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해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패자가 없다면 역사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자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이지만, 그 역사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또는 안다는 것은 승자를 알아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패자를 알아야 한다. 그만큼 역사에서 패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록이 남지 않아 쉽게 잊혀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꼭 패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에 자신의 온몸을 바친 사람들이다. 물론 이 중에는 나중에 평가가 달라진 인물도 있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 중에는 김지하와 박노해를 들 수 있다) 그것이 그 당시 그 사람의 실천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렇다고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 더 많다. 한 세기를 살아간 사람들 중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마는,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다.

 

특히나 일본인과 같은 경우는 처음 듣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우리는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 일본인들 중에서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면 일본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알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저자인 서경식이 일본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제국주의 일본에서도 전쟁을 반대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 평화주의자들도 꽤 많았음을, 그것이 일본과 우리의 역사투쟁이 단지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서 벌어지면 안 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이 서로 협력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다. 그들의 국적은 무시하고 태생이 일본인인 사람들을 모두 골랐다.

 

잭 시라이. 사에키 유조, 아이미쓰, 가모이 레이, 마키무라 고우, 오구마 히데오, 하라 다미키, 가네코 후미코, 하세가와 다루, 오자키 호쓰미, 가와카미 하지메, 에브리 만(실제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가네코 후미코 외에는 잘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래도 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지, 일본에서도 이렇게 고뇌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 연대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인물들도 다루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인물들이야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사람들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도 조문상, 이진우, 양정명이란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처럼 이름을 드러낼 수 없고, 또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계에 맞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한 사람들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들의 삶, 결국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지혜로운 사람의 삶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의 삶일테고, 그렇지만 역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발전시킨다고 했으니... 이들로 인해 역사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역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043 2017-02-0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