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문학관을 만나다.

 

문학관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이렇게 집으로 찾아온 문학관을 만나다니. "문학관 69호"가 집으로 왔다. 이런 횡재가.

 

문학관을 직접 가서 보면 천편일률적인 전시와 내용으로 실망한 적이 많은데, '한국현대문학관'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식지다.

 

어쩌면 각 문학관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들을 애써 찾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나오는, 문학관에서 기껏해야 한 시간도 있지 못하고 (한 시간이 무어냐. 보통 2층, 3층짜리 문학관이니, 휘 둘러보고 나오는데 20-30분이면 족하다. 슬프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도 한다) 나오고 마니 제대로 볼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계절마다 문학관의 소식지를 만들어내는 "한국현대문학관"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천편일률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고, 또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올 마음이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문학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문학관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게 하고 있으니...

 

이번 호에서는 "이문구"에 대한 김주연의 회고담이 있다. 이문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잊지는 않았으리라. 토속적인 우리말을 그만큼 잘 살린 사람이 있을까? 우리말 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농촌 사람들의 모습... 그의 소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었고.

 

문학관이 만난 사람으로는 아동문학가, 어쩌면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기억될 황선미 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의 김강사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글, 지금 우리 시대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참조가 될 글도 실려 있다.

 

일제시대 젊은 지식인이 처한 상황이나 지금 젊은 지식인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이는 비극이다.

 

얇은 소식지지만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서, 집 안에서 문학관을 거니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집으로 오다니,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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