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강요배 지음, 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또다시 4.3이 지났다. 이제는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아직도 4.3은 진행 중이다. 몇몇 단체에서는 4.3위령제조차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니.

 

4.3 즈음에서 계속 이 책 생각이 났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강렬한 인상. 감동들.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이란 시를 읽었을 때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막막함이 이 책을 보면서는 더한 감동으로 다가왔었는데...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책의 작가가 2008년에 이 책에서 한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2000년 1월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이에 따라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또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제주 4.3사건 진상 조사 보고서>가 채택되고, 대량 학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아직도 도착된 언설들이 4.3혼령과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으니,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4-5쪽)

 

4월에 참으로 많은 일을 겪은 우리나라인데, 그 시발점이 바로 이 4.3이다. 그런 4.3을 제주도 출신인 작가가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4.3의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림만을 보아도좋다. 처음 '1. 시원'에서 보여지는 할머니와 아이의 그림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책은 제주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삼별초, 이재수의 난, 일제시대 잠녀(해녀) 투쟁 등등. 그러다 해방이 된 뒤 4.3을 향해 그림들은 달려간다.

 

그 비극의 현장을 향해 그림은 구술한 내용들과 더불어 숨가쁘게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50번째 그림 '동백꽃 지다'에 오면, 봄에 화사하게 자신의 자태를 자랑해야 할 동백꽃이 뚝 떨어져 있다. 이제 4.3은 끝났다. 비극적으로.

 

그러나 4.3은 끝나지 않았다. 책은 '동백꽃 지다' 다음에 바로 '51. 십자가'를 제시한다. 4.3은 우리의 역사를 위해 희생한 십자가 그래서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동백꽃 지다' 이후의 그림까지 쳐도 많다고 할 수 없는 그림들, 결코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제주도 4.3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비극이, 잊어서는 안됨이,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함이 책의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독사같은 말들이 아직도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니 4월 3일이 되어 우리가 역사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산 책이고 보고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이 나온 지로 8년이란 세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이 책은 유효하다.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기에, 4월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며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법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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