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집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초저녁 ㅡ 김용택 

     산에서 내려온 아버지는 땀과 이슬에 젖은 옷을 벗어 강가 바위 위에다 얹어놓고 양손으로 강물을 찍어 가슴에 바르며 가만가만 강물로 걸어들어가 희미한 몸을 물속에 숨겼다가 다시 걸어나와 옷 속에 깃든 어스름을 털며 물결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듣는다 .

바위에서는 찬 이슬이 돋아나고
어머니는 처마 밑에서 강까지
희미한 길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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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사뼈

어둠이 오면 잔물결들은
살얼음이 되어 강을 단단히 조인다 .
처마 밑으로 싸락눈이 들이친다 .
목숨을 매단다 . 옥수수야 ,
씨앗들은 모든 걸 바람에게 주고
스스로 고립한다 .
고립 속에는 수분이 없다 .
빈곤이 단 것은 곶감뿐이다 .
살얼음 주름에 싸락눈이 모여들어 강이 희미해졌다 .
갈라진 발뒤꿈치 틈으로 외풍이 찾아드는지
어머니의 발이 자꾸 아랫목 콩자루 밑을 찾는다 .
굳은살 박인 아버지의 복사뼈 절반이 밖으로 밀려났다 .
산이 눈을 감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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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집 - 울고 들어온 너에게 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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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발로 서는 새들을 말하던 단편을 최근 읽었는데 , 언니의 폐경 속
동생이 만나게되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가 꼭 위태하기가 새같아
저런 느낌였지 . 또 , 박민규 소설 속 그렇습니까 , 기린입니다 . 에서
실종된 아버지의 모습도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외 발의 조류같은 이
미지 . 시 속에 아버지는 물 새도 아닌데 스윽 물수제비만 뜨고 그림
자는 거기 놓고 나오는 냥 가뿐해 뵌다 . 허깨비처럼 .
아내는 허깨비인줄 모르고 우렁각시마냥 부엌에서 밥짓는 연기로
시장기를 부른다 . 어서 돌아오라 . 그렇게 .
산이 얼마나 깊은 곳일까 . 인적은 얼마나 없는 곳일까 . 눈 앞에 있
는 듯이 정경을 보는 듯 , 꿈을 꾸는 중이다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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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책 인증샷 이벤트 출판사가 ‘창비’던데 이번에 그장소님이 응모하면 당첨 100퍼입니다. ^^

[그장소] 2016-10-05 11:22   좋아요 0 | URL
아 ~핫 정말요? 찾아봐야겠네요!^^ 저는 이벤트 정보는 깜깜이네요!^^;;
감사해요! 정보공유해주셔서~~

오후즈음 2016-10-0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 제목에 철렁 가슴이 내려 앉고 말이죠. 좋아하는 작가의 시를 보니 하루가 흐믓해집니다!

[그장소] 2016-10-05 16:16   좋아요 0 | URL
이 시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인가봐요. 이번엔 e-book으로 구했는데,
이전의 시에서 제가 보고싶은 걸 못 봤었던 ...그래서 별 기대 않고 있다가
기습을 당한 느낌 , 제목도 맘에 들고요.. 시도 흡족한 !^^
오후즈음님이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반갑네요! 더!^^

나와같다면 2016-10-05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고 들어온 너어게` .. 가슴 한쪽이 찌르르..

[그장소] 2016-10-06 10:44   좋아요 1 | URL
제목이 유독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