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양 -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마종기 외 / 현대문학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현대문학상 심사는 지금의 한국 문학의 지형과 주소를 묻는 작업에 속한다.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이광호, 김기택) 지난 일 년 동안 발표된 시 작품의 전체 목록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발표 분량을 보여준 시인들의 작품 중에서 의미 있는 시적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판단되는 목록을 다시 가려내었다. 그 목록을 토대로 하여 두 사람은 토론 끝에 본심에서 집중적인 심사의 대상이 될 만한 시인들과 작품들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심사평에서. 151쪽.

 

이런 과정을 거쳐서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이 마종기의 '파타고니아의 양'이다. 발표된 시들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수많은 문학상들이 많은 문인들의 생계를 해결해주고 있음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작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수상작이 안 되었더라도 그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학상과 코드가 맞는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면 된다. 또는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되고.

 

따라서 문학작품에는 객관적으로 우수하다,, 우수하지 않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수한 문학작품들은 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으니, 그것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상시집을 읽으면 한 작가의 시집을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다양한 시인들의 다양한 시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수상시집을 사서 읽곤 하는데...

 

이 시집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는 이런, 이런, 왜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에서 탈퇴. 6월 24일 국민투표 개표결과 유럽연합 탈퇴로 결정)가 떠올랐는지.

 

세계화, 지구촌 시대, 국경을 없애도 시원찮을 판에 영국은 새로운 국경을 쌓고 말았으니...

 

마종기의 시를 읽으며 이렇게 메마른 국경,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국경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국경은 메마르다

 

이제 알겠니.

내가 왜 너와 한 몸이

되고 싶어 했는지

 

나라와 나라 사이.

너와 나 사이.

마지막 거부의

칼날 및 차가운 철책.

 

어색한 술수와 조직으로

국경은 푸른 산을 가로지르고

물살 센 강물도 만 개로 자른다.

 

그렇다. 국경의 피부는

거칠다.

 

이제 알겠니.

내가 왜 더 가까이 다가가

네 몸을 비벼댔는지.

광야의 비바람을 가리고

설레는 입술을 잡고 말았는지. 

 

2009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2008 초판 1쇄. 마종기, 국경은 메마르다. 18-19쪽.

 

이렇게 메마른 국경. 우리는 이미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국경을 없애야 하는데, 지금은 더 거칠어지고 더 메말라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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