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홍수열 지음 / 슬로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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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인천이 시끄럽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해야 하는데, 현재 인천에 있는 매립장이 2025년이면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예전에 난지도가 그런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었는데...


인천에 있는 매립장도 이제는 쓰레기 매립장으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다른 장소로 거듭나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쓰레기 매립장이 아예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소만 바꿔가면서 계속 존재해야 한다.


우리 마을만 아니면 돼! 이래서는 안된다. 쓰레기가 나오는 한, 매립장은 필요하다. 매립장과 더불어 소각장도 필요한데, 우리 마을은 안돼!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 된다는,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곳, 또는 내 이권이 걸려 있는 곳에는 안 된다는 주장. 하여 쓰레기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문제가 되는데... 마음이 답답한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쓰레기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위생 처리를 한답시고 일회용품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고, 물휴지나 손소독제 또 배달음식 등등 엄청나게 많은 한번 쓰고 다시 쓰지 않는 물품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감염병을 막을지는 몰라도 환경을 해치는 일은 더 강화되고 있는 중.


이런 와중에 재활용 문제도 불거졌다. 재활용 하는 비용이 늘고, 수익은 줄어 재활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인류의 풍요가 지구에게는 쓰레기 양산이 된 셈.


그러니 재사용, 재활용이 중요해졌는데, 자원의 순환은 오래 전 말이 되었지만, 그나마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부분은 재활용에 동참하는데...


그냥 나는 재활용했다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또 내가 얼마나 재활용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 이 책을 읽고 이 사이트를 참고해도 좋겠다.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라는 방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DsY_Yt_RV8&list=PLlZ5M5w5sAwug-b4Tgyg-G-WBmgsIAI3V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이 책에서는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용어 구분부터 해주고 있고, 어떤 물건이 재활용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우리 실생활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통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우리가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모든 것들을 잘 알려주고 있어서 매우 유용한데, 읽으면서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재사용, 재활용은 꼭 필요하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가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흡연이 쓰레기 문제와 관련되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 담배꽁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것. 그래서 이 꽁초들을 하수구에 버리면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우리에게 농축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 책에 있는 이 부분, 흡연자들이 꼭 읽고 명심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종이로 잘못 알고 있는데 담배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재질의 플라스틱입니다. ... 실내 흡연이 금지되면서 거리로 나온 흡연자들은 타고 남은 꽁초를 길바닥이나 빗물관에 아무렇게나 버립니다. 꽁초들은 빗물관을 통해 강으로 가죠. 도심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중 바다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담배꽁초라고 봅니다. (86쪽)


이거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담배가 간접 흡연의 위험을 넘어 전 인류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단지 흡연을 연기만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꽁초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내용은 바로 모든 물건이 재활용되지는 않는다는 것. 우리가 분리배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재활용센터에서는 재활용하는 물품에 한계가 있다는 것. 재활용센터에서 분류할 때 손바닥 크기보다 커야 제대로 분류를 하고, 그것보다 작은 것은 분류하기 힘들어 쓰레기로 처리된다는 사실.


차라리 이들의 일손을 줄여주기 위해서 손바닥보다 작은 빨대와 같은 것들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문제가 있다. 이 작은 것들을 한데 모아 보낼 수 있으면 될텐데, 여전히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읽으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내 분리 배출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 이 책을 늘 볼 수 있는 곳에 놓고 수시로 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분리배출을 하고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덜 써서 물건들의 양을 줄이는 일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 내 풍요가 지구를 더 힘들게 한다면 내가 조금 덜 풍요롭더라도 지구가, 우리 모두가 덜 힘들 수 있다면 그런 생활이 더 만족스러운 생활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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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1-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꽁초!!!충격이네요. 스크럽세안제나 치약의.그 까끌까끌한 성분이.플라스틱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만큼

kinye91 2021-01-04 14:42   좋아요 0 | URL
저도 꽤 놀랐어요. 담배가 해롭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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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많은 일들에 대한 책임이 결국 우리에게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풍요로웠고라는 말에서 이때 나는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하는, 또는 그에 준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 중에 먹고 살 만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구 상에 인류가 나타난 이래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풍요를 지구 상 모든 존재들이 함께 누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인류는 다른 종들, 다른 존재들 위에 군림하면서 그런 풍요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것만이라면 인간이라는 이유로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인간 중에서도 어느 나라에 사느냐,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풍요의 정도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넘쳐나는 풍요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하루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풍요로워진 만큼 불평등 또한 심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풍요가 지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가, 과학자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 제시된 통계를 보면 기후위기는 명백하다. 거기에 대해서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런 호프는 많은 사례들을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가 쓴 책이라기보다는 이웃 사람이 차분하게 기후위기에 대해서 들려준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몇 년 내로 지구는 위기에 처하고 인류에게는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과학을 하는 여성이지만, 대중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려면 대중에게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이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지는 않으며 적어도 가끔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191쪽)

 

이렇게 자런 호프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참 멀게 느껴지는 변화겠지만 개개인의 변화는 결국 집단의 변화를 일으키게 됨을 명심하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부터 행동은 변화한다. 그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사회정책의 변화도 함께 가야 하지만, 자신의 변화와 더불어 가야 한다. 사회정책이 변하기만을 기다리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나치게 풍요로워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는데, 적게 갖고 적게 쓰는 것. 자신의 삶을 부풀리려고만 하지 말고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하는 것.

 

당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책의 말미에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거대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읽어야 한다. 이런 책을. 그리고 변해야 한다. 우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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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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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옳은 말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소수자 문제가 생기고, 차별이 생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틀림을 인정하지 않아서 소수자 문제가 생기고, 차별이 생기기도 한다. 아니, 차별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틀림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생기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틀림을 다름으로 치환하며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 다름으로 치환하면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틀린 견해도 다른 견해로 여기며 수용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물론 내 견해가 틀렸을 수도 있다. 틀린 내 견해를 다른 견해로 받아들여 달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만든 책이다. 뜨끔하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 이 책은 신랄하다. 신랄한 만큼 반발도 많을 수 있다.

 

그게 이 책이 의도한 바이기도 할 것이다. 반발이 있어야 재반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반발도 없이 넘어가는 것, 토론이 되지 않는다. 토론이 되지 않으면 그게 문제인지 제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인데, 문제로 제기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틀림을 다름으로 치환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일 것이다.

 

저자인 위근우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공통의 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더 가차 없이 나의 '옳음'의 근거를 확보하고 상대의 '틀림'을 논박하는 논의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적 태도란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다. 서로의 의견 차를 '다름'이라는 말로 쉽게 인정한다면 우리는 서로 옳고 그름을 합의할 최소한의 근거를 아예 잃어버린다. 이것은 절대적이거나 초월적인 관점이다. 관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교조적이다. 우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격렬한 논의 안에 뛰어들어 수많은 목소리와 경쟁해야 한다. 그 불편한 과정을 회피한 채 서둘러 절충안을 찾고 합의하려는 것, 그것이 강요된 화해다. 그리고 이러한 화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사회적 통념의 편에 선다. (7쪽)

 

어쩌면 학교 다닐 때 배웠던 황희의 일화를 우리의 삶에 주욱 실천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네 말도 맞다. 네 말도 맞다. 허허... 이런... 그러니 모두 맞다고. 판단을 하지 말라고. 그건 아니다. 분명 옳고 그름은 있다.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는 것, 상대의 옳음을 듣는 것. 그래서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것. 절충이 아니라 옳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토론이다. 그리고 이런 토론을 통해서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 다름은 옳고 그름의 다름이 아니라 상대와 내가 같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다름이고, 그것은 상대의 견해가 옳고 그른지와는 관계가 없다. 우리는 상대를 다른 존재로, 상대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지만, 견해가 틀렸을 때도 다르다고 해서는 안된다.

 

이 책에 나오는 것 중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과격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말. 왜 과격해졌을까? 권력을 쥔 자들이 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을 통해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알릴 길이 없기 때문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알리는 것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과격함인데 그것을 가지고 반대한다? 그건 결국 그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약자들의 주장하는 방식이 과격하다고 해서 그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그 과격한 방식을 다르다고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반대로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이 옳을지라도 과격한 방법은 틀린 거라고. 그건 강자의 논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 논리는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라고 한다.

 

격쟁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호소하는 일. 그러나 격쟁에도 처벌이 따랐다고 한다. 격쟁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 행위 자체에 벌을 준 것. 과격함을 잘못됨으로 판단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고 한다. 그때도 그랬는데, 현대에 와서 과격함만으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묻어버리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근우는 꾸준히 자신이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쓴다.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토론하자고 한다. 자, 나는 이렇게 불편하다. 이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불편한 것은 그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릇된 것이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반박하라고, 그래서 토론을 하자고. 공론의 장을 만들자고.

 

글쓰기의 실천적 힘은 독립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논의의 맥락 위에서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의가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치열해질수록, 세계에 대한 유의미한 쟁점들이 가시화되며 합의를 위한 공통의 토대가 조금씩 만들어진다.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공론장 안에서 충분히 성숙해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획기적인 발상 역시 등장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천재적이진 않지만 성실한 글쓰기로 논의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곳의 일원이고 싶다. (9쪽)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아직은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고 있기에. 권력 있는 자들은 그름을 다름으로 포장하야 논쟁을 하지 않고 그냥 인정하라고 한다. 그렇게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유야무야 논쟁을 없앤다.

 

이제는 다름이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일에는 모두가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 책에 참 많은 사례들이 나와 있는데, 그 사례들에 대한 위근우의 주장을 읽고 그 근거들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주장을 공론장으로 끌어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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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 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
진천규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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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편견 없이 읽기는 힘들다. 그동안 내게 쌓여 있던 배경지식들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들, 들었던 것들, 보았던 것들,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자리를 잡고 내 시각을 고정하고 있다. 이런 시각의 틀에 맞지 않는 책은 끝까지 읽기 힘들다.

 

책읽기도 그런데, 정치체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우리가 흔히 보수다 진보다라고 편 가르기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수도 진보도 사람들 삶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사상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살게 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데 그 방향이 다를 뿐이라고 하면 되는데,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인 것이 바로 이런 이념이다.

 

여기에 더 심한 것이 바로 남북 관계다.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가고, 한창 전쟁 발발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평화체제로 가기도 하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남북관계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리 긴장이 고조되어도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지니고 일상생활을 유지해 가고 있다. 아무리 북한의 침략 위협 운운해도 사람들의 삶은 평온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북한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알 수가 없다. 철의 장막, 죽의 장막, 인의 장막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다. 그 장벽을 깨뜨리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노력을 한 사람을 오히려 종북좌파라고 몰아부치면서 우리 사회에서 추방한 것이 남한의 모습이라면, 자본주의를 선전하려는 사람이라고 추방당하는 것이 북한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남과 북은 서로가 서로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가려져 있을 뿐이다. 가릴 뿐이다. 사실을 알리려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흘리거나 또는 사실을 왜곡한 정보만을 유출할 뿐이다.

 

사실보다는 온갖 추론과 상상만 난무하는 것이 남북관계다. 그래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볼 때는 아주 특이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내 눈에 있는 안경 색깔에 맞춰 그 사회가 보인다. 남한도 북한도 그러한 안경을 아직은 벗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진기자 출신이지만 미국 영주권이 있는 진천규가 북한을 단독 취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단독취재라? 북한이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천규는 이것이 편견임을 보여주고 있다. 단독취재를 하면서 그는 평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삶을 자유롭게(?-완전히 자유롭게 취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안내원이 늘 따라다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취재와는 다르게 꽤 자율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취재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들이 사는 아파트에도 들어가 보고, 지하철도 타보고, 버스도 또 산책도 하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 기록을 했다.

 

그가 느낀 것을 하나로 정리하면 평양에 살고 있는 사람도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또 미국의 대북제재 이후 어렵게 살아서 얼굴에 궁색함이 가득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그들의 삶에 만족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없는 것. 그럼에도 진천규의 사진이나 글에서 평양 사람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지 않겠는가.

 

북한 사람들의 삶이 우리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또 하나의 편견임을 이 책에서 진천규는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나름 자유롭게 취재를 하면서 북한의 실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남과 북이 하루 빨리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체제를 마련하여 함께 교류하며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자유롭게 교류를 한다면 서로가 지녔던 편견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체제가 달라 막혀 있는 교류의 길을 풀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왕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도 이룰 수 있다. 통일을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남과 북은 서로를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고(유엔에 동시 가입이 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상에 세상 어느 나라도 거의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데, 말이 통하는 단 하나의 나라만 여행을 할 수 없는 세상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서로가 오해를 쌓고 그 오해가 쌓이고 쌓여 서로를 불신하면서 계속 담을 쌓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쌓였던 오해도 풀리게 된다. 그런 오해를 푸는 디딤돌로 이 책은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진천규는 또 통일TV라고 하여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는 방송을 하려고 한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를 안경 없이 바라보고 만날 때 통일의 시간도 조금 더 빨라질 것이다. 이제 평양과 서울의 표준 시간은 같다고 한다. 시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평화로워야 하니까 말이다. 북한에 대한 편견을 덜어버릴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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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 - 임승수의 방구석 경제수업
임승수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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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런 질문을 한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무엇? 그러면 공산주의요! 하는 대답이 곧장 들려온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일텐데, 또는 전체주의일텐데, 쉽게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라고 말을 한다. 같은 층위에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 분단된 나라에서 살다보니 우리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것이 있었던 나라에서, 공안 검사들이 꽤 힘을 발휘했던 나라에서, 지금도 종북이라는 말이 상대를 옭아매는데 더없이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사회주의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반대가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상대가 되는 체제는 자본주의다. 이렇게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논쟁이 된다.

 

이념으로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어떤 체제가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나를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좀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상대를 억압하고 억누르고 없애기 위해서 하는 토론이 아니라.

 

따라서 이 책은 소중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들 개념을 정리해주고 있고, 왜 이런 체제를 옹호하는지를 두 인물을 통해서 잘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소유와 오평등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장점과 단점, 사회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짚어주고 있다. 두 체제가 완벽하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체제는 없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삶에 유리한 쪽으로 체제를 바꾸어나갈 뿐이다.

 

따라서 어느 고정된 체제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두 체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써 좀더 나은 체제로 수렴되어야 한다.

 

주장은 마음껏 발산되어야 하지만 삶을 통해서 수렴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수렴된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사회주의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주의에서 실현했던 제도나 또는 이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라고 해도 모든 것이 민영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것을 민영화할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극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고 소외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계도 위협받는 지경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사회주의적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자본주의 요소와 사회주의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두 체제가 갖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이 된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는 두 체제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택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 체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무시할 수 없지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자유라는 개념이 흘러가는 것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두 체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우리들의 삶에 어떤 체제가 더 좋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레드- 콤플렉스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처럼 버젓이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책의 구성이 청소년들이 두 체제를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두 체제에 대한 기본 지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찬반, 사회주의에 대한 찬반,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고 한 것이 느껴진다.

 

꼭 어느 체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절충도 가능하다. 세상은 이렇게 두 체제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을 읽으며 우리들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체제는 적어도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 생각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몫이겠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책읽기에 응모해 당첨되었다. 덕분에 잘 읽었다. 우리학교 출판사,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청소년들이 지혜로워지는데 도움이 되는 출판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책 꾸준히 많이 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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