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야기 1 - 한글의 역사 한글 이야기 1
홍윤표 지음 / 태학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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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대한 책이다.

 

한글의 이름이 왜 훈민정음인지, 도대체 한글은 어떤 서체로 쓰였는지, 한글은 어떻게 읽혔는지, 한글로 된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한글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한글을 연구하면서 주로 어휘 변천사나 문법 등을 중심에 놓는데, 그런 전문적인 분야 말고도 한글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한글에 대한 책 중에  1권으로 '한글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편제가 1부 한글이 걸어온 길, 2부 한글과 문헌, 3부 한글과 교육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걸어온 길'에서는 왜 이름이 훈민정음인지, 또 훈민정음의 서문에서 문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문자라는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가로쓰기를 했는지, 띄어쓰기는 또 언제부터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료들의 사진들을 풍부하게 제시해주고 있어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글과 문헌'에서는 더 많은 자료들이 제시되는데, 한글로된 편지글도 제시되고 있고, 또 종교 문헌들도 제시되고, 그리고 한글전용으로 간행된 최초의 책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고 있다.

 

'한글과 교육'에서는 우리가 읽었던 상록수의 한 장면으로 예로 들어 도대체 예전에는 한글을 어떻게 교육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신문사를 중심으로 한글보급운동이 일어난 것을 살피고,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한글교육을 했는지를 박용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한글이야기라고 해서 딱딱한 학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했던 내용이나 또는 한글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고 자랑하는 한글이지만 도대체 왜 과학적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누구나 배웠던 훈민정음 서문에 대한 뜻풀이, 즉 늘 헷갈려 하는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라는 구절에서 '중국 문자와 달라서 뜻이 통하지 않는다'로 많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중국은 문자와 말이 일치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자와 말이 일치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는 말,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이 구절을 "국지어음(國之語音)이 이호중국(異乎中國)하여 여문자(與文字)로 불상유통(不相流通)"이라고 하는 경우와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로 하는 경우로 서로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글을 창제한 목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맞는 문자로 모든 국민이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글의 위대성이 나타나고... 이런 일은 나중에 국제언어를 만든 자멘호프의 사상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글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언어를 넘어서서 화합의 언어, 평화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한글,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고, 요즘은 외국어, 외래어에 많이도 침윤당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쓸 말이고, 또 우리의 사상을 기록할 말이다.

 

이런 한글에 대해서 이모저모 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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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 제출

 

이게 뭐야...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포털에 뜨는 기사다. 통합진보당이 스스로 해산한 것도 아닌데,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을 해산하라고 정부가 청구안을 제출하다니...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법무부 장관이 청구안을 헌재에 제출했다고 하는데... 삼권분립이 지켜지고 있는 나라에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으로 합법적인 조직이고, 이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펼칠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한 정당을 해산시키려 하다니.

 

이렇게 정당이 해산 된 것은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던 일 아닌가. 게다가 행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고 있는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이게 뭔가?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선거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서 정당이 깨지고, 또 알오니 뭐니 해서 의원이 구속이 되고 하지만, 그래도 한 정당을 이렇게 무참히 대우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당정치의 죽음을 알리는 날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만, 적어도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확립(?)이 되었고, 또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이어 통합진보당의 해산 청구라...

 

왜 이렇게 자꾸 기시감이 느껴질까?

 

1958년이 다시 돌아온 걸까?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잊었는가?

 

한 나라 정당의 당수이자 한 때 장관도 했었고, 또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왔던 죽산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킨 나라. 그 때 진보당이 해체되었는데...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진보당"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한참 젊었던 그 시절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나이가 먹은 지금, 그런 일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그만큼 우리나라도 민주주의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법원에서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당이 아니라 당원인 사람들이 구속되었을 뿐인데... 다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한 정당에 대한 이런 태도는 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배제하는 행위밖에는 되지 않을텐데... 어떤 사상을 지니고 있고,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정부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어째서 행정부가 입법부도 관리하려고 드는가? 삼권분립은 어디 갔는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 아니었나? 그래서 국정감사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왜 반대로 가는가? 행정부가 또다른 헌법 기관인 국회에 간섭해서 정당을 해산해야 된다고 헌재에 청구하고 있는 현실이 제대로 된 현실인가.

 

1985년에 나온 책 목차만 다시 보았다.

 

1. 진보당 문헌

2. 진보당의 정책과 특수조직활동

3. 진보당 사건 관계자료

4. 진보당 사건과 판결을 보는 시각

5. 조봉암 관련자료

부록1. 진보당 간부명단 및 간부 약력

부록2. 진보당 일지

부록3. 진보당 관계자료 총목록

 

이거 어째 몇 년 뒤에 진보당에다 두 글자만 더 붙여 또 하나의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역사는 앞으로 가도 시원찮은데.. 왜 자꾸 뒤로만 가려고 하는지...

 

헌재의 판결이 어찌될지 두고볼 일이다.

 

다만 정당은 그 정당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헌재에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정부는 일부 국민을 위한 행정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행정부라는 사실도.

 

같음만을 추구하는 사회.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권대복, 진보당, 지양사. 1985년.

 

아마, 이 책은 구하기 힘들 거다. 나온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인터넷에서 책표지의 사진도 구하기 힘드니. 그래도 먼 옛날... 지금과 비슷한 이름을 지닌 정당이 지금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던 역사적 사실로 읽어둘 만한 책이다.

 

아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기억해서 남겨두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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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자, 우리 역사
강영준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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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라고 하기보다는 한국사 교과서이고, 한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라고 해야 더 옳은 말일테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시각을 지닌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 편에서는 이 교과서 승인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 교과서를 쓴 저자들은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하고, 있어도 다른 교과서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서 방어를 하였는데...

 

교과부에서는 이 교과서 말고도 다른 교과서에도 수정지시를 내렸고... 저자들은 나름대로 수정은 하겠지만, 교과부 지시대로는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상태고.

 

이상하다. 검인정이라는 것은, 이 정도면 교과서로써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여 승인해주는 제도일텐데... 검인정에 통과된 교과서를 가지고 잘못되었다 아니다 논쟁을 하는 것은, 검인정을 하는 주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그렇다고 예전의 국정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는 못할텐데, 도대체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채택 안 하면 되는 건데...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교과서를 정본으로 인식하는 우리들의 인식 때문이다. 마치 교과서는 성전과 같이 무오류의 책이고, 역사 교과서에 나온 것들은 다 옳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록 검인정에 통과가 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사실, 왜곡된 사실, 편향된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면 이는 사회가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검인정에 참여한 학자들 역시 자신들의 시각을 지닐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과서를 몇몇 검인정 학자에게만 맡겨두고, 또 검인정을 통과했으니 나머지는 학교의 교사들이 채택하든 말든 그것은 교사들에게 맡겨두자 하고 손을 뗄 수도 없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인정이니 맡겨둬... 라는 주장이 현실적인 타당성을 잃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일본의 새역사만들기 모임에서 편찬해 낸 일본 역사 교과서를 꽤 비판하면서 그 교과서를 폐지하라고, 검인정에서 취소하라고, 검인정 통과를 시키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 않은가.

 

일본 교과서는 그래도 되고, 우리 교과서는 자율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하고, 검인정을 통과하기 전에 역사교수 협회나 역사 교사 모임 등에 교과서 제출본을 주고 검토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 교과서 문제를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그만큼 역사적 시각의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지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 민중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즉,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해준다. 근현대사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근현대사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책을 읽고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채우면 그 다음에 더욱 자세하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 저자는 시를 이용한다. 시가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개인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 속에 나타난 역사 현실을 파악한다면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되고, 또 시 공부도 된다는 입장에서 이 책을 써 나갔다.

 

조선말기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 다문화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까지를 역사적인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알려주고, 그와 관계되는 시를 통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도 있고, 처음 듣는 시인도 있고, 또 너무도 많이 알려진 "님의 침묵"같은 시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시도 있는데, 이들을 역사의 순간순간에 배치하여 시와 역사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고 있다.

 

역사란 결코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특히 한국근현대사는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짓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시인들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로 표현해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단지 이 책만이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은 여럿 있다. 이 책에서도 참고문헌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신현수의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으며, "시와 소설로 읽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다.  

 

어떤 책을 통해서든 한국근현대사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데...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역사의 공과 과를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역사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역사의식을 지닌 민중.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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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 최근에 나온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란 책을 보고 싶어서. 그 책을 빌리려고. 그것도 만화이지 않은가. 그런데 한 순간 제목이 생각이 안 났다. 기껏 생각난 것은 그것이 아나키스트에 대한 만화라는 것.

 

머리 속에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란 제목만 떠올랐고... 이게 그 제목인가 하고 이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오래 전에 품절된 책이라고 한다.

 

'어? 이상하네. 올해 나온 책이라는데...'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을 쳐본다. 책 표지의 사진이 나오는데, '어라, 이 책은 우리 집에 있는 책인데... 내가 읽은 책인데.. 그거 두루티에 관한 책이잖아. 이 책은 아닌데...' 하고 만다.

 

아무리 쳐도 이 책밖에는 없다.

 

그러면 분명 제목을 착각한 거다. 어리석게도 검색어를 '무정부주의자'로 친다. 또 똑같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만이 뜬다. 이게 뭐야. 착각을 해도 너무 했나 싶다.

 

그런데... 누군가 혹시 이 책 아니냐고 한 책을 가져다 보여 준다.

 

 

"맞아요. 이 책이에요." 그러고 나서 제목을 보니... 이런... 참.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다.

 

아나키스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렀던 예전 책들을 읽은 부작용이 제목을 착각하게 하고, 신문에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아나키스트가 죽었다고 하니, 고백이 죽음으로 변형이 되어서 머리 속에 남아 있었나 보다.

 

그래도 운이 좋다. 이렇게 책을 찾을 수 있었으니... 하여 토요일에 이 책을 열심히 읽었고, 젊은날의 이상과 나이 들어서의 좌절을 간접 경험할 수가 있었는데...

 

이 만화에 반갑게도 "두루티"가 나온다. 그가 암살당하고 그 신발을 행운의 신발이라고 신고 다니는 한 아나키스트, 그리고 그가 죽은 뒤 그 신발은 주인공인 '안토니오'가 신고 다니는데...

 

결국 이 만화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 이렇게 만나게 된다. 만화에서 두루티의 신발은 주인공이 더 이상의 이상을 포기할 때 태워버리게 된다. 그렇게 두루티는 주인공의 삶에서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다.

 

하지만 책으로 남아 아직도 우리에게 아나키스트의 이상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나키즘의 이상에 더 다가는 책이 있으니, 그것은 에스페란토어에 관한 이야기, 그 말을 만든 자멘호프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바벨탑에 도전한 사나이"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지금도 평화를 꿈꾸는 아나키스트들은 공통어로써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언어는 국제적인 협력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특정 국가의 언어가 다른 언어 위에 군림하는 일을 막고 있다.

 

그래서 아나키스트의 이상은 "에스페란토어"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게 만난 세 책.

 

권위주의가 넘치고 있는 지금 이 땅에... 자율, 자치, 상호성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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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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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다. 청소년에게 읽힐까 말까 가지고. 사람들이야 당연히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세상에 책을 읽는데도 나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그들은 이 책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소년에게는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참...

 

그 이유가 작품에 선정적인 내용, 즉 정사 장면이 나온다는 것인데... 성은 우리가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야 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궁극으로 가는 것이 성인데... 불륜이라서? 아니면 청소년과의 성관계 때문에? 작품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이러한 성관계를 드러낸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아나키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억측도 하게 되는데... 아나키즘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어떤 사상에서도 배척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모든 권위를 거부하는 그 사상은 인간의 자율성과 상호협동성을 믿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파괴적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비록 공상적이라고 비판을 받을지라도.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아버지의 글을 토대로 아들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만화가가 그림으로 그린 책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의 삶을 아버지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주인공 '나'는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자신이고, 아나키즘에 빠져있던,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시류에 타협도 하고, 자신의 사상과 멀어지지만, 그 사상을 기억하고 있는 한 아나키스트이다.

 

만화로 그려졌기 때문에 읽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고, 쉽게 누구에게나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또 연대기 형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자서전을 읽는 느낌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요양원에 있던 아버지가 5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즉,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한다. 영욕의 삶. 마지못해 이어져오던 그 생명의 끈을 자신이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날기 위해서 그는 떨어진다.

 

이 떨어짐 이후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한다. 어린 시절 지긋지긋했던 시골 생활. 도덕적이지도 가족적이지도 않은 시골생활.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도시를 동경해 도시로 떠나지만, 도시에서도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데... 격동의 세월이 되면서 프랑코 정권, 팔랑헤 당원들이 스페인을 물들일 때 공화파에 서겠다는 결심을 하고 탈출을 하여 공화파에 합류하여 활동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아나키스트들과 활동을 한다. 네 명이서 사총사라던지, 납탄동맹이라고 하면서 우애있는 만남을 유지하는데... 나중에 한 사람은 싸움터에서 죽고, 한 사람은 변절해서 다시 마피아로 돌아갔다고 추측이 되고, 한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는데... 이제 남은 주인공은 삶의 마지막에서 이들을 꿈속에서 만나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 삶을 마치기로 하는데...

 

1930년대 스페인에서의 아나키스트들의 활동, 그리고 그들의 신념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자유,평등, 박애를 주장하던 프랑스가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이들이 프랑코 정권의 긴긴 독재 속에서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만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청년기의 혁명정신이 서서히 사그러지고, 이제는 현실만 남았는데.. 그 현실도 지긋지긋하게 더러운 현실, 견디기 힘든 현실이 되는 그런 과정.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마도 하나밖에 없었으리라.

 

이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대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스페인의 과거와 우리의 과거가, 지금 우리의 현재가 닮아 있지는 않은지.

 

혁명을 논하고, 민주를 논하고, 평화를 논하고, 통일을 논하던 그 젊던 영혼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삶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세속의 행복을 추구하거나, 과거와는 정반대로 살고는 있지 않은지...

 

젊은 시절 혁명성을, 그 순수성을 조금이라도 간직한 사람이 지금 이 시대를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하는지를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민주화를 이루는데 공헌을 했지만, 민주화 이후 그들은... 아니 우리들은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래, 이 책은 단순히 과거 스페인에서 있었던 한 아나키스트의 생애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라고 하는 책이다. 

 

한 아나키스트의 좌절을 보면서 그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저렇게 무모한 일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 단지 몇몇 장면 때문에 누구는 읽어서는 안 되는 그런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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