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자, 우리 역사
강영준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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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라고 하기보다는 한국사 교과서이고, 한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라고 해야 더 옳은 말일테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시각을 지닌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 편에서는 이 교과서 승인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 교과서를 쓴 저자들은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하고, 있어도 다른 교과서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서 방어를 하였는데...

 

교과부에서는 이 교과서 말고도 다른 교과서에도 수정지시를 내렸고... 저자들은 나름대로 수정은 하겠지만, 교과부 지시대로는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상태고.

 

이상하다. 검인정이라는 것은, 이 정도면 교과서로써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여 승인해주는 제도일텐데... 검인정에 통과된 교과서를 가지고 잘못되었다 아니다 논쟁을 하는 것은, 검인정을 하는 주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그렇다고 예전의 국정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는 못할텐데, 도대체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채택 안 하면 되는 건데...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교과서를 정본으로 인식하는 우리들의 인식 때문이다. 마치 교과서는 성전과 같이 무오류의 책이고, 역사 교과서에 나온 것들은 다 옳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록 검인정에 통과가 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사실, 왜곡된 사실, 편향된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면 이는 사회가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검인정에 참여한 학자들 역시 자신들의 시각을 지닐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과서를 몇몇 검인정 학자에게만 맡겨두고, 또 검인정을 통과했으니 나머지는 학교의 교사들이 채택하든 말든 그것은 교사들에게 맡겨두자 하고 손을 뗄 수도 없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인정이니 맡겨둬... 라는 주장이 현실적인 타당성을 잃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일본의 새역사만들기 모임에서 편찬해 낸 일본 역사 교과서를 꽤 비판하면서 그 교과서를 폐지하라고, 검인정에서 취소하라고, 검인정 통과를 시키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 않은가.

 

일본 교과서는 그래도 되고, 우리 교과서는 자율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하고, 검인정을 통과하기 전에 역사교수 협회나 역사 교사 모임 등에 교과서 제출본을 주고 검토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 교과서 문제를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그만큼 역사적 시각의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지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 민중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즉,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해준다. 근현대사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근현대사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책을 읽고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채우면 그 다음에 더욱 자세하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 저자는 시를 이용한다. 시가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개인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 속에 나타난 역사 현실을 파악한다면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되고, 또 시 공부도 된다는 입장에서 이 책을 써 나갔다.

 

조선말기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 다문화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까지를 역사적인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알려주고, 그와 관계되는 시를 통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도 있고, 처음 듣는 시인도 있고, 또 너무도 많이 알려진 "님의 침묵"같은 시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시도 있는데, 이들을 역사의 순간순간에 배치하여 시와 역사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고 있다.

 

역사란 결코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특히 한국근현대사는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짓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시인들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로 표현해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단지 이 책만이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은 여럿 있다. 이 책에서도 참고문헌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신현수의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으며, "시와 소설로 읽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다.  

 

어떤 책을 통해서든 한국근현대사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데...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역사의 공과 과를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역사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역사의식을 지닌 민중.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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