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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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까대기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까대기'는 '벽이나 담 따위에 임시로 덧붙여 만든 허술한 건조물'이란 뜻만 나와 있다. 이 책에는 주석을 '가대기'라고 달아놓았다. 뜻은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이라고 한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까대기]라고 발음하는 것은 가대기를 세게 발음하고, 사람들은 발음 그대로 '까대기'라고 한다고 할 수 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을 아르바이트를 한 만화작가의 경험을 중심으로 그린 만화가 이 책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택배회사에서 까대기 일을 하는 만화 작가. 처음에는 오전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만화 작업을 하려는 생각으로, 그것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서 시급이 세다고 해서 한 일인데... 쉴 틈도 없이 계속 짐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런 생각없이 집에서 받아보던 택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물류창고에서 택배를 내기로 올리는 일말고도 택배기사들 역시 극한직업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인데... 내 손 안까지 오는 이런 물품들에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일년 내내 일감이 떨어지지 않고 하루에도 수많은 물품들을 내리고 올리고 배달하고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몸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꽤나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택배 물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항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손해 배상까지도 이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더운데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해도 이들이 쉴 공간이 별로 없고, 겨울에도 혹독한 추위에도 몸을 녹일 공간도 마땅치 않은 현실. 그렇다고 여유있게 일을 하냐 하면 잠시 쉴 틈도 없이 기계처러,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기계의 한 부속품처러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이들이 받아가는 임금은 최저생계비를 조금 넘는 돈밖에 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현상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고, 또 영세 택배업체 역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다른 사람의 편리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들에 대한 대우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 끝부분 269쪽에 있는 주인공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정말로 이렇게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대사만 옮긴다.

 

'주 6일 근무에 하루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기본이더라. 난 그렇게 일하면서 살면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지낼 거라 생각했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렇게 해야 겨우 먹고 살더라고.'

 

'사람 값이 싸도 너무 싼 것 같아. 위태롭기도 하고. 몸이라도 망가지면 끝이니까.'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벌어 가면 좋겠다. 아프고 다치면 나가라, 네가 책임져라가 아니라 쉬어라, 걱정 마라 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당연한 얘기면서 어려운 얘기지. 그 사람들이나 우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만화다. 함께 보고 생각하면 좋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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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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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에 나오는 민주화 운동은 4.19다. 아직 5.18과 6월 민주화 운동은 아직 헌법 전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4.3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5.18에 대해서는 여전히 악의적 중상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니, 지금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룬 시점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헬기 사격에 관한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만화로 기획하고 출판했다.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으로 시작된 작업이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그저 만화라는 양식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만화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운동이야기입니다'(4쪽)라고 책을 낸 취지를 말하고 있다.

 

4명의 만화가가 참여했는데... 김홍모 작가는 제주 4.3을, 윤태호 작가는 4.19를, 마영신 작가는 5.18을, 유승하 작가는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참여 했다.

 

  제목을 보면 제주 4.3은 '빗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제주 해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일제시대에 해녀투쟁과 해방후 4.3을 연결지어 표현했다. '빗창'은 해녀들이 전복을 딸 때 쓰는 도구라고 한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억압받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슬프게 전개되고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념의 대립이 무고한 사람들을 옭아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흘렸던 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사일구'라고 숫자가 아닌 한글로 제목을 달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엮어서 4.19가 일어났던 시대,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5.18은 제목에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제목이다. 현재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어쩌면 젊은 세대들이 매체의 영향으로 잘못된 관점을 지니게 된 경우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얘기해도 잘못된 관점을 지니고 있으면 바꾸기가 힘들다. 확증편향이라고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을 찾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을 공고하게 하는 매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환경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1987 그날'이라는 제목. 박종철과 이한열이 등장한다. 만화는 1986년부터 시작한다. 상계동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촛불시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탄핵하여 정권교체를 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된 과정에는 4.3으로부터 1987년 민주화운동까지 수많은 피들이 흘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화라는 매체가 흥미를 유발하고 읽기를 수월하게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또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한 전달이 글로만 전달할 때보다 접근하기 편할 때도 있다.

 

읽다라는 표현과 보다라는 표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매체를 이용하여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것보다도 읽다(보다)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들이다.

 

자칫 잊기 쉬운 역사. 그 역사가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화로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알려주는 이 작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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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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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북 관계다. 잘 굴러가서 많이 진척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자리다. 그냥 열심히 움직이기만 했다. 결과는 또 제자리. 다람쥐가 돌다 돌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나마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반대로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친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노젓는 사공들처럼, 그렇게 협동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전이 있다. 이게 남북관계다.

 

양쪽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는 관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진척을 거두기가 힘들다.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밑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사이가 확 좋아지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가 북한을 원조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북한 사람들, 북한 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문화적인 면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방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그들도 분단이 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분명 있을테고, 그냥 현상만 보고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놀이와 웃음이 있다는 것.

 

물질적 궁핍을 정신적인 노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여러 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 그럼에도 그 폐쇄성 속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경제위기를 선군사상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세습체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는 그것을 장자계승, 또 백두혈통이라는 것으로 의식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백두혈통과 관련지어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대우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 우리가 우려했던 것처럼 원조물자를 군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급체계를 만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개인적인 활동들을 한다는 것. 이것이 최근에 북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마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주의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 시류를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를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나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 등등.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협상 과정에서 돌발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원조를 받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원조를 할 수 있게 된 과정들...

 

그럼에도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 도와주려고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관료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관료집단들, 국제기구들의 관료주의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북한에 관해서 다양한 면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아직도 고난의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웃음이 행복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신으로라도 이 고난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 그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부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많이 달라진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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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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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는 천문학에 관한 책인가 했는데, 천문학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기후는 우리들 생존에 중요한 환경이다. 그런데 이 기후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신경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기후를 우리 삶에 가져올 때는 기껏해야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라든가, 지진이 발생했다든가, 또는 태풍이나 폭우, 강풍 등이 몰아쳤을 때, 또는 지나치게 덥거나 춥거나 할 때다.

 

나머지 때에는 기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늘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환경으로 지속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이거 심각하다. 기후는 우리에게 영원히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홀로세(holocene)라고 하여 인류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기간이 지금까지 지구의 시간이었다면 얼마 전부터는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가 되었다고 한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라는 뜻이다. - 33쪽)

 

인류의 세기다. 인류의 세기라고 하면 가치중립적인 말로 쓰이는 것 같으니, 인류 중심의, 인류만이 군림하는 세기라는 뜻으로 인류세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인류세는 다른 종들에게는 재앙이 되는 세기인 것이다. 다른 종들뿐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게도 재앙인 세기가 바로 인류세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후변화고, 좀더 범위를 좁히면 지구온난화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빙하가 녹고, 이산화탄소를 잡아두지 못하게 되니 또 온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반복되고 등등... 이 정도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자연의 반격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 - 57쪽)

 

반대로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늘 반복되던 일이었으니 호들갑 떨 필요없는 일이라고, 온난화가 되었다가 다시 떨어졌다가를 반복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류의 과학기술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처럼 기후협약에서 탈퇴를 하는 지도자도 있으니...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는 기정사실이고, 과학적 사실이며, 이를 반박할 수는 없다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며, 인간들이 사용하는 화석연료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가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기후변화는 명백하다. 그러므로 "기후변화가 없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우리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이는 최근의 극한 날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인간에게 극한 날씨로 되돌려준다. 비정상이라고 간주했던 극한 날씨는 이제 우연이 아니라 정상이 된 것이다. - 82쪽)

 

이것은 머지 않아 큰 재앙이 될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현재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지닌다면 우리 미래세대들은 암담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또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생존 환경이 분리되었던 종들이 인류에 의해 생존 환경이 합쳐지게 되니, 그동안 따로따로 존재했던 바이러스들이 상호 침투하여 변이를 이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우리가 몸소 겪는 날씨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들로 하여금 대처하게끔 했다면, 기후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에 즉각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후와 날씨는 시간 척도로 구분된다. 기후는 장기적 균형 상태이지만,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기적 일탈을 뜻한다. - 60쪽

기후는 우리가 앞으로 무슨 옷을 살지 알려주고, 날씨는 우리가 지금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해주는 것이다. -60쪽)

 

그래서 너무도 심각한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 왜냐하면 자신의 시대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이 그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 지금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고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총력대응을 하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 이것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지금 코로나19로 세계가 겪는 어려움보다도 더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그런 점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제 행동이다.

 

문제는 바로 우리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나갈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세를 통해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인류와 다른 종들과 지구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홀로세를 구가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은 시대, 이제 우리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우리 미래세대들에게도 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 점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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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5-26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들은 더이상 ‘기후변화‘라 부르지 않고, ‘기후위기‘라고 부르고 있죠.
유래없는 폭염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2018년 여름,
인류가 관측한 이래 한번도 녹은 적이 없었던 북극의 영구동토층(최후의 빙하라 부르더라구요.)이 녹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렸어요.

저는 지금도 당시 그 소식을 전했던 북극 과학자의 격앙된 말투를 잊을 수 없어요.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어요.

˝인류가 예상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는 훨씬 더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예측한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인류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므로 도저히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조차 없다.˝
(그가 직접 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했던 인터뷰 전체를 요약한 말)

2020-05-27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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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기억이 역사가 된다고 하는데, 기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주관적인 기억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면, 역사도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은 그러한 역사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제목 속에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을 잊어가고 있다. 아니,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한국군은 잊혀진 존재다. 언급이 잘 되지 않는, 실체는 있으나 그 실체를 지워나가고 있는 그런 존재.

 

무슨 일이 있었는가? 왜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전투 부대를 파병했는가? 그 이유와 목적을 알고, 그것을 달성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하는 학자들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전쟁은 잊혀진 전쟁인 것이고, 자기 식으로 기억하는 반쪽의 기억인 것이다.

 

수많은 전투병들이 파병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여기에 민간인 학살이라는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정책을 결정한 사람들 말고 그 정책에 따라 직접 전투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했던가.

 

그들이 기억하려 하지 않는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국가 정책의 희생자임을 인식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반쪽의 기억으로만 머물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전쟁 하면 공산군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월남을 지키려는 전쟁이었다고 단순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월남의 패망으로 우리나라도 안보 위협을 느끼고,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고. 이것이 독재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문제였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질문을 한다. 과연 월남이 지켜줄 만한 나라였는가? 부정부패가 판치는, 민주주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는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칠 필요가 있었는가.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또 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서 파병을 했다고 하는데, 주한 미군은 베트남 전쟁 중에도 감축이 되어 한 개 사단 정도가 철수를 했다고 하니,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았다고 하고... 경제 특수. 이 말을 많이 한다.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경제 부흥을 이뤄 아시아 제일의 국가가 되었듯이 우리도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경제가 부흥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전 군인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이 과실이 간 것은 아니라는 것.

 

많은 자료를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한 책이다. 특히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우리나라 군대는 철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더 큰 희생을 당한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데,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서 외교 실패를 한 것이 얼마나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전쟁을 독재권력을 유지하는데 이용한 것도 기억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파병을 한 경우가 있다. 또 파병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자국의 군인을 외국에 내보낼 때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고 정당해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파병은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러니 베트남 전쟁을 통해 파병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으니,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는 것. 참전 군인들의 수기, 신문자료, 해제된 기밀 문서, 기타 회고록 등을 통해서 베트남 전쟁 전반에 대해서 쓴 책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이기도 하고. 읽어 볼 만하다. 아니 꼭 읽어야 한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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