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무지하게도 살았다. 이런 사실을 시를 읽고야 알게 되다니.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거의 망해서 대부분의 종자가 다국적기업에 넘어갔다고 알고 있었지만, 우리들 밥상에 오르는 청양고추까지 그럴 줄이야.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넘어갔는데, 그에 따른 로열티 지불이 만만치 않은데도, 이렇게 무지하게 살아왔다니... 충격이었다.

 

  요즘은 조류독감으로 인하여 (AI라는 말을 쓰는데, 그냥 처음에 썼던 용어를 쓰기로 한다) 달결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미국산 달걀을 수입해서 시중에 유통한다고 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 비행기로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라, 여기에 들어가는 연료만 해도 엄청난데, 게다가 방역작업까지 해야 하는, 그런 절차를 거쳐 수입한 달걀들...

 

달걀만이 아니었음을, 알고보면 우리는 종자를 팔아넘겼기 때문에 작물을 우리가 키우더라도 그 작품에 대한 특허권료를 다국적기업에 지불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시.

 

너무도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을 모르고 넘어가는 세태를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씨 없는 나라

 

청양고추 씨앗 미국에 팔린 지 오래

한여름 고추, 된장에 푹 찍어 매운 맛 볼 때

그 맛 몬산토에 달러 내고 사 먹는 나라

이 나라 사람 고추장 먹어야 힘낸다며

외국 나갈 때마다 로열티 낸 고추로 담은

종자 사 먹는 나라

씨 없는 대한민국.

 

정일근, 소금성자, 산지니. 2015년. 45쪽.

 

청양고추를 먹으면 정말 로열티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인 녹림수산식품기획평가원의 이 블로그를 참조하시길.

 

http://blog.naver.com/ipet1002/220670584150

 

이 시와 더불어 우리네 밥상이 위협받게 된 현실을 그린 시 한 편. 이런 일들이 바로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닌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

 

우리는 바다에 참 많은 것을 버렸지. 그 바다가 우리의 밥상인 줄도 모르고.

 

바다의 적바림 · 15

 

  모두 다 받아줘서 바다라고 했다. 마침내 원자력발전소까지 받아준 바다가 말한다. 봐라봐라, 봐라봐라, 이 바다 사람이 다 받아야 할 밥상이다.

 

정일근, 소금성자, 산지니. 2015년.  39쪽.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있었다. 내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들이었고.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시로 발언하고, 시로 실천하고, 시로 존재한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은 그런 실천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먹을거리부터 좀 살펴야겠다. 내 생활을 살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시다. 나로 하여금 자기의 생활을 되돌아 보게 한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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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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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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