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기억이 역사가 된다고 하는데, 기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주관적인 기억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면, 역사도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은 그러한 역사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제목 속에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을 잊어가고 있다. 아니,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한국군은 잊혀진 존재다. 언급이 잘 되지 않는, 실체는 있으나 그 실체를 지워나가고 있는 그런 존재.

 

무슨 일이 있었는가? 왜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전투 부대를 파병했는가? 그 이유와 목적을 알고, 그것을 달성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하는 학자들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전쟁은 잊혀진 전쟁인 것이고, 자기 식으로 기억하는 반쪽의 기억인 것이다.

 

수많은 전투병들이 파병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여기에 민간인 학살이라는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정책을 결정한 사람들 말고 그 정책에 따라 직접 전투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했던가.

 

그들이 기억하려 하지 않는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국가 정책의 희생자임을 인식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반쪽의 기억으로만 머물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전쟁 하면 공산군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월남을 지키려는 전쟁이었다고 단순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월남의 패망으로 우리나라도 안보 위협을 느끼고,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고. 이것이 독재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문제였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질문을 한다. 과연 월남이 지켜줄 만한 나라였는가? 부정부패가 판치는, 민주주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는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칠 필요가 있었는가.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또 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서 파병을 했다고 하는데, 주한 미군은 베트남 전쟁 중에도 감축이 되어 한 개 사단 정도가 철수를 했다고 하니,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았다고 하고... 경제 특수. 이 말을 많이 한다.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경제 부흥을 이뤄 아시아 제일의 국가가 되었듯이 우리도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경제가 부흥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전 군인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이 과실이 간 것은 아니라는 것.

 

많은 자료를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한 책이다. 특히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우리나라 군대는 철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더 큰 희생을 당한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데,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서 외교 실패를 한 것이 얼마나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전쟁을 독재권력을 유지하는데 이용한 것도 기억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파병을 한 경우가 있다. 또 파병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자국의 군인을 외국에 내보낼 때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고 정당해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파병은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러니 베트남 전쟁을 통해 파병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으니,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는 것. 참전 군인들의 수기, 신문자료, 해제된 기밀 문서, 기타 회고록 등을 통해서 베트남 전쟁 전반에 대해서 쓴 책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이기도 하고. 읽어 볼 만하다. 아니 꼭 읽어야 한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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