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 교양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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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 중의 하나. 축구로 유명한 나라. 어쩌면 축구보다도 투우나 또는 토마토 축제로 유명한 나라. 아니면 산티아고 길로 유명한 (이 길을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이 생겼다나 뭐라나) 이 나라.

 

열정적이고 직설적이고 여러 문화가 섞여 있고, 가우디라는 건축가로 유명하기도 하고, 또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하기도 한 나라.

 

그런 나라다. 우리는 스페인을 유럽에 있는 나라니, 이 나라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민주주의가 오래 전부터 실시되어 온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스페인은 1975년까지 독재 국가였다. 그것도 심한 파시즘 국가. 파시즘 하면 독일과 이탈리아 등을 떠올리지만, 이 스페인은 1939년부터 1975년까지 한 사람에 의해 지배당한 독재국가, 전체주의구가, 피시즘 국가였다.

 

그가 죽은 뒤 그의 망령을 씻어내어 지금은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이런 스페인에 대해서,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스페인과 비슷한 역사적 상황을 겪지 않았는가. 스페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 우리나라 현대사이기는 하지만, 비극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약 3년 동안 스페인은 극심한 내전에 휩쓸린다. 인민연합이라고 하는 공화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쿠테타에 머무르지 않고 공화파와 국민파로 나뉘어 내전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 주변 국가들이 개입하게 되고, 주변 국가에서 의용군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전하기도 한다. 수십만 명이 죽어간 내전은 단지 공화파와 보수파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에다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아나키즘 대 가톨릭 보수파와 지주, 군부들이 한 편이 된 사람들의 갈등. 여기에다 중앙집권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자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갈등. 노동자, 농민과 지주, 자본가의 갈등에다가 히틀러 무솔리니의 파시즘 국가들과 이들 국가를 견제하려는 소련과 또 영국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일어난 것이 바로 스페인 내전이라고 한다.

 

따라서 스페인 내전은 딱 이거다라고 정리할 수가 없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중첩되거 있기 때문인데...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들이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이 책은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 객관적으로란 말이 참 어려운 말이다. 역사는 사실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저자의 관점에서 취사선택한 자료들일 뿐이니. 이 사실들이 모여 개관이 아닌 주관을 형성할 때가 많다) 서술하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내전의 시작부터 경과 그리고 그 후의 일까지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스페인 내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스페인 내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작가의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도 내세우기는 하지만, 역사가로서 분석한 다음 주장을 도출해낼 수도 있으니 그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책이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스페인 내전은 복잡하다. 그 복잡함이 스페인 내전을 보수와 진보의 갈등만으로 정리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일이든 몇 가지 요소들만으로 결정이 될 수 없음을, 참으로 복잡한 우연들이 모여 필연이 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더 알 수 있는 것들은 내전이라고 해도 그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내전이지만 국제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 무엇보다도 내전은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것.

 

덧글

 

이 책을 읽은 다음 여러 책들을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나키즘의 입장에서 서술한 이 책들.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미지 프레임(길찾기)

한스 마구누스 엔첸스베르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실천문학사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또하나 국민파라는 말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 국민파들이 또 국민군으로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독재자인 프랑코의 군대라는 사실... 참, 독재자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포장을 잘한다. 이 명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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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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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 영화 "귀향"이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그런 상황을 고발한 영화였다면,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활동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모두 2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루고 있는데,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아직도 이런 사람들에 대한 사실조사가 부족하여 정리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소수일 때 수식어가 붙는데, 소수라고 해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수식어를 붙이는 일은 삼가야 하지만,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갈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기억하도록 하는데는 이러한 수식어가 '강조'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 무려 35년간이나 지속된 그 시대에 어떻게 독립운동에 남자들만 참여했겠는가? 여자들도 많이 참여했을텐데,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또 남아있더라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이렇게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내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이 책에 나온 24명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먼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보자.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품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양반집 안방 마님부터 해녀,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다뤄주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독립을 위해 힘썼다는 것이다.

 

성별을 떠나 조국의 독립 앞에서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자각,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남자들보다 더한 일이 있는데, 이들은 남자들처럼 가정을 등한시하면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 운동에 헌신할 수가 없었다는 것.

 

여성에게는 이중의 일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과 가정을 꾸리는 일. 그러므로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남성들의 독립운동보다도 더 힘들고 더 의미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기에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해방된 조국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남과 북에서 서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

 

사상 때문에 독립운동 유공자도 인정받지 못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인정받은 사람부터 시작하여 훈장을 전해 줄 후손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죽은 지 90년이 넘어서야 조국에 묻힌 사람도 있으니...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통일되지 않은 조국에서 편히 잠들지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한 때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면서 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냐고, 이건 역사교육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국정화를 주장한 근거가 되는 사람이 '유관순'이었는데, 그럼 이들은 유관순보다 한 살 어리지만 유관순과 거의 비슷한 만세운동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이 사람이 이 책에 나오는 동풍신이다)

 

유관순만큼 치열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역사는 특정한 사람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어쩌면 이 책은 이렇게 편협하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의 근거가 얼마나 편협하고 협소한 것인지 알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친일파들에 대해서 오래동안 연구해 온 저자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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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4-2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이름이 5명이네요.
지금 이름으로만 봐서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면 아는 분이 더 있을 것 같아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kinye91 2016-04-25 14:33   좋아요 0 | URL
아마 읽어보시면 아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저는 읽다가 아, 이 분이 누구의 부인이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 책은 누구의 부인이라고 서술하기보다는, 자신이 독립을 위해 일을 한 주체로 서술을 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일제시대 다양한 방식의 독립운동에 종사한 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삶을 위한 정치혁명 - 시스템의 노예에서 시스템의 주인으로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3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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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누구는 야당이 승리했기에 잘된 선거였다고도 한다. 또 누구는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제3당이 나타났다고도 한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양당체제가 깨질까? 제3당으로 급부상한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을 보라. 그들의 얼굴이 새로운가. 그들 역시 예전의 양당체제에서 보던 사람들 아닌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 와중에 그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이나 또 그 정당에서 힘을 쓰지 못할 사람들이 제3당에 속하게 된 것은 아닌지.

 

결국 제3당이 3당으로서 역할을 하는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좀 의문이 든다. 이런 의문이 더 강화된 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 읽은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있은 적은 많다. 그러나 제3당이 오래 간 적은 없다. 왜냐하면 제3은 양당제도 하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으며, 다음 총선을 기약하기가 힘들었기에 몇 번의 총선을 거치지도 않고 양당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선명한 야당들이었고, 양당체제가 아닌 4당이 정립되었던 87민주화 이후의 총선에서도 3당합당이라는 자기들끼리의 이합집산을 통해 양당체제가 다시 공고화 되었으니...

 

이런 양당체제에서 제3당의 존립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양당제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한 제3당은 사라진다. 59-61쪽)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양당제가 문제라는 거다.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가 되어야만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거다. 다당제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다가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당제로 갈 수 있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어느 정도 고칠 수 있고,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사표가 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당제로 갈 수 있는 투표방법, 그것은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을 정당별 투표율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의 44-45쪽 참조) 물론 지금의 지역구를 모두 없애지 않아도 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조정하면 된다. 한때 선관위에서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 책 145쪽) 선거제도나 선거구에 관한 입법을 당사자들인 국회에서 하는 바람에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료를 7석이나 줄인 선거가 되는 거꾸로 가는 선거제도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그래서 제3당이 나오기는 했지만 과연 양당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고, 우리나라 정치가 더 좋은 쪽으로 발전했느냐 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소수정당이 국회에 입성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최근 미세먼지나 황사와 같은 환경문제로 우리 모두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녹색당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은 182,301표를 얻어 0.7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단 한 명의 비례대표도 국회로 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너무도 많은 정당들이 난립을 했고, 또 녹색당이라는 정당에 대해서 홍보가 부족하기도 했으며,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집단들이 녹색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도 있지만, 선거제도가 바뀌었다면 이보다는 많은 득표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우리 삶도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하지만 이는 4년 전의 총선 결과와 비교해보면 녹색당이 그동안 많이 약진했음을 알 수 있다. 4년전인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은 103,811표로 0.48%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데 거의 8만 표 정도가 더 늘었으니, 서서히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를 넘어 국회 진입비율인 3%도 달성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이런 선거제도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제도로 녹색당과 같은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려면 아직고 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 또 국민들의 생활에 밀착해 있는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려면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어림도 없다.

 

혁명에 가까운 선거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주고 있다. 왜 정치혁명이 필요한지, 지금의 제도가 어째서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정치혁명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렵다고.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그렇지 않음을 뉴질랜드의 예를 들어서 보여주고 있으니... 뉴질랜드가 어떻게 선거제도를 바꾸었는지는 이 책 131쪽부터 있는 '뉴질랜드에서 배우자'를 참조하면 된다.

 

아주 작은 책인데, 팜플렛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분량에 비해 폭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터뜨리기만 하면 정치를 확 바꿀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물론 그 폭발은 우리들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내다보고 있다.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걸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헌법 개정

국회와 기득권 정당의 특권 해체

 

슬로건은 명확하다. 간결하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을 홍보하고 함께 할 사람을 모아 바뀌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n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세상을 살아가지는 말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적 동물답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장이다. 작은 분량에 엄청난 폭발력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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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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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다. 흐려야만 한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지만, 우리 마음은 흐릴 수밖에 없다.

 

우리 마음과 자연이 교감하는 모습, 바로 오늘의 날씨다. 그만큼 4월 16일이라는 날짜는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늘조차도 눈물을 뿌려주는 그런 날로.

 

오늘에야 비로소 이 책을 다 읽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분노, '이것이 인간인가'라고 외쳤던 쁘리모 레비의 외침이 생각나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나라란 말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갔는데, 책임지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들도 겨우 재판을 통해서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을 당할 뿐이고, 스스로 내 책임이다 하는 사람은 없으니...

 

배에 승객들이 갇혀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의 승무원들이 과연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사고를 접수하고도, 현장에 제일 먼저 당도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작업을 하지 않은, 또 제대로 된 명령도 하지 못한 해경들이 억울하다고만 생각하고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얼마나 큰지 생각이나 해보고 있는지...

 

비록 현장에 없었더라도 지휘권이 있는 해경이나 재난구조 본부의 지휘자들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맞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엄청난 비리로 바다에 띄어진 세월호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결국 세월호는 언제 침몰해도 침몰할 배였다는 사실이 기록을 통해서 밝혀지고...

 

사건의 경위부터 구조과정, 세월호가 운항되기까지, 그리고 구조할 수 있었음을 이 책은 세월호에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지금까지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정리해서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책에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실들이 있으니..

 

왜 세월호가 급변침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왜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기록들, 사실들을 찾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진실을 밝히는 첫작업이 될 것이다. 기록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도 안되는 세월호... 무엇보다도 우리는 세월호에 관련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진실을 찾아야 한다. 왜,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은지... 기록을 남겨, 기록을 모아 기록 속에 들어 있는 진실을 벍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 길이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월호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이 책, 고맙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구할 수 있었다" 정말, 구할 수 있었음을, 세월호는 구할 수 없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구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결여였음을, 이 책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으니...

 

기억하자. 그리고 이런 기록들 잘 보존하자.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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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강요배 지음, 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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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또다시 4.3이 지났다. 이제는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아직도 4.3은 진행 중이다. 몇몇 단체에서는 4.3위령제조차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니.

 

4.3 즈음에서 계속 이 책 생각이 났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강렬한 인상. 감동들.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이란 시를 읽었을 때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막막함이 이 책을 보면서는 더한 감동으로 다가왔었는데...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책의 작가가 2008년에 이 책에서 한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2000년 1월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이에 따라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또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제주 4.3사건 진상 조사 보고서>가 채택되고, 대량 학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아직도 도착된 언설들이 4.3혼령과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으니,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4-5쪽)

 

4월에 참으로 많은 일을 겪은 우리나라인데, 그 시발점이 바로 이 4.3이다. 그런 4.3을 제주도 출신인 작가가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4.3의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림만을 보아도좋다. 처음 '1. 시원'에서 보여지는 할머니와 아이의 그림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책은 제주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삼별초, 이재수의 난, 일제시대 잠녀(해녀) 투쟁 등등. 그러다 해방이 된 뒤 4.3을 향해 그림들은 달려간다.

 

그 비극의 현장을 향해 그림은 구술한 내용들과 더불어 숨가쁘게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50번째 그림 '동백꽃 지다'에 오면, 봄에 화사하게 자신의 자태를 자랑해야 할 동백꽃이 뚝 떨어져 있다. 이제 4.3은 끝났다. 비극적으로.

 

그러나 4.3은 끝나지 않았다. 책은 '동백꽃 지다' 다음에 바로 '51. 십자가'를 제시한다. 4.3은 우리의 역사를 위해 희생한 십자가 그래서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동백꽃 지다' 이후의 그림까지 쳐도 많다고 할 수 없는 그림들, 결코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제주도 4.3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비극이, 잊어서는 안됨이,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함이 책의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독사같은 말들이 아직도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니 4월 3일이 되어 우리가 역사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산 책이고 보고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이 나온 지로 8년이란 세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이 책은 유효하다.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기에, 4월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며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법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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