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시전집
김규동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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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규동 시인,  1925년에 세상에 나와 2011년에 돌아가시다. 작은 거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분. 전집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면 주위 사람들과 키 차이가 꽤 난다. 그리고 체격도 참으로 왜소하다. 그러나 김규동 시인을 회상한 사람들의 글과 그 자신의 글, 그리고 시를 보면 작은 체격에도 큰 마음을 품고 사신 분이 아닌가 한다.

 

군사독재시절에는 거리에 앞장서서 나서기도 했던 분이고, 시를 통해서도 현실이 정의롭지 못함을 고발한 분이기도 하다.

 

북쪽이 고향인데, 스승인 김기림 선생을 만나러 왔다가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 시인. 돌아가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교정을 본 것이 이 시전집이다.

 

시인의 시들이 거의 모두(혹시 발표되지 않은 원고를 누군가가 유고로 갖고 있는지는 모르니까) 실은 시집이 바로 이 시전집이다.

 

앞부분에는 김규동 시인의 생전에 활동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몇 장 있고, 사진도 그리 많지도 않다. 깔끔한 시인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발표된 시집 순서대로 - 중복된 것은 빼고 - 실려 있다. 뒷부분에는 미발표 시들과 이동순 교수의 김규동 시 해설이 실려 있다.

 

실로 한 시인의 모든 시들을 모아놓은 방대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인이 시로 활동한 것이 60년이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집 또한 적은 편, 작은 편에 든다고 할 수 있다.

 

1948년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한 시인이 2005년까지 9편의 시집을 냈다는 것은 다작이 아니라 과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치열하게 삶을 살았고, 시를 썼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김규동 시인은 '하나의 무덤'으로 먼저 다가왔다.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쟁까지 겪고도 아직까지 평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우리들에게 이 시는 '죽어서 비로소 하나가 된 함경도 어부의 아들인 미소년과 지리산 기슭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김일병이 어떻게 해서 한 무덤 속에 나란히 누워, 서로 손잡고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금강산을 다녀오며 평등하게 자유로이 살고 있다는 내용. 죽어서 비로소 형제의 우애를 굳게 맹서'하게 되었다고 하는 시.

 

이제는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함께 웃으며 함께 손잡고 다녀야 하지 않겠냐던 시인, 그런 시인이 결국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으니...

 

처음부터 시집을 주욱 읽어가다 보면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알 수 있고, 그럼에도 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시는 어떤 시인가를 알 수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사회로부터 도피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시를 통하여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다. 현실과의 만남, 그것이 바로 시인이 추구하는 시였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 투쟁을 위해서 희생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인의 삶이었던 분단된 삶. 이북에 두고온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시를 통하여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시인이 만났던 또다른 시인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시인들 중에 '목마와 숙녀'를 쓴 박인환에 대한 시가 가장 많다. 그만큼 시인에게는 요절한 박인환 시인이 안타까운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김규동 시인, 작은 몸집에 또 60평생 넘게 쓴 시치고는 작은 시집이지만 그 분의 삶은 컸고, 이 시집 또한 울림이 큰 시집이다.

 

9편의 시집을 순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비와 광장(1955년 산호장), 현대의 신화(1958년 덕연문화사), 죽음 속의 영웅(1977년 근역서재), 깨끗한 희망(1985년 창작과비평사), 하나의 세상(1987년 자유문학사), 오늘밤 기러기떼는(1989년 동광출판사), 생명의 노래(1991년 한길사), 길은 멀어도(시선집, 1991년 미래사), 느릅나무에게(2005년 창비), 미간 시편

 

 

여기에 김규동 시인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시인이 쓴 자전적 에세이 "나는 시인이다"를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시인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 내게는 김규동 시인의 대표작인 이 '하나의 무덤'을 여기에 적는 것으로 그의 시전집에 대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하나의 무덤

 

탱크를 몰고 나왔던

함경도 어부의 아들인 미소년과

지리산 기슭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김일병이

어떻게 해서

한 무덤 속에 나란히 누웠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세월이 흐르고

산천은 변했으나

여기서는 예포가 울리는 일도 없고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이도 없다

그들이 지녔던 일체의 쇠붙이는

흙에 묻혀 한줌 가루가 된 지 오래고

여러 짐슬들이

그들과 더불어 함께 놀고

구름이 또한 두 넋을 가상히 여겨

그들의 머리 위에 정답게 머문다

김일병이 미소년의 손을 잡고

지리산 한라산 구경하러 다녀왔는가 하면

미소년은

김일병과 어깨동무하여

백두산 금강산 개마고원도 돌아왔단다

오도가도 못하는 휴전선도

훨훨 날아다니며

해와 달을 벗하여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았다

남북의 두 젊은이는

통일된 삼천리 강토 위에서

평등하게 자유로이 살고 있다

이 허술한 언덕

잡초 우거진 남녘 기슭에

누가 억울한 두 전사자의 시체를

함께 묻어줬는지

잘은 모르지만

여기를 지나는 이는

죽어서 비로소

형제의 우애를 굳게 맹서한

젊은 남북 전사의 가엾은 넋 앞에

다만 머리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김규동 시전집, 창비. 2011년. 375-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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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2-1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사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장본인은 관저에 처 박혀서 시간 끌기로 나오고 있으니 정말 화가 납니다.

kinye91 2017-02-10 12:3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역사는 반복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어째 자꾸 안 좋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바로잡히겠지요. 곧.
 
GMO사피엔스의 시대 - 맞춤아기, 복제인간, 유전자변형기술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
폴 크뇌플러 지음, 김보은 옮김 / 반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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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경악했다. 이렇게까지 의학-과학기술이 발전했던가 하고, 이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하면서 읽었다. 복제인간에 대한 논의가 예전에 황우석의 실험조작으로 우리나라에서 꽤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은 있었지만...

 

아직은 인간복제는 먼 얘기구나 하고 있었는데, 먼 얘기가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여러 의학자, 과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고 실험되고 있다니...

 

인간복제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대상을 유전자로 삼아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유전자를 배아단계에서 변형, 조작함으로써 원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연구, 실험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고 하고. 착상전유전자진단법은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인간의 질병을 유전자변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하는데... 또한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도 꽤 발전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유전자에 변형을 가하는 것으로 쓰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인간복제로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두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창조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복제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둘 다 창조라는 영역을 개척하는 일인데,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의 분야에서 인간을 넘어서게 되자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경악하면서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없어질 직업을 살펴보기도 하고,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도 논의하게 되었다.  또한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지게 되면 이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인공지능은 생명체로 아직은 보지 않고 있으니, 복제인간보다는 덜 윤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인간을 위해서 장기를 적출한다거나 인간 대신에 죽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지닐 수도 있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인공지능으로도 경악을 금할 수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너무도 놀랐다. 의학-과학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나 싶을 정도였고, 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복제인간이 더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제인간은 감정을 지닌 생명체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서 복제인간 문제를 다루고 있기도 했다. 대부분이 암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복제인간 전 단계로 유전자변형인간에 대한 연구가 급속도로 진척되었다고 한다. 유전자변형인간을 이 책에서는 GMO사피엔스라고 하는데...

 

이미 유전자변형에 관해서 합법화한 나라도 있다고 하는데... 영국은 세부모체외수정법을 합법화했다고 하고, 중국에서도 유전자변형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잘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유전자변형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의 한계를 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변형 중에서 유전자편집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크리스퍼-Cas9 유전자 편집기술은 상당히 발전했고, 또 많이 연구되고 있다고 하는데...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가 잘라내고 그곳에 다른 유전자를 생성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컴퓨터에서 문서나 그림을 편집하듯이 우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 기술이 실험실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 기술을 아직은 사람에게 적용하지는 말자는 합의가 대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직까지다. 누군가가 사람에게 이 기술을 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과학적 명성이나 돈을 위해 시도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미 발견된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다른 분야에 적용할 것이다. 이 기술이 광범위하게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우리는 맞춤아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맞춤아기들은 자연스러운 생식과정을 거친 사람들보다 유전적으로 뛰어날 것이며, 이들이 인류의 상층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또 누구나 다 이렇게 돈만 있으면 맞춤아기를 만들어낼테니 자연스럽게 우생학과 연결이 되기도 한다. 어떤 기준으로 우월한 인간을 설정할테고, 그 설정에 따라 유전자를 편집할 것이다. 이것은 유전자편집기술이 상용화되면 자연스레 일어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인간의 유전자 다양성은 사라질 것이고, 이것이 또다른 재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유전자변형 실험을 하려는 의학자, 과학자는 최소한 ABCD라고 하는 네 가지 항목은 준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줄기세포배아연구 감독위원회의 승인과 감독 (의무적 승인 Approval), 생명윤리 교육을 우선 이수 (생명윤리 교육 Bioethics Training), 명확성과 투명성: 대중에게 정보 공개 (Clarity), 생체 내 응용 실험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Don't extend)이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하지는 않다. 누군가 생체 내 응용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발견된 기술을 쓰지 않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쓰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그것을 실험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던져진 주사위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이것은 특정 과학자나 정책입안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인공지능보다도 오히려 이러한 유전자변형인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 심각성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알려주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가 가끔은 나오지만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소위 GMO사피언스라고 하는 유전자변형인간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써나갔다.

 

지금, 우리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다. 읽고 지금 이러한 유전자변형인간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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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제왕적 대통령의 입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말이 나왔다.


「책상은 책상이다」를 쓴

페터 빅셀이 나자빠질 일이다.

달라지지 않는 일상에 지쳐

이름을 바꾸기 시작한 한 늙은 남자,

책상을 양탄자로

침대를 사진으로

신문을 침대로

거울을 의자로 등등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어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침묵했고 자기하고만 얘기하게 됐는데(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이런 소설 속 늙은 남자를 현실에서 만날 줄이야

 

미래 세대를 위해 자릴 비켜주지 않고 거리로 나오는,

어버이 아닌 어버이 연합

모든 자식들의 행복은 생각 없이 내 자식만 소중한,

엄마 아닌 엄마 부대

다름의 자유가 아닌 내 사상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자유 아닌 자유총연맹

자식에게 수십 억대의 말을 대주고

수십 억 재산에 여럿의 기업체를 운영하고

값비싼 의상실, 병원, 미용실을 다니며

국정을 제 말만으로도 주물렀던,

평범 아닌 평범한 가정 주부


자로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정치를 하시면

장차 무엇부터 하시렵니까

공자 말하길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하겠다

이름이란 명분이니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리롭지 못하면 일을 성공하지 못하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와 악이 일어날 수 없고

예와 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올바르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게 되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과 발을 놀릴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논어, 자로 편에서)


시민들은 말한다

말을 제 멋대로 쓰게 된다면

자기하고만 말하게 되고, 불통이 된다고

우리가 쓰는 언어를 함께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소통이고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그것이 명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책상은 책상이니까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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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2-08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자격도 안되는 모지리를 개누리당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둥 허상을 만들어 내 국민 모두가 철저히 속아서 지금 그 죄의 고통을 겪고
있네요 지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를
바라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이라 조속히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에는 반드시 부역자들과 조역자들도 단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kinye91 2017-02-08 08:49   좋아요 1 | URL
이번 사태로 정치제도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들이 정신 바짝 차린다면요.
 

  참 무지하게도 살았다. 이런 사실을 시를 읽고야 알게 되다니.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거의 망해서 대부분의 종자가 다국적기업에 넘어갔다고 알고 있었지만, 우리들 밥상에 오르는 청양고추까지 그럴 줄이야.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넘어갔는데, 그에 따른 로열티 지불이 만만치 않은데도, 이렇게 무지하게 살아왔다니... 충격이었다.

 

  요즘은 조류독감으로 인하여 (AI라는 말을 쓰는데, 그냥 처음에 썼던 용어를 쓰기로 한다) 달결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미국산 달걀을 수입해서 시중에 유통한다고 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 비행기로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라, 여기에 들어가는 연료만 해도 엄청난데, 게다가 방역작업까지 해야 하는, 그런 절차를 거쳐 수입한 달걀들...

 

달걀만이 아니었음을, 알고보면 우리는 종자를 팔아넘겼기 때문에 작물을 우리가 키우더라도 그 작품에 대한 특허권료를 다국적기업에 지불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시.

 

너무도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을 모르고 넘어가는 세태를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씨 없는 나라

 

청양고추 씨앗 미국에 팔린 지 오래

한여름 고추, 된장에 푹 찍어 매운 맛 볼 때

그 맛 몬산토에 달러 내고 사 먹는 나라

이 나라 사람 고추장 먹어야 힘낸다며

외국 나갈 때마다 로열티 낸 고추로 담은

종자 사 먹는 나라

씨 없는 대한민국.

 

정일근, 소금성자, 산지니. 2015년. 45쪽.

 

청양고추를 먹으면 정말 로열티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인 녹림수산식품기획평가원의 이 블로그를 참조하시길.

 

http://blog.naver.com/ipet1002/220670584150

 

이 시와 더불어 우리네 밥상이 위협받게 된 현실을 그린 시 한 편. 이런 일들이 바로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닌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

 

우리는 바다에 참 많은 것을 버렸지. 그 바다가 우리의 밥상인 줄도 모르고.

 

바다의 적바림 · 15

 

  모두 다 받아줘서 바다라고 했다. 마침내 원자력발전소까지 받아준 바다가 말한다. 봐라봐라, 봐라봐라, 이 바다 사람이 다 받아야 할 밥상이다.

 

정일근, 소금성자, 산지니. 2015년.  39쪽.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있었다. 내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들이었고.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시로 발언하고, 시로 실천하고, 시로 존재한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은 그런 실천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먹을거리부터 좀 살펴야겠다. 내 생활을 살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시다. 나로 하여금 자기의 생활을 되돌아 보게 한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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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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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해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패자가 없다면 역사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자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이지만, 그 역사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또는 안다는 것은 승자를 알아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패자를 알아야 한다. 그만큼 역사에서 패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록이 남지 않아 쉽게 잊혀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꼭 패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에 자신의 온몸을 바친 사람들이다. 물론 이 중에는 나중에 평가가 달라진 인물도 있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 중에는 김지하와 박노해를 들 수 있다) 그것이 그 당시 그 사람의 실천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렇다고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 더 많다. 한 세기를 살아간 사람들 중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마는,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다.

 

특히나 일본인과 같은 경우는 처음 듣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우리는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 일본인들 중에서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면 일본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알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저자인 서경식이 일본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제국주의 일본에서도 전쟁을 반대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 평화주의자들도 꽤 많았음을, 그것이 일본과 우리의 역사투쟁이 단지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서 벌어지면 안 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이 서로 협력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다. 그들의 국적은 무시하고 태생이 일본인인 사람들을 모두 골랐다.

 

잭 시라이. 사에키 유조, 아이미쓰, 가모이 레이, 마키무라 고우, 오구마 히데오, 하라 다미키, 가네코 후미코, 하세가와 다루, 오자키 호쓰미, 가와카미 하지메, 에브리 만(실제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가네코 후미코 외에는 잘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래도 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지, 일본에서도 이렇게 고뇌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 연대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인물들도 다루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인물들이야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사람들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도 조문상, 이진우, 양정명이란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처럼 이름을 드러낼 수 없고, 또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계에 맞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한 사람들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들의 삶, 결국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지혜로운 사람의 삶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의 삶일테고, 그렇지만 역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발전시킨다고 했으니... 이들로 인해 역사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역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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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043 2017-02-0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