사니를 발견했을 때처럼 최초의 상실 이후에 되풀이해서 똑같은 상실을 겪어야 한다는 걸 , 한 번 상실하게 되면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는 걸 깨달으면서 점점 더 깊은 슬픔에 이르게 되니 말일세 . 단순하고 우둔한 사람에게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네 . 깊은 슬픔은 단번에 그냥 주어지지 않아 . 그것은 오히려 고통을 겪는 사람이 획득해야만 하는 것과 같다네 . 나도 그렇고 자네들도 그렇고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입으로만 곡을 했지 어디 진짜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려본 적 있던가 .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두 눈가에서 용암처럼 눈물이 흘러나와 귓속에 고이지 않던가 .
...... 그 아이는 말이야 , 지금 상을 치르는 사람 같지가 않았어 .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상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곱씹으며 노를 젓다가 지금 막 깊은 슬픔의 기슭에 닿은 사공처럼 노를 내려놓았지 . 아이는 단번에 깊은 슬픔에 이른 거야 . 무언가를 상실한 순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버린 거지 . 아이의 두 눈에서 용암 같은 눈물이 흐르는 걸 자네들도 보았잖은가 . 저 탁자 앞에 앉은 채로 수십 년을 살아버렸어 .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발버둥하다 겨우 알게 된 것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는 저기 앉은 채로 알아버렸어 . 
...... 아우님들 , 저녁이라네 . 밤의 정강이라고도 할 수 있지 . 여기 적당히 어둡고 캄캄한 밤의 슬하에서 불 밝힌 주점에 어울려 앉아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자네들이 있어 기쁘다네 . 먼 훗날 그 아이가 돌아오면 우리가 되어 여기 이렇게 앉아 술잔에 술을 따르겠지 . 어쩌면 이미 돌아와 우리 사이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네 . 그 말을 하고 노인은 실수인 것처럼 고개를 돌려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
(본문 65 , 66 쪽 )
그의 감정도 언제나 합금이었다 . 순수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 그는 살아야 했고 어떤 감정이 엄습하면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감정을 쥐어짜낸 뒤 엄습하는 감정을 방어했다 . 그런 과정에서 감정들은 뒤엉켜 하나가 되어 동시에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었고 이렇게 합금처럼 태어난 감정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말은 괴물일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그는 서서히 괴물이 되어갔다 .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 그리고 남들처럼 꿈을 꾸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는 순간이 왔다 .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을 지나니 어느 순간 꿈을 포기하기 위해 애쓰게 되어버렸다 . 
(본문 68 , 69 쪽 )

진짜 어머니의 손님이 왔는데도 그 손님이 너무나 허깨비 같아서 부주의하게 그 옆을 돌아가다가 손님의 어깨를 친 적도 있었다 . 분명히 살아 있는 손님인데 헛것이 눈에 보이는 거라 여겼다 . 어머니와 아내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면 둘 다 넋이 나간 사람 같았고 혹은 넋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그때의 아내는 어머니가 불러들인 손님 같았다 . 그들은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다가 알아버린 사람들 같았다 . 삶이란 본질적으로 비극이라는 사실을 . 
(본문 71 쪽 )

치매가 심해진 시어머니 앞에 앉아 넋두리를 풀어낸 적은 있어도 소소한 일상을 살아온 이력에 버무려 간식을 먹듯 나누어 먹을 사람이 그의 곁에는 없었다 . 그는 너무 외로웠기 떄문에 외롭다는 걸 잊어버렸고 그걸 잊어버렸기에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가 살아오면서 겪은 절망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 밤마다 감옥을 나서는 꿈을 꾸었다가 아침에 깨어나 감옥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쓸쓸해하는 종신형 죄수처럼 . 
(본문 100 , 101 쪽 )

그는 아들과 남편이 어떤 방식으로 다투었는지 , 아들이 한사코 제 아비와 달라지려 애쓸수록 사실은 얼마나 제 아비와 똑같아지는지 , 그래서 아들은 자신의 행동이 제 아비와 똑같다는 걸 꿈어도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 남편이 하던 것처럼 방문을 발로 차고 말은 하지 못한 채 씩씩대다가 집을 나가 버렸다고 고자질을 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아갔다 . 말을 마치자 더는 할 말이 없었는데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저 가슴 바닥에 수천만 톤이나 남아 있는 것 같아 서러워졌다 . 그는 많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에 견주면 모래밭에서 모래 한 알 골라낸 것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 . 해야 할 말이 까마득했고 그제야 조금은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는 조금 울었다 . 말 대신 눈물을 흘렸다 . 눈물 한 방울은 천 마디의 말에 버금갔다 . 눈물 두 방울은 십 년에 걸친 사연에 버금갔다 . 시어머니가 엉덩이를 끌며 그에게 다가왔다 . 악아 , 왜 우니 응 ? 울지 마라 악아 . 돈이 없니 ? ...... 이거 , 우리 며느리가 준 돈이야 . 우리 며느리가 나 맛난 거 사먹으라고 준 돈이야 . 우리 며느리 피 같은 돈이다 . 너 써라 . 울지 마라 .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야 . 울지 마라 , 악아 . 사람이 돈을 울려야지 돈이 사람을 울릴 수는 없는 거다 . 울면 못 써 . 니가 우니까 나도 울고 싶잖니 , 응 ? 시어머니는 방긋 웃었다 . 그는 혼란스러웠다 . 시어머니는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 같았다 .
(본문 103 쪽 )

그는 두려운 눈길로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 어머니 , 제가 누군지 아시는 거죠 ? 정신도 멀쩡하신 거죠 ?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시는 거죠 ? 지금 어디 계신지 아시는 거죠 ? 알기 때문에 결국 거기로 가신 거죠 ? 어머니 ...... 저도 데려가 주세요 . 어머니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요 . 여기서 얼마나 더 늙어야 해요 ?
(본문 104 쪽 )

사소한 일을 감당하지 못해 남편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 겨우 그것 때문에 이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 그가 정말로 외롭고 불안할 때 남편에게 기댈 수 없게 될까 봐 서글펐다 .  남편은 벽에 기대어 두다리를 쭉 뻗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남편의 두 손은 가슴팍에 얹혀 있었다 . 아직 그가 젊었던 어느 날 남편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허공에 대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 그는 깜짝 놀라 방구석으로 기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 남편은 보이지 않는 적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 같았다 . 한참을 그러더니 지금처럼 벽에 등을 기대며 스르르 주저앉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그는 남편 곁으로 다가가 서랍장 모서리에 부딪혀 까지고 피가나는 남편의 손등을 닦아주었다 . 잠든 남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 이른 아침 , 잠에서 깬 남편은 멍하니 앉았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 슬픈 꿈을 꾸었어 .
(본문 106 , 107 쪽 )

여자에게는 밥그릇도 국그릇도 수저도 단 한벌뿐이었다 . 먼 친척인 이 집으로 세 들어 온 뒤 시장에서 새로 구입한 것들이었다 . 거기에 밥을 푸고 국을 담고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하며 끼니를 때워 왔다 . 어쩌면 그것만이 유일하게 전적으로 여자에게 속한 것들이었다 . 여자는 남자가 깨끗히 비우고 간 그릇과 수저를 씻으며 눈물이 나오는 걸 주체하지 못했다 . 어쩌면 멀지 않은 날 그 남자와 첫날밤을 치르면서 느껴야 했던 혼란을 이미 그 순간에 느끼는 중인지도 몰랐다 . 여자만의 것이었던 그것들에 남자의 숨결이 지나가버렸고 이제 그것은 여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 남자가 손대고 입댄 그것들로 다시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란했다 .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 
(본문 111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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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01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비가 내렸는데, 그장소님 생각이 조금 났어요.
저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장소님은 비오는 날 좋아하셨던 것 같아서요.
오늘은 바람이 무척 세게 붑니다.
기분 좋은 일들 가득한 3월 보내세요.^^

[그장소] 2018-03-01 17:57   좋아요 1 | URL
2월이 설 연휴 때문에 더욱 짧게 느껴졌어요 . 비가 오고 날이 좀 더 춥게 느껴지는 하루네요 . 3월이라니 ..벌써 말이죠!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 건강한 날들 보내고 계신거죠? 저도 문득 문득 서니데이님 생각을 해요!^^

2018-03-01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3-01 18:09   좋아요 1 | URL
아... 파블! ㅎㅎㅎ 낼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서 고민 중예요 . 아마 안되겠지만요 .^^ 시원한 낙방을 즐기려면 신청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ㅎㅎㅎ

저도 1. 2월 독서 기록은 그닥이네요 . 책은 늘 읽는데 요즘은 자주 심드렁해요 . 뭐 슬럼프 같다고 느끼지만요 . 곧 벗어나겠죠? 서니데이님도 컨디션 별로 셨다니 어쩌나 싶네요 . 3월은 좀 맑음 이시길 기도해봅니다~^^

페크pek0501 2018-03-01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 분, 언젠가 큰 상을 받을 줄 알았어요. 어디 연재한 것을 묶은 책을 봤는데 참 글을 잘 쓰신다 싶었죠. 소품 같이 짧은 글도 산뜻하게 잘 쓰시더라고요.

[그장소] 2018-03-01 19:08   좋아요 1 | URL
이분 소설들이 읽는 맛이 있었어요 . 그래서 이번 수상에 반가웠는데 ..이 작가 님 ^^ 헌데 이번 단편은 좋은 문장은 많은데 확 와닿는 뭔가가 ...저는 찾기 어려웠어요 . 그게 단편의 한 면이려니 하지만요 . 그냥 현상을 보듯 읽어내려 가는 게 맞나 고민이 되던 소설였고요 . ^^
제가 넘 복잡하게 생각이 많았던 걸까요?

페크pek0501 2018-03-01 19:18   좋아요 1 | URL
저도 뭐뭐 문학상 탄 작품이 별로라고 생각한 적 많고 오히려 후보작이 괜찮은 적 많았어요. (좋은 소설이란 게 참 어려워 잘 모르겠어요.ㅋ)

[그장소] 2018-03-01 19:38   좋아요 1 | URL
그쵸~ 심사위원이 아니니 뭐랄순 없겠지만 , 아무리 애정하는 작가여도 느낌이 덜한 작품은 늘 있는 거 같아요 . 자선작이나 후보작이 더 좋을때.. 저도 그래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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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ㅡ 손홍규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기억을 걷는 사람들의 시간 

ㅡ 
그들은 청년이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 청년이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 사랑에 실패하고 원한을 품었던 , 살아보기도 전에 이미 세상에절망해버렸던 그 청년은 그들의 내부에서 그들과 함게 늙었다 . 그들은 깨달았다.자기 내부를 헤매는 이 불길한 청년과 때때로 조우하며 수십 년을 살아왔음을 . 청년과 그들은 헤어진 게 아니라 함께 거주하며 서로를 증오하고 힐난하고 할퀴면서 수십 년을 견뎌왔음을 . 
(본문 64 쪽 )


말 소리는 없고 흑백의 화면만이 느리게 돌아가는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 빛 바랜 주점의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훑는 , 시선처럼 감고 도는 필름을 보듯 왼쪽 팔에 상장을 단 청년이 울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지나가고 늙은 노인이 시커먼 구멍같은 입을 뻐끔대듯 움직이는 장면을 보면서 마치 내가 변사 辯士 처럼 풍경에 소리를 입히듯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 무채색이다 . 검고 회색이고 얼룩같은 흰색들이 점점이 벗어 놓은 옷처럼 걸터 앉은 화면의 그림자 뭉텅이에 소리를 나 혼자 입혀 낸다 . 

허깨비 같은 노인의 바람 빠진 무성음을 뒤로 한 시대가 , 한 가정이 천천히 주저 앉는다 . 삶의 터전이 버섯구름을 일으키며 황폐해지는 것만 같고 , 시간은 거꾸로 흘러 더는 날아갈 게 없는 탱화의 낡음처럼 쩍쩍 갈라지고 흩어지는 걸 천천히 지켜보는 심정으로 . 공기중으로 색들이 모두 날아갔다 . 나도 꿈을 꾼 듯 허망하다 . 누군가의 일생이 이토록 가볍고 하찮다니 ... 

반전도 없이 그나 그이나 남자나 여자의 시간이 척박한 생활터에서 과거로 갈마들어가는 걸 숨을 멈추고 지켜본다 . 어디도 새롭지 않은 낯익음이 바로 여기 지금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죽음과 늙음 , 시들음과 생생함으로 가면 갈 수록 남루한 인간의 낮은 곳을 이렇게 보여주는 구나 하면서 . 느낌만 아련하게 남고 서사는 한마디로 정리하지 못하는 단편 .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사나운 꿈을 꾼 것 같은 오후가 지나가고 있다 . 


그는 두려운 눈길로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 어머니 , 제가 누군지 아시는 거죠 ? 정신도 멀쩡하신 거죠 ?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시는 거죠 ? 지금 어디 계신지 아시는 거죠 ? 알기 때문에 결국 거기로 가신 거죠 ? 어머니 ...... 저도 데려가 주세요 . 어머니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요 . 여기서 얼마나 더 늙어야 해요 ?
(본문 104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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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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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ㅡ김애란

처음과 두번째 읽을때만해도 그저 인류의 언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쯤으로 읽었던 것 같다 . 거기서 더 확장해서 본것이 아마 이 별 (지구) 의 생성이나 소멸의 연대기이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 이 땅이 생성되고 지금까지 거친 문명의 역사가 사라졌으므로 이젠 부재한다고 해서 침묵의 지금은 미래가 되는셈이고 그것은 계속 진행형의 길에 있는 항로 , 여로가 아닐까 ...... 하루 씩 태어나고 하루씩 죽어가는 , 그런데 세번째인 이번엔 그야말로 화자와 나 ' 청(독)자의 입장에서만 그 얘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 단편이나 소설의 반복적 읽기가 주는 선물이랄지 계속 끝내지 못하는 저주의 고리랄지 , 천명같은 기분마저 느낀다면 오버리딩일까 ?
같이 있으나 결코 섞이지 않고 같은 말을 해도 이해의 언저리엔 닿지 않은채 혼자 빙빙 맴돌 뿐인 고독한 인간의 내면 속 아우성 .
한 나라 , 아니 한 공간에서 분명 같은 언어를 씀에도 '뭐라는 거니 ? 알아 듣게 말을 해 ' 라던가 . ' 이해가 안돼 ' , '너를 모르겠어 ' . 따위의 단절의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뱉고 사는지 . 그러므로 우리는 공통어를 가졌으나 개개인의 개별어를 가진 외계인들인 셈이고 그런 탓에 그 개별' 의 유일한 부족민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의 화자가 되고 만다면 ? 대화란 없어지고 빈 곳엔 침묵만이 덩그러니 놓일 것이다 .
소통이 없는 사회의 다른 표현을 이렇게 근사하게 우아하게 그리는 수도 있구나 . 처절해서 슬프고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 우리들을 저 박물관의 희귀종 개별인" 으로 서게 한 것이라면 ....... 그 것을 중앙이라고 쓰고 국가나 정부라고 부르는 단체가 주도하에 결속을 방지키 위해 장려코자 한다면 , 침묵의 미래는 지금의 현실에 도래해 있는 위험이 될 공산이 크지 않을까 . 해서 저마다 고독만을 혼자서 쓰게 문지르고 있는 것이라면 함께 " 라는 말이 사라지고 우리" 라는 말이 사라지고 점점 고독사하는 개인만 있는 곳이 된다면 . 그곳을 "소수언어박물관" 이라는 현판을 걸어 주어도 될 듯 하지 않은가 .
소통이 단절되어 가는 이 사회의 단면을 그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자 왜 , 이 단편의 진가를 이리도 몰랐나 싶기조차 하다 . 하지만 그건 필연 이었는지 모른다 . 지금이 최악의 상황으로 단절된 시점이기에 절감하고 있는 것이란 소리에 다름 아닌 까닭에 ......
나는 소중하지만 타인도 있을때의 나도 있고 그럴때의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애쓰는 면들에서 가치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 사람 본연의 욕망일거라는게 내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면 , 침묵의 미래가 더욱 깊어지기 전에 최선을 다해 소통할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야 말로 개별" 인으로서의 마지막 사명일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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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8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가 쌍방향 소통을 활발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현상의 이면을 살펴보면 완벽하진 않아요. 늘 보고 싶은 거만 보려는 성향이 강해져서 소통이 편한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반면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은 타자는 투명인간화가 됩니다.

[그장소] 2016-09-08 09:07   좋아요 0 | URL
투명인간은 이미 도처에 있잖아요~^^
편하게 보고싶은데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 고 말이죠!^^;

2016-09-08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9-08 11:23   좋아요 1 | URL
지금 저도 그래요 .이거 무슨 유행인가..ㅎㅎ저 말고도 은근 침체중인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가을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어요 . 손놓고 보내도 괜찮잖아요 ..이런 날들~~!! 건강 잘 챙기세요! 뭔가 하고 픈데 막상 몸까지 ( 마음은 되는데)안따라주면 안되니까 ..육체라도 잘 닦아놓자고요!^^
 
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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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가사 속에 나오는 소나무를 떠올리다니 , 이상한 노릇이다 .
소나무하면 꽤나 고상한 이미지이지만 그만큼 고생도 많은 나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철갑을 두른듯 바람 서리 견디고 홀로서 있어야기
에 그 감당해얄 고독이나 설움을 말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글 속에 아버지의 등에 비죽이 소나무가 솟았단 말에 아 , 저이
가 외롭고 고단한 게지 ...... 혼자 풍파를 견디며 살아왔는데 알아주는
이가 내도록 없네 , 하는 생각이 대번에 들었더랬다 .
아들은 이제 일을 좀 한다고 하는 척하려고 제법 애를 쓴다고 쓰는데
첫 일이라는게 그렇듯 먼 것엔 마음을 더 쏟고 가까운데 것은 가까운
나머지 소홀하기 쉽다는 만고의 진리를 어김없이 시연해 준다 . 그 몫
은 고스란히 가족의 것이 되어서 늘 거기있는 이가 짊어지기 마련이다
. 안타까운 것은 예전엔 아버지의 일이 그러했다면 ( 서비스 업이라 불
리던 이발사) 대게 감정을 처리하는 창구 역을 하던 인터넷의 역할이
이젠 주된 업무의 형식이 되면서 그마저도 하나의 일로 자리잡아 사람
이 죽으면 실재 장례절차를 진행하듯 인터넷 상의 기록 역시 그와 유사
한 방식으로 장례를 치루게 되는 것이 하나의 서비스 상조로 자리 매김
했다는 것일테다 . 남겨진 자료만 덩그러니 떠돌지 않도록 사후관리서
비스를 신청해두면 유고시 그 계정들도 모두 삭제처리가 되는데 그냥
단순하게 삭제되는 것만이 아니라 일일이 내용을 봐가며 인사를 할 곳
엔 메시지를 남기고 정리를 한다는 것이 그 장례의 절차 . 글의 주인공
이 하는 일이란 것이 바로 그 인터넷계정 장례상조서비스업이라고 .
아버진 늘 잘 들어주라 ㅡ고 하셨다 . 하지만 오늘도 출근 전 아버지와
의 대화는 계속 두번이상 같은 말을 되물을 정도로 겉돌았고 짜증처럼
그래서 ? 뭐냐고 어쩌라는 거냐는 투의 답을 요구하는 말에 가까웠다
는 사실을 그는 정작 깨닫지 못하다가 출근을 해서야 고인의 기록을 보
며 정리작업을 하다 사장이 부재한걸 알게되고 평소 생활과 다른 모습
을 보이던 사장의 근황얘기에 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장맛비가
내리는 중에 집으로 향한다 . 그 동안 아버지에 별일이 없기를 바라면
서 말이다 . 제목의 습 濕 ㅡ은 한자로 습기 또는 병의 기운이 들어 차
는 모양을 나타내는걸로 보았다 . 아버지의 소나무는 아들 모르게 반
지하 골방에서 장마동안 습기와 장시간 머물며 우울한 날들을 보내는 
사람의 마음에 낀 솔이끼같은 같은 것이 아니었을지 ... 등골을 빼먹고 
자란 ... 어찌됐든 그곳엔 비 그치고 이곳엔 비 내리기를 바라며 이 7월 
의 열대야를 견디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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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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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면 자고 깨면 그만일텐데 , 단지 꿈이라 믿고 싶은 , 꿈이라고 치
고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나쁜 일 , 이 꿈에서 깨지 않아도 괜찮다고 주문
을 외가면서 ... 처음엔 함께 꾸는 악몽이다가 같이 노력해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다가 1년 365일이 세 번쯤 지나고
올거라 믿은 사람이 오지 않으면 빈자리는 뭐라도 아무거나 채우면 헛
헛한 마음을 달랠 임시의 것이다가 종내는 그 것이 원래의 자리인냥 차
지하고 말아버리는게 사람의 마음 .
함께일땐 위험해서 각자있기로 한건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는 것은 변함이 없는건지 유일하게 이어져 있는 아이라도 자주 찾아보
라 말하지만 남자는 남편들은 그마저 잘 지키지않기 일쑤 .
어촌 마을에 모텔에 일을 얻어 삼년을 객실치우기로 민박집에 셋 방하
나 얻어 매일 소주에 담배에 사발면으로 견디는 여자에게 집주인 아들
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며칠전부터 주인아저씨가 일 끝나고 밤 길에 뒤
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 빨리 걸으면 빨리 늦게 걸으면 늦게 ...무서워
뛰다시피 집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그날 주인집에선 아들을 드잡이하는
소리가 나고 , 사연없는 사람 없다지만 그 아들은 말은 않는건지 못하는
건지 입을 떼지 않는다 . 공부하는 동안 서울에 있다가 내려와선 입을
다물고 있다는데 , 매일같이 아버지되는 사람의 패악질과 고성에 동네
에선 이런저런 흉흉한 소문이 많다 . 그런 그 아들이 그녀에게 다가 든
건 둘다 말하는 것이 그저 너무 지치고 지겨워 아무 말 않고 싶다는 걸
알아본 까닭 . 그런 어느 날 남편이 모텔로 찾아 오고 행색이 아주 말이
아닌데 정신 마저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 가방하나를 꼭그러쥐고는 절
대 놓지 않는데 ...남편이 잠든사이 가방을 보니 피묻은 옷 . 빨래야해서
될 정도가 아닌지라 불태워 버리곤 또 보니 돈 , 많은 돈이 있다 . 뭘하다 ,
아니 어떤 돈 이길래 저 남편은 실성한 사람마냥 저리 된 걸까 ... 일 마
치고 돌아 오는 길 주인집 남자가 또 쫓아와 이번엔 빈 헛간 으로 그녈
끌고 들어가서 남편왔다며 아들하고 잔 년이 염치없다는 식의 말 끝에
덮치려고 한다 . 그때 누군가 들어와 목을 조르고 그는 쓰러 진다 .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인데  그녀가 쫓아가 왜그랬냐고 자기랑 도망가
살겠냐고 하면서 목조른 그물을 남편의 가방에 넣어 놓고 무슨 말에도 
웃기만 하는 반편이가 된 남편이 끌려가게 내버려둔다 . 그녀는 방을 빼
모텔의 곁방으로 옮기고 일하고 쉬는 시간엔 돈을 세는 낙으로 산다 .
돈 자체가 한바탕 흉한 꿈이라는 건지 . 그 모든 일이 흉한 꿈이란 건지
사납고 어지러운 하루 같아 그냥 흉몽인지 ... 그런 생각을 했다 .
어떤건 이해가 딱히 필요 없는 때가 있기도 한 거라고 ...이 이상 어떻게
더 엉망일수 있겠냐고 . 돈 까짓 세면 ...함부로 무서워 쓸수나 있고?
그러니 그냥 보는 것으로 지금은 그 상태에 만족하고 말아야 할 꿈 ㅡ
이겠지 . 불편한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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