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청소년 시집을 읽고 있는 중.
많은 생각을 하게하기보다는 읽으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그런 시집들이다.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시는 우리의 일상을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시인들은 청소년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시집이 청소년 시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를 시로 썼다면 이 시집은 제목부터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독립적이지만 연작소설처럼 시의 내용이 연결이 된다. 몇몇의 아이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밖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 학교를 벗어난 것은 많은 것을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지우와 나-14쪽) 또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학교는 어른이 되기 전에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학교 밖에도 길은 많다는 것을, 그렇게 담쟁이가 벽을 길로 삼아 가듯이(벽은 길이다 - 24쪽), 이 청소년들 역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가 이 청소년들에게 해줘야 할 말, 바로 '괜찮아'란 말. 고 장영희 교수의 수필에도 이 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시집에서도 이 말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이라는 표현을 달고 나온다.
그렇다. 힘들어 하는, 방황하는, 길을 찾지 못해 잠시 멈춰 있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괜찮아'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을 아시나요?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다가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 때
올라타면 지친 나를 태우고 터벅터벅
낙타처럼 끈기 있게 걸어가는 말
외롭고 추운 눈밭에서도
나를 떨어뜨리지 않고 터벅터벅
소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말
아무리 추울 때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아
그 말 등에 타기만 하면
핫팩을 백 개는 가진 것 같은
내겐 그런 말이 있는데요
나는 가끔씩 그 말에 올라타요
학교를 그만둔 날
엄마가 내게 해 준
괜찮다는 말
김애란, 난 학교 밖 아이, 창비교육. 2017년. 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