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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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 시집을 읽다. 알고 있는 시인이 아니었지만, 알고 있는 시인의 시만을 읽을 수는 없는 일이고, 읽다보면 가슴을 울리는 시를 쓴 시인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시집을 보자마자 습관적으로 목차를 훑어본다. 목차에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둘이 있다. 하나는 '용산을 추억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명배우의 죽음에 부쳐'다.

 

왜 이렇게 약한 존재들을 다룬 제목에 눈길이 가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이 시집을 읽다보니, 이런 제목을 지닌 시들이 제목이 된 구절을 지니고 있는 시 '노래는 아무것도'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명배우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용산 참사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이와 비슷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태에서 지금 우리 마음을 울리는 노래, 심장을 울리는 노래가 있다면 우리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텐데...

 

최근에 읽고 있는 '삶창'에 노동자 집회에서도 힘찬 노래가 불리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다. 노동자 집회에서도 이제 노래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지 않고, 겨우 심장 가까이에서서 울리고 있을 뿐이다.

 

마치 쓰임이 다 되어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고물처럼, 그렇게 우리의 심장을 울리던 노래들은 이제 심장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버리기만 해서는 되겠는가. 그건 아니다. '노래는 아무것도'를 보자.

 

노래는 아무것도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채 실려간다

 

한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 2015년 초판 1쇄. 8-9쪽.

 

노래는 칼이었다. 노동자의 무기였다. 노동자들은 이런 노래를 통하여 하나가 되었고, 노래를 통하여 자본가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예전엔.

 

그러나 이제 노래는 노동자들에게도 버려지고 있다. 이렇게 버려진 노래들, 그런 노래들이 칼이었던 시대... 시는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버려지더라도 노래가 당신의 심장 가까이에서 울리던 말이었으니, 그때를 잊지 말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이 시를 받아들였다. 노래가 다시 우리의 심장이 울리기를,.. 비록 울리지는 못하더라도 심장 가까이에 울리는 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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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5 -책 수집가에게

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금강경에서)


인생 굽이굽이,

건너야 할 강이 얼마.

마지막

망각의 강까지

셀 수 없을 그 강을,

건네주는 배.

뗏목, 나룻배, 통통배, 유람선, 쾌속선……

강마다

다른 것을 타고

건너는

형형색색, 대소경중(大小輕重)

모두 내 삶의

방편.

내 삶,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비상하는 방편.

그러나 

건넌 뒤,

미련 없이 두고 와야 하는

더 함께 할 수 없는

놓아야 할 무엇.

놓아야

쓸모가 있는 것,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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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김재진 지음 / 렛츠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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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목이 더 슬프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그런 "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약자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그런 현실을 감추고 있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여기에 편승하는 언론들, 사법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 고 있으니 "슬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포기하고 마니, 이 책에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구조의 문제라고 제목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알아야 대처를 하지.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바른 정보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알고도 행하지 않는데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을 때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아(大我)보다는 소아(小我)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다)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강고한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법, 언론이 일체가 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으니,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계속 진실을 은폐, 호도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이 필요할 수밖에.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던,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그저 국가의 정책에 순응하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았던 저자가 '20140416'(얼마나 가슴이 아픈 숫자인가)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그런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알아야 한다. 아니, 몰라서 편안하기보다는 진실을 알아서 불편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도 '슬픈 대한민국'이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온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이루어진다.

 

역사, 국가, 자본주의, 복지, 노동, 교육, 언론, 경제, 정치, 시민으로 장을 나누어 현재의 모습을, 현재 이렇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시민'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실천, 어렵지 않다. 내가 대의제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던 결정권을 찾아오면 된다. 어떻게? 바로 그 '어떻게?'란 질문,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물음표'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 물음표를 통해 내가 결정권을 찾아오고,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멀리 가지 말자.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고, 이 사회에서 정치를 무시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시작은 정치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 지금 현실은 결국 선거다. 그렇다면 결정권을 찾아오는 방법은 바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있고, 우리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지녔지만 선거개혁을 이루어 낸 뉴질랜드도 있으니...

 

바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도화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와 어정쩡한 비례대표제(겨우 300석 중에 47석)는 우리에게서 결정권을 빼앗아 간다. 그러니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첫단계 실천 방법이다)

 

여기에 더하여 개표방식을 바꿔야 한다. 바로 투표소에서 손으로 직접 개표를 하는 것. 컴퓨터 개표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위험부담이 많으니 투표소에서 직접 손으로 개표를 하며 그 결과를 집계하면 개표 비리를 방지할 수도 있고, 조작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이것은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더불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 주장에 나 역시 동의한다.

 

많은 얘기들을 했지만 목표는 하나다. 슬픈 대한민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민이 되지 않고, 공화국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 공화국이란 시민들이 자신들의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결정하는 나라 아니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바로 "민주공화국" 아니던가. 그러니 결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길, 그 길부터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읽으면서 슬프고 화나고,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꼼꼼하게 생각해 보고, 실천 방법도 생각해 보는 그런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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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문학관을 만나다.

 

문학관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이렇게 집으로 찾아온 문학관을 만나다니. "문학관 69호"가 집으로 왔다. 이런 횡재가.

 

문학관을 직접 가서 보면 천편일률적인 전시와 내용으로 실망한 적이 많은데, '한국현대문학관'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식지다.

 

어쩌면 각 문학관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들을 애써 찾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나오는, 문학관에서 기껏해야 한 시간도 있지 못하고 (한 시간이 무어냐. 보통 2층, 3층짜리 문학관이니, 휘 둘러보고 나오는데 20-30분이면 족하다. 슬프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도 한다) 나오고 마니 제대로 볼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계절마다 문학관의 소식지를 만들어내는 "한국현대문학관"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천편일률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고, 또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올 마음이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문학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문학관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게 하고 있으니...

 

이번 호에서는 "이문구"에 대한 김주연의 회고담이 있다. 이문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잊지는 않았으리라. 토속적인 우리말을 그만큼 잘 살린 사람이 있을까? 우리말 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농촌 사람들의 모습... 그의 소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었고.

 

문학관이 만난 사람으로는 아동문학가, 어쩌면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기억될 황선미 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의 김강사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글, 지금 우리 시대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참조가 될 글도 실려 있다.

 

일제시대 젊은 지식인이 처한 상황이나 지금 젊은 지식인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이는 비극이다.

 

얇은 소식지지만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서, 집 안에서 문학관을 거니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집으로 오다니,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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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양 -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마종기 외 / 현대문학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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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학상 심사는 지금의 한국 문학의 지형과 주소를 묻는 작업에 속한다.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이광호, 김기택) 지난 일 년 동안 발표된 시 작품의 전체 목록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발표 분량을 보여준 시인들의 작품 중에서 의미 있는 시적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판단되는 목록을 다시 가려내었다. 그 목록을 토대로 하여 두 사람은 토론 끝에 본심에서 집중적인 심사의 대상이 될 만한 시인들과 작품들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심사평에서. 151쪽.

 

이런 과정을 거쳐서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이 마종기의 '파타고니아의 양'이다. 발표된 시들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수많은 문학상들이 많은 문인들의 생계를 해결해주고 있음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작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수상작이 안 되었더라도 그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학상과 코드가 맞는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면 된다. 또는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되고.

 

따라서 문학작품에는 객관적으로 우수하다,, 우수하지 않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수한 문학작품들은 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으니, 그것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상시집을 읽으면 한 작가의 시집을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다양한 시인들의 다양한 시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수상시집을 사서 읽곤 하는데...

 

이 시집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는 이런, 이런, 왜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에서 탈퇴. 6월 24일 국민투표 개표결과 유럽연합 탈퇴로 결정)가 떠올랐는지.

 

세계화, 지구촌 시대, 국경을 없애도 시원찮을 판에 영국은 새로운 국경을 쌓고 말았으니...

 

마종기의 시를 읽으며 이렇게 메마른 국경,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국경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국경은 메마르다

 

이제 알겠니.

내가 왜 너와 한 몸이

되고 싶어 했는지

 

나라와 나라 사이.

너와 나 사이.

마지막 거부의

칼날 및 차가운 철책.

 

어색한 술수와 조직으로

국경은 푸른 산을 가로지르고

물살 센 강물도 만 개로 자른다.

 

그렇다. 국경의 피부는

거칠다.

 

이제 알겠니.

내가 왜 더 가까이 다가가

네 몸을 비벼댔는지.

광야의 비바람을 가리고

설레는 입술을 잡고 말았는지. 

 

2009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2008 초판 1쇄. 마종기, 국경은 메마르다. 18-19쪽.

 

이렇게 메마른 국경. 우리는 이미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국경을 없애야 하는데, 지금은 더 거칠어지고 더 메말라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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