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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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 영화 "귀향"이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그런 상황을 고발한 영화였다면,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활동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모두 2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루고 있는데,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아직도 이런 사람들에 대한 사실조사가 부족하여 정리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소수일 때 수식어가 붙는데, 소수라고 해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수식어를 붙이는 일은 삼가야 하지만,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갈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기억하도록 하는데는 이러한 수식어가 '강조'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 무려 35년간이나 지속된 그 시대에 어떻게 독립운동에 남자들만 참여했겠는가? 여자들도 많이 참여했을텐데,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또 남아있더라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이렇게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내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이 책에 나온 24명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먼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보자.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품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양반집 안방 마님부터 해녀,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다뤄주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독립을 위해 힘썼다는 것이다.

 

성별을 떠나 조국의 독립 앞에서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자각,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남자들보다 더한 일이 있는데, 이들은 남자들처럼 가정을 등한시하면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 운동에 헌신할 수가 없었다는 것.

 

여성에게는 이중의 일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과 가정을 꾸리는 일. 그러므로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남성들의 독립운동보다도 더 힘들고 더 의미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기에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해방된 조국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남과 북에서 서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

 

사상 때문에 독립운동 유공자도 인정받지 못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인정받은 사람부터 시작하여 훈장을 전해 줄 후손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죽은 지 90년이 넘어서야 조국에 묻힌 사람도 있으니...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통일되지 않은 조국에서 편히 잠들지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한 때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면서 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냐고, 이건 역사교육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국정화를 주장한 근거가 되는 사람이 '유관순'이었는데, 그럼 이들은 유관순보다 한 살 어리지만 유관순과 거의 비슷한 만세운동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이 사람이 이 책에 나오는 동풍신이다)

 

유관순만큼 치열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역사는 특정한 사람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어쩌면 이 책은 이렇게 편협하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의 근거가 얼마나 편협하고 협소한 것인지 알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친일파들에 대해서 오래동안 연구해 온 저자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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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4-2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이름이 5명이네요.
지금 이름으로만 봐서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면 아는 분이 더 있을 것 같아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kinye91 2016-04-25 14:33   좋아요 0 | URL
아마 읽어보시면 아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저는 읽다가 아, 이 분이 누구의 부인이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 책은 누구의 부인이라고 서술하기보다는, 자신이 독립을 위해 일을 한 주체로 서술을 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일제시대 다양한 방식의 독립운동에 종사한 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