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신호다

 

위로 위로 쌓아 올린다

점점 높아지고 무거워질수록

출렁출렁 흔들려도

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

땅 속 물은 점점 줄어들어간다

한 번의 충격으로도

기우뚱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져 버리는

생명들

 

내 손으로 올린 건물

내 손으로 퍼낸 생수

내 손으로 없앤 안전

 

도시를

나라를

세계를

세월호로

만드는

개발

 

쓸데없는 증축으로

끊임없는 퍼냄으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지진이 알려주는

신호

 

문맹에서

벗어나라는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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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지 못한 출석부
박일환 지음 / 나라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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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참 어렵다. 한때 의식화 교사를 뽑지 않겠다는 의지로, 지금의 블랙리스트와는 좀 다르지만 교사 채용 시험에 교사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는 노동자인가, 성직자인가, 전문가인가? 지금에 와서는 헛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겠지만 당시에 교사를 뽑는 정권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질문이었나 보다.

 

노동자라고 하면 의식화 교사가 될 것이고, 성직자라고 하면 무한한 희생을 하는 교사가 될 것이고, 전문가라고 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하여튼, 교사를 이렇게 어느 한 분야로 축소할 수가 있을까 싶다.

 

교사는 모두여야 하고, 또 하나여야 한다. 즉, 교사는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고, 그렇지만 교사라는 것을 늘 잊지 않아야 하는 존재다. 이게 바로 '교사'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에는 늘 학생이 함께 한다.  학생이 없는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에게 학생은 하나가 아닌 전부다. 그렇지만 교사에게 학생은 자신을 늘 괴롭히는 존재다. 어떻게 해야 학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학생으로 인해 괴롭지 않은 교사, 과연 그런 교사가 있을까? 교사의 일상은 학생으로부터 시작해서 학생으로 끝난다. 그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교사와 학생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이 너무도 많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쌓여 있는 장벽, 그 장벽을 하나하나 허물어가야 교사와 학생이 마주 서게 된다. 마주 선 다음 손을 잡게 된다. 손을 잡고 함께 가게 된다.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때부터 교사와 학생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참 이상적인 얘기다. 이렇게까지 교사와 학생 사이에 놓인 장벽들을 부순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 그러니 스승이라는 말이 아직 살아있고 교사라는 말보다는 선생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겠지.

 

이런 교사의 모습을 이 시집에서 볼 수 있다.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집을 읽다보면 학생과 하나가 되려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있는 장벽을 부수려고 하는 교사를 만나게 된다. 이런 교사가 있어 학생들이 웃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에 낸 청소년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에서 시적 화자가 청소년들이었다면, 이 시집에서 화자는 '교사'다. '교육 시집'이라고 한다.

 

'교사'의 관점에서 시인이 학교를 그만두기까지 느꼈던 일들이 시에 잘 나타나 있다. 하여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막막함을 시를 통해서 만날 수 있고,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자신들의 살 길을 찾아 나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학생들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 주는 교사의 모습도 만날 수 있고, 이런 현실에서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교사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한편 한편의 시를 따로 읽어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읽으면 학생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교사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시를 읽으며 어두운 우리 교육현실 속에서도 밝은 희망을 발견할 수가 있다.

 

단 한 줄 그 짧음 속에 들어 있는 촌철살인 시... 이게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 현주소를 이제는 옮겨야 하는데...

 

한석봉과 어머니

 

나는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칠 테니 너는 학원에 다니거라!

 

박일환, 덮지 못한 출석부. 나라말. 2017년. 90쪽.

 

아마 다 알 것이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현대판 한석봉들, 그들이 학원만 다닐까? 아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꿈틀거림이 있다. 교사-시인은(본인은 시인-교사가 되었어야 한다(154쪽)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학생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경칩

 

교실마다 뛰쳐나오고 싶은 개구리들이

뒷다리에 잔뜩 힘을 모으고 있다.

 

박일환, 덮지 못한 출석부. 나라말. 2017년. 94쪽.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다. 땅이 꽁꽁 얼어 있어도 그 땅을 헤치고 개구리들은 뛰쳐 나온다. 우리 학생들도 그렇다. 그런 학생들을 볼 수 있는 교사, 시인이다.

 

이제 교사-시인은 학교를 그만두었다. 시 '경칩'에서 학생들이 '뒷다리에 잔뜩 힘을 모으고 있'듯이, 시인은 이제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라는 곳에 뛰어들어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뒷다리에  잔뜩 힘을 모으고' 뛰어오르고 있다. 사회라는 땅 위로. 

 

그래서 이제 교사-시인은 시인-교사가 될 것이다. 교사가 꼭 학교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시를 통해 청소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어떤 길을 보여주는 그런 시인으로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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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청소년 시집을 읽고 있는 중.

 

  많은 생각을 하게하기보다는 읽으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그런 시집들이다.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시는 우리의 일상을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시인들은 청소년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시집이 청소년 시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를 시로 썼다면 이 시집은 제목부터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독립적이지만 연작소설처럼 시의 내용이 연결이 된다. 몇몇의 아이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밖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 학교를 벗어난 것은 많은 것을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지우와 나-14쪽) 또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학교는 어른이 되기 전에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학교 밖에도 길은 많다는 것을, 그렇게 담쟁이가 벽을 길로 삼아 가듯이(벽은 길이다 - 24쪽), 이 청소년들 역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가 이 청소년들에게 해줘야 할 말, 바로 '괜찮아'란 말. 고 장영희 교수의 수필에도 이 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시집에서도 이 말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이라는 표현을 달고 나온다.

 

그렇다. 힘들어 하는, 방황하는, 길을 찾지 못해 잠시 멈춰 있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괜찮아'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을 아시나요?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다가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 때

올라타면 지친 나를 태우고 터벅터벅

낙타처럼 끈기 있게 걸어가는 말

 

외롭고 추운 눈밭에서도

나를 떨어뜨리지 않고 터벅터벅

소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말

 

아무리 추울 때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아

그 말 등에 타기만 하면

핫팩을 백 개는 가진 것 같은

 

내겐 그런 말이 있는데요

나는 가끔씩 그 말에 올라타요

 

학교를 그만둔 날

엄마가 내게 해 준

괜찮다는 말

 

김애란, 난 학교 밖 아이, 창비교육.  2017년. 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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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6월의 함성과 미래의 목소리
대구참여연대 엮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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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특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한 무더기로 그냥 평가받을 때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 대표적인 것이 지역 차별이다.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 여기에 개인은 없다. 민주국가라면 시민은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지역 차별이다.

 

그런데 역차별도 있다. 힘이 없어서 차별받는 경우도 있지만, 힘이 있어서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 차별은 어떤 불이익이라기보다는 경원시된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그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대구 아닌가 싶다. 대구에서 대통령이 많이 나왔고, 소위 TK라고 하여 대구, 경북에서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니, 이들 지역 출신은 어떤 특혜를 받는다는 인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기에 더해 대구 경북 지역하면 보수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역시 차별이다. 대구 경북 지역이라고 해서 모두가 보수일 리도 없고, 모든 일에서 다 보수일 수도 없다.

 

또한 보수라는 말이 악용되어서 그렇지 보수란 좋은 의미 아니던가. 몇몇 수구세력들에 의해 보수라는 말이 잘못 쓰였고, 그 잘못 쓰인 말이 특정 지역에 덧씌워져서 모두가 그런 양 도매로 넘어가게 된 경우라고 하겠다.

 

인식이 어떻든 대구에도 진보적인 사람이 있고, 보수적인 사람, 수구적인 사람, 중도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대구를 재단하는 일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구에서 일어난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에 대하여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이 그 당시 세대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기록으로 남긴 책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진보적인 움직임이 많았고, 독재가 판칠 때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들고 일어난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

 

우리나라가 그나마 절차적 민주주의를 마련하는데 대구 역시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 엄혹했던 80년대를 지내면서 87년 민주화 운동 당시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단지 87년 6월 민주화 운동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1960년에는 이승만 독재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60-70년대를 통해서는 박정희 군사 독재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던 대구가 대대적인 탄압으로 움츠러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민주 투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도시였다는 것.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에 함께 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여 국민 주권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책의 말미에 요즘 대구 청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민주주의를 배반한 대통령은 지역 유무를 떠나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민주주의 실현 여부를 따지는 그런 세대들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대구의 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이나 광주의 기록은 많다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대구의 기록은 적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때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니, 각 지역이 자신의 지역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것을 통해서 후대 세대들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벌써 30년 전 87년 민주화 운동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은 바로 2016년 촛불집회, 그리고 2017년 탄핵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과 같다.

 

이것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한층 더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을 때 더 큰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지금 50대들에겐 30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젊은이들에겐 지금은 꼰대처럼 보이는 기성세대들도 자신들과 같이 열정을 지니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더 소중한 책이기도 하고.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늘 고맙고,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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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6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집의 뒷부분에 청소년과의 좌담이 실려 있다. 이번 좌담은 이 시집을 낸 시인의 제자들과 시인이 하고 있다.

 

시인은 그 좌담에서 '이장근 학교'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학교를 다닌 것과 같다는 의미다.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시인이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을 좌담에서 느낄 수 있는데, 시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왜 시에서 멀어지는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시를 분석하거나 또는 상징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시를 자꾸만 멀어지게 하는 교육, 그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런 시집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읽고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 가령 이런 시

 

  아르마딜로

 

등 뒤에서 느껴지던 따가운 눈빛

이젠 견딜 만하다

 

갑옷처럼 딱딱해진 등

나는 전교 1등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등 밖에 있는 것

 

공처럼 몸을 말고 새벽 쪽잠을 잔다

전교 2등이 될까 봐

 

이장근, 파울볼은 없다, 창비교육. 2016년 초판 1쇄. 47쪽.

 

 

슬프다. 이렇게 성적으로 줄 세우고, 그 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돌 말아버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런 현실이.

 

성적에 찌들어 사는 아이들, 이런 시를 읽으며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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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