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통합수업 -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읽는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7
김정안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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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어느 단체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어떤 단체에서는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인식하고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감에 따라서도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 차이가 대단하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른 학교들도 혁신학교의 사례를 받아들여 학교를 혁신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반대로 서울은 아직 혁신학교의 성공 사례가 그다지 널리 퍼져 있지 못하다.

 

그러던 참에 서울형 혁신학교들의 실천 사례를 담은 책이 나왔다.

 

경기도는 소위 말하는 시골학교가 아직 존재한다면, 서울은 대도시이고, 또한 거대학교들이 많은 도시형 학교들만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맞는 교육혁신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서울에서 학교 혁신으로 무엇을 우선으로 시작해야 하나 하는데서, 공통적으로 주제 통합 수업을 한 사례들을 싣고 있다.

 

학교가 교과별로 독립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자기 교과목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지니고 있고, 그래서 교과들 간에 서로 교류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업 혁신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 주제별로 통합하여 수업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한 경우이다.

 

이 때는 교과 교사들끼리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특정한 기간에 함께 고민해서 교과에 맞는 수업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사례가 실려 있어서 아, 이렇게 수업을 했구나, 또는 이렇게 수업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주제 통합 수업은 학생들 자신의 삶과 교과를 연결하는 수업으로써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는데 의미가 있다.

 

주로 택한 주제들은 평화, 환경 등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이 바로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들이고, 심각한 주제들이기도 하다.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나름대로(세 학교), 중학교는 중학교 나름대로(두 학교), 고등학교는 고등학교의 수준(두 학교)에 맞게 실시한 주제 통합 수업. 읽어볼 만하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이제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간다. 교육이 백년을 내다보고 하는 행위라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아직 무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교육 외적인 요소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가 이미 잘되고 있는 교육청이 있다는 얘기는, 혁신학교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또 국제학교나 자사고와 같은 학교와는 달리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학교라는 얘기다.

 

교사들이 스스로 서로 협력하여 수업 고민을 하고, 수업 진행을 하고, 학생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려고 노력하며, 학부모들과도 교육에 관한 고민을 공유하려고 하는 모습, 적어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서울형 혁신학교들은 그런 것들을 실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학교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막 자리를 잡아가려는 혁신학교를 흔들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리가 많은 다른 학교들을 제대로 운영되게 하고,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들도 혁신학교처럼 운영되게 하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의무이지 않을까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지금, 이렇듯 수업 혁신이든, 생활 혁신이든, 교육을 바꾸어가려고 하는 학교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희망을 꺾어버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책이 완전하지는 않아도 이렇게 서울형 혁신학교의 사례를 묶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아도 시원찮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달랑 3년, 4년을 가지고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것, 이것 자체가 이미 교육 논리에서 벗어난 일이다.

 

자꾸 성공의 기준을 들이댄다면 혁신학교 또한 자신의 방향대로 나아가는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공교육의 희망으로 떠오른 혁신학교.

 

지원은 하되, 그냥 지켜보는 그런 교육관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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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있을까.

 

아니 자신에게서도 자신과 자신이 제대로 소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언어로 나오는 순간, 그 언어는 본질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언어의 미끄러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자신을 표현할 수가 없다.

 

몸짓이나 표정이나 의상 등을 통하여 표현한다고 해도, 이는 언어보다 더한 미끄러짐을 동반할 뿐이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방은 어떤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서로에게 오해만 쌓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도 역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신을 온전히 상대에게 드러내 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온전히 드러낸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미 나를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미끄러짐이 일어나고, 이 미끄러짐이 상대에게 도달하기까지 또 미끄러지고, 상대에게 도달해서도 또 미끌어진다.

 

미끌어짐의 연속. 

 

이러니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소통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이러한 미끄러짐, 또는 소통을 위한 노력, 그러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존재. 그러한 내용들이 이 시집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시 속에서 만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조차도 자신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자꾸만 미끄러지고 있다. 미끄러짐에도 만남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는 있고. 그 만남이 서로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서로를 갉아먹는 그런 상태가 되기도 하고.

 

이게 우리 인간이 서로서로 맺고 있는 관계인가 싶기도 하고, 잘못하면 그러한 관계밖에는 유지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인데...

 

소통의 부재. 우리가 겪고 있는 큰 문제 아닐까.

 

                                    2인3각 경기

 

나의 하루는 / 너의 하루와 달라 / 나의 스텝은 / 너의 스텝과 / 달라도 너무 달라

나의 문법과 / 너의 문법이 / 두 개의 행성만큼 / 멀듯이 / 내가 보는 태양은

너를 비추는 태양이 / 아닐지 몰라

그런데도 우린 / 두 다리 묶고 / 세 다리 되어 / 줄곧 뛰어야 하는군

두 걸음 나가면 / 세 걸음 주저앉는 꼴로 /저 반환점 돌아오기까지 / 우린 몇 번이나 더

고꾸라져야 하는 걸까 /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경기 / 관중도 심판도 없이

내 발목에 사슬 묶고 / 내 안의 나와 벌이는 / 끝없는 / 2인 3각 경기

 

강기원,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민음사. 2010년. 1판 5쇄. 70-71쪽

 

여기서 너는 나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이던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둘이 하나로 묶여 있되,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다리들만 묶여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의지로 가고자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추려고 하기도 한다. 상대에게 완전히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상대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 아니던가.

 

하여 나도 나 자신과 2인3각 경기를 하고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과도 2인3각 경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생각을 밀고 나가면 상대에게 완전함을 바라서는 안되고, 또한 내 뜻대로 상대가 움직여주길 바라서도 안되고, 나와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고, 맞추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것이 바로 소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의 미끄러짐은 2인3각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나, 심한 미끄러짐은 서로를 넘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일

 

접붙이기를 하자 / 산사나무에 사과나무 들이듯 / 귤 나무에 / 탱자 들이듯

당신 속에 나를 / 데칼코마니로 마주 보기 말고 / 간을 심장을 나누어 갖자

하나의 눈동자로  하늘을 보자 / 당신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 상처에 상처를 맞대고

서로 멍드는 일 / 아니 /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일 / 그러나

맞물리지 않는 우리의 생장점 / 서로 부르지 않는 부름켜 / 살덩이가 썩어 가는 이종 이식

꼭 부둥켜 앉은채 / 무럭무럭 자라난다, 우리는 / 뇌 속의 종양처럼

 

강기원,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민음사. 2010년. 1판 5쇄. 88쪽

 

하여 잘못된 관계맺기는 이렇듯 '뇌 속의 종양처럼' 우리들 사이에 자라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러나 관계가 꼭 이렇게만 될까. 아니다.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통이, 삶이, 우리들이 살아갈 수가 있다.

 

'당신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나 역시 당신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다른 존재에 온전히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이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치명적인 인간의 운명이다.

 

이 운명이 행복한 삶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미끄러져서는 안된다.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이 시를 읽고 싶었다. 하여 '서로 부르지 않는 부름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서로가 서로를 관통하는, 약간의 미끄러짐은 있을지 모르나 함께 가야만 하는 '2인3각'경기처럼 함께 가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으로 이 시를 읽다.

 

어쩌면 요즘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 시집이 더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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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도전 - 배움이 달라지는 수업 철학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 / 우리교육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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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가 유행이다.

 

유행이라는 말보다는, 교육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말이 외부에서 타율적으로 주어지는 결과만을 추구하는 그러한 교육이라면, 배움은 반대로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대상과의 대화, 타인과의 대화,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바로 배움이라고 한다.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며, 이런 배움은 학생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배움이 이루어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는 우선 듣기에 있다는 사실. 듣기가 얼마나 안되고 있는지는 요즘 학교 교실을 보면 알 수가 있는데,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에서는 듣기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듣기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생이, 학생과 교과서가, 학생과 교사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잘된 발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발표는 다 좋은 발표라는 생각을 지니고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수업.

 

그러한 수업을 통한 배움. 이것이 바로 교사의 도전이고, 21세기 학교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한다.

 

주로 일본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수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어떤 수업이 배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일본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들고 있어서 이것이 일본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교육에서 배움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배움을 중심에 놓고 있으며, 이러한 배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학교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움이 몇몇 학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걸쳐 일어날 때 학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교사들 역시 학교에 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사와 학생을 바라보는 학부모들 역시 즐거운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을 테고.

 

교사의 도전.

 

이것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 이제는 교육이 아니라 배움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사실. 요즘 교육의 방향이다.

 

이렇게 가기 위해서 이 책의 저자인 사토 마나부 교수는 교육 정책가들에게 한 마디 한다.

 

학교 개혁을 소리 높여 논의하고 정책화하는 사람들은 한 번이라도 학교를 방문하여 교실을 자세히 관찰하고 교사 업무와 아이들 활동에서 배운 적이 있었을까? 아이들 장래와 교육의 미래에 희망을 건다면 학교와 교사를 재단하고 논평하여 비판하는 무책임한 발언은 허용해서는 안되며, 교사와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공유하여 매일매일 실행하는 학교교육 활동에 스스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출발점이 공유되지 않는 한 어떤 개혁 논의나 정책도 무엇 하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이 책 246-247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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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고를 때, 우선 아는 시인인가? 혹 내가 시를 알고 있는 시인의 시집인가? 또 제목이 마음에 꽂히는가? 그리고 몇 장을 넘기다 마음에 드는 시가 있는가?

 

헌책방에 가면 시집은 천천히 감상할 수가 있다. 새 책을 파는 서점처럼, 헌책방에서도 역시 시집은 자리를 얼마 차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적하게 시집을 보고, 내용을 훑어본다. 거기에다 제본 상태나 보관상태까지.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시집이다 하면 손에 쥐고, 다른 책들을 보기 시작한다.

 

이 시집, 박용주의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는 알고 있는 시가 두 편이 있다. 그리고 박용주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학생일 때 이 시집을 냈다는 사실 때문에 알고 있었고, 그 중 한 편의 시는 아는 사람에게서 받기도 했었다.

 

이럴 경우 망설일 이유가 없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시가 두 편이고, 이 시인의 시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니, 그냥 사고 본다.

 

참 오래 전의 시집이다. 그리고 박용주는 정말 어릴 때 시를 썼다. 중학교 3학년.

 

지금 중학교 3학년 하면 어리다는 생각이, 도대체 저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 이게 어떻게 중학생이 생각해내고, 중학생이 표현할 수 있는 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어른이 쓴 시 같다는 느낌. 너무도 조숙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이 꼭 육체적인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 박용주가 조숙했다고 해도 그의 시는 조숙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형식에 맞추어 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그만큼 그의 시에서는 중학생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기존 어른들이 고민했던 것보다 더한 고민이 시에 담겨 있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을 우리는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 마음 속에도 이미 어른과 같은 마음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억누르고만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집을 읽으면... 이 시집의 주된 음조가 오월이라면, 이제 오월은 지났다. 유월도 칠월을 향해서 달리고 있으니...

 

우리도 그 빛나던 광주를 거쳐 87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 박용주가 어떻게 자랐을지 몰라도, 그의 시 구절은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 순결한 꽃'(박용주, 목련이 진들 중에서)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 중에 내가 알고 있던 두 편 중 하나.

 

사실, 이 시집에서는 첫번째에 실린 '목련이 진들'로 5월 문학상을 탐으로써 그가 유명해졌으니, 이 시를 인용해야겠으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시를 인용한다. 이 시처럼, 정말 더러움이, 이 세상의 더러움이 가려졌으면 해서...

 

이 세상의 더러움을 없애고 새로움이 나타난 세상이 되었으면 해서...

 

자기만 깨끗해진다고 부끄러워하는 시인을, 자기조차도 깨끗해지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서.. 그런 나보다도 못한 사람들이 더욱 창피해서...

 

벽지를 바르며

 

누렇게 바랜 낡은 벽지를 떼어내고

깨끗이 물걸레질을 하여

산뜻한 새 벽지로 도배를 하면서

 

한쪽으로만 밀려도 아니되고

빈틈없이 풀칠하여

무늬맞춰 벽에 바르며

문득 이 세상의 모든 낡은 것에

풀칠하고 싶었다

 

지켜본 세월만큼 햇볕에 바래고

더러움타고 먼지타서 낡아진 세상을

음습한 습기로 눅눅해진 세상을

빠삭거리는 새 종이로 바르고 싶었다

 

교만하고 음흉하여 어두운 벽엔

희고 밝은 종이로

슬프고 눈물나는 여린 색깔엔

화사하고 산뜻한 꽃무늬로 도배하고

좌절하고 고통하는 우울한 벽에는

연록으로 반짝이는 싱그러움을 입혀서

밝고 고운 세상으로 풀칠하고 싶었다

 

간혹은 은은한 상아 빛깔로 호사도 하고

등꽃같은 보라빛 고고함도 함께 칠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낡고 바랜 것이 벽지만은 아닌데

이 한 칸 벽만을 새로 바른다해서

세상의 더러움이 함께 가려지는 것도 아닌데

 

행여 무늬 틀리지않나 근심하며

내 기대일 벽만을 풀칠하는

이기심을 부끄러워 하면서

내것만을 깨끗하고 밝게 하는

이기심이 슬프기만 해서

풀칠하는 손길이 자꾸만 더디어진다

 

박용주,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장백, 1990년. 7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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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0917 2019-06-1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용주 시인은 한 맺힌 오월을 가슴 시리게 노래했어요. 시를 쓸 당시 나이가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절절한 슬픔을 끓어 냅니다.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최고라 말할 수 있어요.
그 후로 시를 쓰지는 않는다고 들었는데......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순천여고 시절 소식 주고 받았던 친구였는데 기억하고 있을련지......
 

핵 시리즈 만화를 구입했더니 그 세트로 딸려 왔다.

 

몇 년 전에 나온 만화라 그런가?

 

핵과 자연은 상반된 것인데, 핵반대가 결국 자연을 살리자는 운동이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만화가 핵 반대 만화들과 세트가 된 이유도 나름 납득이 된다.

 

휴대전화(핸드폰)를 팔아서 쌀을 사면 된다는 그런 소리를 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휴대전화는 없어도 사람이 죽지 않지만 쌀은, 음식은 없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그 자명한 진실을 망각했으니, 이런 비극도 없다.

 

그래서 우리 주변은, 특히 대도시는 온통 콘크리트 뿐이다. 이러한 대도시에 농사를 짓겠다고 했더니 하천법인가 뭔가로 강이 오염된다고 안된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그러니 대도시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생명체의 소중함을 체험할 기회도 별로 없게 된다.

 

오로지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다.

 

길거리를 보아도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걷고 있다. 위험한 도로를 건널 때에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휴대전화가 이미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게임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기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니...

 

여행을 가도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멋과 맛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이들은 자그마한 휴대전화에 자신의 눈을 고정시킨 채,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만화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껴가는 여름이의 이야기.

 

그런 여름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들 밥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유의 친숙함과 여름이라는 캐릭터 덕으로 재미있게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재미에 자연의 생명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농사 만화라고도 , 교육 만화라고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예전에 우리가 접했던 자연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하면 된다.

 

만화를 보면서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느끼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 더욱 좋고.

 

아이들이 읽을 만한 만화다. 아니 읽어야만 하는 만화다. 부모들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좋은 만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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