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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홍수열 지음 / 슬로비 / 2020년 9월
평점 :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인천이 시끄럽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해야 하는데, 현재 인천에 있는 매립장이 2025년이면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예전에 난지도가 그런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었는데...
인천에 있는 매립장도 이제는 쓰레기 매립장으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다른 장소로 거듭나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쓰레기 매립장이 아예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소만 바꿔가면서 계속 존재해야 한다.
우리 마을만 아니면 돼! 이래서는 안된다. 쓰레기가 나오는 한, 매립장은 필요하다. 매립장과 더불어 소각장도 필요한데, 우리 마을은 안돼!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 된다는,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곳, 또는 내 이권이 걸려 있는 곳에는 안 된다는 주장. 하여 쓰레기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문제가 되는데... 마음이 답답한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쓰레기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위생 처리를 한답시고 일회용품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고, 물휴지나 손소독제 또 배달음식 등등 엄청나게 많은 한번 쓰고 다시 쓰지 않는 물품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감염병을 막을지는 몰라도 환경을 해치는 일은 더 강화되고 있는 중.
이런 와중에 재활용 문제도 불거졌다. 재활용 하는 비용이 늘고, 수익은 줄어 재활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인류의 풍요가 지구에게는 쓰레기 양산이 된 셈.
그러니 재사용, 재활용이 중요해졌는데, 자원의 순환은 오래 전 말이 되었지만, 그나마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부분은 재활용에 동참하는데...
그냥 나는 재활용했다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또 내가 얼마나 재활용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 이 책을 읽고 이 사이트를 참고해도 좋겠다.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라는 방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DsY_Yt_RV8&list=PLlZ5M5w5sAwug-b4Tgyg-G-WBmgsIAI3V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이 책에서는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용어 구분부터 해주고 있고, 어떤 물건이 재활용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우리 실생활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통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우리가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모든 것들을 잘 알려주고 있어서 매우 유용한데, 읽으면서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재사용, 재활용은 꼭 필요하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가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흡연이 쓰레기 문제와 관련되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 담배꽁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것. 그래서 이 꽁초들을 하수구에 버리면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우리에게 농축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 책에 있는 이 부분, 흡연자들이 꼭 읽고 명심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종이로 잘못 알고 있는데 담배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재질의 플라스틱입니다. ... 실내 흡연이 금지되면서 거리로 나온 흡연자들은 타고 남은 꽁초를 길바닥이나 빗물관에 아무렇게나 버립니다. 꽁초들은 빗물관을 통해 강으로 가죠. 도심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중 바다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담배꽁초라고 봅니다. (86쪽)
이거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담배가 간접 흡연의 위험을 넘어 전 인류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단지 흡연을 연기만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꽁초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내용은 바로 모든 물건이 재활용되지는 않는다는 것. 우리가 분리배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재활용센터에서는 재활용하는 물품에 한계가 있다는 것. 재활용센터에서 분류할 때 손바닥 크기보다 커야 제대로 분류를 하고, 그것보다 작은 것은 분류하기 힘들어 쓰레기로 처리된다는 사실.
차라리 이들의 일손을 줄여주기 위해서 손바닥보다 작은 빨대와 같은 것들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문제가 있다. 이 작은 것들을 한데 모아 보낼 수 있으면 될텐데, 여전히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읽으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내 분리 배출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 이 책을 늘 볼 수 있는 곳에 놓고 수시로 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분리배출을 하고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덜 써서 물건들의 양을 줄이는 일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 내 풍요가 지구를 더 힘들게 한다면 내가 조금 덜 풍요롭더라도 지구가, 우리 모두가 덜 힘들 수 있다면 그런 생활이 더 만족스러운 생활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