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날이 흐리다. 흐려야만 한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지만, 우리 마음은 흐릴 수밖에 없다.

 

우리 마음과 자연이 교감하는 모습, 바로 오늘의 날씨다. 그만큼 4월 16일이라는 날짜는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늘조차도 눈물을 뿌려주는 그런 날로.

 

오늘에야 비로소 이 책을 다 읽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분노, '이것이 인간인가'라고 외쳤던 쁘리모 레비의 외침이 생각나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나라란 말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갔는데, 책임지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들도 겨우 재판을 통해서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을 당할 뿐이고, 스스로 내 책임이다 하는 사람은 없으니...

 

배에 승객들이 갇혀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의 승무원들이 과연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사고를 접수하고도, 현장에 제일 먼저 당도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작업을 하지 않은, 또 제대로 된 명령도 하지 못한 해경들이 억울하다고만 생각하고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얼마나 큰지 생각이나 해보고 있는지...

 

비록 현장에 없었더라도 지휘권이 있는 해경이나 재난구조 본부의 지휘자들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맞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엄청난 비리로 바다에 띄어진 세월호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결국 세월호는 언제 침몰해도 침몰할 배였다는 사실이 기록을 통해서 밝혀지고...

 

사건의 경위부터 구조과정, 세월호가 운항되기까지, 그리고 구조할 수 있었음을 이 책은 세월호에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지금까지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정리해서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책에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실들이 있으니..

 

왜 세월호가 급변침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왜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기록들, 사실들을 찾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진실을 밝히는 첫작업이 될 것이다. 기록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도 안되는 세월호... 무엇보다도 우리는 세월호에 관련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진실을 찾아야 한다. 왜,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은지... 기록을 남겨, 기록을 모아 기록 속에 들어 있는 진실을 벍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 길이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월호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이 책, 고맙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구할 수 있었다" 정말, 구할 수 있었음을, 세월호는 구할 수 없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구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결여였음을, 이 책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으니...

 

기억하자. 그리고 이런 기록들 잘 보존하자.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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