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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정치혁명 - 시스템의 노예에서 시스템의 주인으로 ㅣ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3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누구는 야당이 승리했기에 잘된 선거였다고도 한다. 또 누구는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제3당이 나타났다고도 한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양당체제가 깨질까? 제3당으로 급부상한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을 보라. 그들의 얼굴이 새로운가. 그들 역시 예전의 양당체제에서 보던 사람들 아닌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 와중에 그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이나 또 그 정당에서 힘을 쓰지 못할 사람들이 제3당에 속하게 된 것은 아닌지.
결국 제3당이 3당으로서 역할을 하는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좀 의문이 든다. 이런 의문이 더 강화된 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 읽은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있은 적은 많다. 그러나 제3당이 오래 간 적은 없다. 왜냐하면 제3은 양당제도 하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으며, 다음 총선을 기약하기가 힘들었기에 몇 번의 총선을 거치지도 않고 양당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선명한 야당들이었고, 양당체제가 아닌 4당이 정립되었던 87민주화 이후의 총선에서도 3당합당이라는 자기들끼리의 이합집산을 통해 양당체제가 다시 공고화 되었으니...
이런 양당체제에서 제3당의 존립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양당제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한 제3당은 사라진다. 59-61쪽)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양당제가 문제라는 거다.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가 되어야만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거다. 다당제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다가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당제로 갈 수 있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어느 정도 고칠 수 있고,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사표가 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당제로 갈 수 있는 투표방법, 그것은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을 정당별 투표율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의 44-45쪽 참조) 물론 지금의 지역구를 모두 없애지 않아도 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조정하면 된다. 한때 선관위에서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 책 145쪽) 선거제도나 선거구에 관한 입법을 당사자들인 국회에서 하는 바람에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료를 7석이나 줄인 선거가 되는 거꾸로 가는 선거제도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그래서 제3당이 나오기는 했지만 과연 양당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고, 우리나라 정치가 더 좋은 쪽으로 발전했느냐 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소수정당이 국회에 입성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최근 미세먼지나 황사와 같은 환경문제로 우리 모두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녹색당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은 182,301표를 얻어 0.7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단 한 명의 비례대표도 국회로 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너무도 많은 정당들이 난립을 했고, 또 녹색당이라는 정당에 대해서 홍보가 부족하기도 했으며,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집단들이 녹색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도 있지만, 선거제도가 바뀌었다면 이보다는 많은 득표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우리 삶도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하지만 이는 4년 전의 총선 결과와 비교해보면 녹색당이 그동안 많이 약진했음을 알 수 있다. 4년전인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은 103,811표로 0.48%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데 거의 8만 표 정도가 더 늘었으니, 서서히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를 넘어 국회 진입비율인 3%도 달성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이런 선거제도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제도로 녹색당과 같은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려면 아직고 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 또 국민들의 생활에 밀착해 있는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려면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어림도 없다.
혁명에 가까운 선거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주고 있다. 왜 정치혁명이 필요한지, 지금의 제도가 어째서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정치혁명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렵다고.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그렇지 않음을 뉴질랜드의 예를 들어서 보여주고 있으니... 뉴질랜드가 어떻게 선거제도를 바꾸었는지는 이 책 131쪽부터 있는 '뉴질랜드에서 배우자'를 참조하면 된다.
아주 작은 책인데, 팜플렛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분량에 비해 폭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터뜨리기만 하면 정치를 확 바꿀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물론 그 폭발은 우리들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내다보고 있다.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걸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헌법 개정
국회와 기득권 정당의 특권 해체
슬로건은 명확하다. 간결하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을 홍보하고 함께 할 사람을 모아 바뀌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n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세상을 살아가지는 말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적 동물답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장이다. 작은 분량에 엄청난 폭발력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