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ㅡ 김용택
산에서 내려온 아버지는 땀과 이슬에 젖은 옷을 벗어
강가 바위 위에다 얹어놓고 양손으로 강물을 찍어 가슴에 바르며 가만가만 강물로
걸어들어가 희미한 몸을 물속에 숨겼다가 다시 걸어나와 옷 속에 깃든 어스름을
털며 물결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듣는다 .
바위에서는 찬 이슬이
돋아나고
어머니는 처마
밑에서 강까지
희미한 길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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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사뼈
어둠이 오면 잔물결들은
살얼음이 되어 강을 단단히 조인다
.
처마 밑으로 싸락눈이
들이친다 .
목숨을 매단다
. 옥수수야 ,
씨앗들은
모든 걸 바람에게 주고
스스로 고립한다 .
고립 속에는 수분이 없다 .
빈곤이 단 것은 곶감뿐이다
.
살얼음 주름에 싸락눈이
모여들어 강이 희미해졌다 .
갈라진 발뒤꿈치 틈으로 외풍이
찾아드는지
어머니의 발이
자꾸 아랫목 콩자루 밑을 찾는다 .
굳은살 박인 아버지의 복사뼈 절반이 밖으로 밀려났다
.
산이 눈을 감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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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집 - 울고 들어온 너에게 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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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발로 서는 새들을 말하던 단편을 최근 읽었는데 , 언니의 폐경 속
동생이 만나게되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가 꼭
위태하기가 새같아
저런 느낌였지 . 또 , 박민규 소설 속 그렇습니까 , 기린입니다 . 에서
실종된 아버지의 모습도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외 발의 조류같은 이
미지 . 시 속에 아버지는 물 새도 아닌데 스윽 물수제비만 뜨고 그림
자는 거기 놓고 나오는 냥 가뿐해
뵌다 . 허깨비처럼 .
아내는 허깨비인줄 모르고 우렁각시마냥 부엌에서 밥짓는 연기로
시장기를 부른다 . 어서 돌아오라 . 그렇게
.
산이 얼마나 깊은 곳일까 . 인적은 얼마나 없는 곳일까 . 눈 앞에 있
는 듯이 정경을 보는 듯 , 꿈을 꾸는 중이다 .
(yuelb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