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김재진 지음 / 렛츠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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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목이 더 슬프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그런 "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약자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그런 현실을 감추고 있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여기에 편승하는 언론들, 사법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 고 있으니 "슬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포기하고 마니, 이 책에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구조의 문제라고 제목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알아야 대처를 하지.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바른 정보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알고도 행하지 않는데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을 때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아(大我)보다는 소아(小我)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다)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강고한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법, 언론이 일체가 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으니,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계속 진실을 은폐, 호도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이 필요할 수밖에.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던,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그저 국가의 정책에 순응하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았던 저자가 '20140416'(얼마나 가슴이 아픈 숫자인가)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그런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알아야 한다. 아니, 몰라서 편안하기보다는 진실을 알아서 불편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도 '슬픈 대한민국'이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온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이루어진다.

 

역사, 국가, 자본주의, 복지, 노동, 교육, 언론, 경제, 정치, 시민으로 장을 나누어 현재의 모습을, 현재 이렇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시민'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실천, 어렵지 않다. 내가 대의제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던 결정권을 찾아오면 된다. 어떻게? 바로 그 '어떻게?'란 질문,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물음표'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 물음표를 통해 내가 결정권을 찾아오고,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멀리 가지 말자.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고, 이 사회에서 정치를 무시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시작은 정치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 지금 현실은 결국 선거다. 그렇다면 결정권을 찾아오는 방법은 바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있고, 우리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지녔지만 선거개혁을 이루어 낸 뉴질랜드도 있으니...

 

바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도화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와 어정쩡한 비례대표제(겨우 300석 중에 47석)는 우리에게서 결정권을 빼앗아 간다. 그러니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첫단계 실천 방법이다)

 

여기에 더하여 개표방식을 바꿔야 한다. 바로 투표소에서 손으로 직접 개표를 하는 것. 컴퓨터 개표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위험부담이 많으니 투표소에서 직접 손으로 개표를 하며 그 결과를 집계하면 개표 비리를 방지할 수도 있고, 조작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이것은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더불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 주장에 나 역시 동의한다.

 

많은 얘기들을 했지만 목표는 하나다. 슬픈 대한민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민이 되지 않고, 공화국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 공화국이란 시민들이 자신들의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결정하는 나라 아니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바로 "민주공화국" 아니던가. 그러니 결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길, 그 길부터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읽으면서 슬프고 화나고,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꼼꼼하게 생각해 보고, 실천 방법도 생각해 보는 그런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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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
미하엘라 비저 지음, 권세훈 옮김, 이르멜라 샤우츠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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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을 보면 우선 흥미가 생긴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무엇. 그것이 존재했던 이유가 있을테고, 또 사라진 이유가 있을 터이니 말이다.

 

게다가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이란다. 직업은 그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니, 직업의 역사를 통해서 사회의 변천사를 알게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었나는 꽤 흥미를 주는 주제다.

 

여기에 최근에 우리나라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벌였고, 이세돌이 쉽게 이길 거라는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대1로 승리를 했을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악했고,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이때 없어질 직업 중의 하나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직종 중의 하나인 법조인들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은 수많은 법률과 판례들을 적용할 수 있으며,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니, 증거우선주의인 재판에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예상들이었다.

 

이렇게 직업은 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금은 수많은 사건과 소송들이 있기에 법조인이 인기가 있는 직업이 되었지만, 수많은 소송이 있더라도 그것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된다.

 

즉,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직업들은 미래에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직업의 변천사가 인간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예전의 직업들을 가지고 했다. 수많은 직업들이 나타났나 사라졌지만 그중에 지금 우리의 흥미를 끌 만한 직업들, 생각도 못했던 직업들을 보여줌으로써 계속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해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잘 나가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잘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 지금 천대받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천대받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처음은 '이동변소꾼'을부터 시작한다. 지금이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하겠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 살며 군중들이 함께 모이는 대중집회가 막 일어났던 그런 시대에는 '이동변소꾼'이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근대화, 산업화 초기의 모습이고, 이런 사회가 조금씩 발전해 감에 따라 화장실 문화가 발전해서 결국 사라지는 직업이 된다.

 

24개의 직업이 나오는데... 지금 완전히 사라진 직업도 있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직업도 있다.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무면허 의사'와 '사형집행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들은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참으로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지만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무면허 의사'는 자격증 우선 시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만,(자격증은 없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 봉사 차원에서 치료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런 자격증 시대에는 이런 사람이 처벌을 받는다. 실력이 있어도, 인간애로 그런 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는 그런 모습, 이런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으면 김정한의 "수라도"를 읽어보면 좋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무면허 의사는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불법 시술,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직업 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직업, '유모'와 '넝마주이'

 

시대가 변했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냥 이런 직업들이 있었다가 사라졌다가 아니라, 그 직업이 그 시대에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어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있고, 삽화를 통해서 그 직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이렇게 옛 직업을 통해서 현재의 직업을 살펴보고, 미래의 직업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지금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라, 진로 교육이란 사회의 흐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직업이 어린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사회의 주류 직업일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어쩌면 이 책은 이래서 진로 교육에 꼭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을 쓴다면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물장수'도 사라진 직업이고, 또 조선후기 책을 읽어주던 사람 '전기수'도 사라진 직업이니...

 

이것저것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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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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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저자가 왜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해서 결론을 얻어낸 책이다.

 

정치는 사실의 문제가 아님을, 바로 프레임을 문제임을 이 책에서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프레임 만들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치 권력을 장악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런 프레임 만들기에서 실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997년-1998년 IMF로 인해 엄청난 트라우마를 지니게 되었다. 그 트라우마는 경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경제를 책임지는 쪽이 자기 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일개 평사원에서 대기업 회장까지 올라간 경영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도 바로 이런 경제 프레임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리 그의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프레임이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인 사람이었고, 자신이 회사를 경영한 것처럼 나라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알고 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 사실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구에 가깝겠지만, 이들은 상당히 노회하다. 노련하다. 아마도 의식적으로 경제 프레임을 작동시켰을 것이다 - 진보 진영에서 넘을 수 없는 프레임이 되어 버렸었다.

 

이 프레임이 다음 대선 때 그대로 작동이 되었다. 진보진영이 멈칫 하고 있는 사이, 보수 진영에서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또다시 진보진영의 패배.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프레임'이다. 진보는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홍보해내고 널리 퍼뜨려야 한다.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프레임에 속하는 주장은 상식이 되어 버린다. 다른 진영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공고한 틀.

 

아무리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어도,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도 프레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꿀어들일 수가 없다.

 

미국의 경우를 통해 이 책에서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진보적 가치를 지닌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사실들을 나열해도 소용없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로 엮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 사상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 그런 프레임을 만들려는 노력을 진보진영에서 해야 한다. 그 필요성을 이 책에서는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진보적 진영에게 저자는 네 가지 지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해라. - 285쪽

 

그래야 한다. 공연히 유권자를 의식해 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일은 오히려 중도를 끌어들이기는커녕 자신의 진영 사람들마저도 잃을 수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양 끝에 있는 진보와 보수 집단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있는 중간 집단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 둘 다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이 작동하느냐에 따라 각 진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가치를 지니면서 그 가치를 나타내는 프레임을 제시한다면 자신의 편뿐만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 인간의 인지언어학을 연구한 학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이다. 자신의 가치로 남을 설득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군주를 위한 정치 지침서라면, 이 책은 진보적 가치를 전파하고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협동하며 사는 사회를 꿈꾸는 진보진영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또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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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 문화의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읽는다, 개정증보판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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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과거 속에 일어난 사건을 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이 당시의 사회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의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는 하나로 귀결될 수가 없고,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다양한 관점들 사이에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하려는 태도를 지녀야만 역사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우선 학교에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어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을 원천봉쇄하려고 하고 있기도 하고, 또 학교 공부라는 것이 시험을 위한 공부이지 역사를 자기 삶에 가져오기 위한 공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점점 역사 공부에서 학생들이 멀어져 가고 있고, 일반 어른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참으로 반가운 책이다. 단지 과거의 특정한 사실, 문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사실이나 문화, 인물이 지니는 의미를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역사를 배우다 보면 역사를 고정된 무엇으로 보지 않게 된다. 역사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유연성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설이 다른 가설에 의해 뒤집히고, 또다른 유물이나 유적에 의해 다른 해석이 등장하는 그런 절대불변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학문.

 

이 책은 세계사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는 나오지 않는다. 동양의 역사는 지나치듯이 나오고, 세계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서양사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우리가 흔히 세계사 하면 주로 서양사를 공부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들도 서양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들에 더하여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추가하고, 통설과는 다른 저자의 관점도 보여주고 있다.

 

한 번에 세계의 역사를 모두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세계를 움직이는 강한 힘은 서양에서 온 것이 맞으니, 서양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서양의 관점에서 역사를 풀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 특히 동서양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이 책의 33장 '노예'에서 잘 볼 수 있다. 근대화가 진보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억압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 그렇다고 '노예'를 비참함으로만 보면 오히려 그들을 당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보게 된다는 점.

 

그들 역시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어떤 역사적 사건을 파악하려는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디즈니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읽기에 무리가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일반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니, 역사의 흐름을 문화를 통해 익힐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사물이나 문화, 인물을 역사 속에서 파악하는 자세를 보고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끝없이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지금 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 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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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총 AK47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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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47 소총. 이름은 들어봤다. 단순히 구 소련에서 만들어진 총이고, 사회주의권, 공산주의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기라는 것.

 

아마도 군대에 다녀왔던 사람들, 또는 나이가 어느 정도 돼 고등학교 때 교련을 배웠던 사람들은  M16이라는 소총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소총은 미군이 사용하던 소총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쓰던 소총. 우리나라에서 자체로 소총을 개발하기 전까지 쓰던 우리나라 기본 소총이었다.

 

이와 반대편에 있는 소총이 바로 AK47 소총이었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책의 제목이 "역사를 바꾼 총"이라고 해서, 도대체 이 소총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원자폭탄이 전쟁의 양상을 다르게 바꾸었고, 핵발전으로 이어져 세상을 바꾸었고,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면, 또 노벨의 폭약이 세상을 바꾸었다면, 이 소총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역사를 바꾸었다는 표현이 긍정적으로 쓰였으면 좋겠지만,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 소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비극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소총의 기원은 대부분의 무기가 그렇듯이 (원자폭탄도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개발되었다. 독일보다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원자폭탄을 미국에서 만들게 했다) 이 소총 역시 침략자인 독일에 승리해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소총의 개발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는 나치 독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소총개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소총에 붙은 47이라는 숫자는 이 소총이 개발된 년도를 의미한다.

 

전쟁이 끝난 다음에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왜? 다시 나치와 비슷한 적이 쳐들어 오면 퇴치하기 위해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평화가 온 것이 아니라 냉전이 왔고, 세계는 각종 무기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으니...

 

이 소총의 개발자인 칼라시니코프의 바람대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 소총이 쓰일 수도 있었겠지만, 냉전 시대는 자기 나라에서만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쟁이 확산되는 시기였기에, 이 소총 역시 원자폭탄이나 노벨이 발명한 폭약처럼 부정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았다.

 

단순하고 저렴하고 고장이 잘 안나는 총이라는 이 AK47 소총은 그래서 정국이 불안정한 나라에 잘 팔려나갔다. 그리고 이들은 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아프리카 각 나라에서는 이 소총은 반군들의 무기가 되었고, 이 소총으로 아프리카는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되었다. 개발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의도가 좋더라도 살상무기는 언제든지 사람들을 해칠 수 있음을...

 

무기는 평화를 유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전쟁을, 폭력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나라들, 시에라리온, 수단,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등등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내전들, 학살들에 이 소총이 함께 등장한다.

 

이 소총의 단순하고 고장이 잘 안나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무기 탓만을 할 수는 없다. 결국 사람의 일 아니던가.

 

그래서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소말릴란드 공화국에서 무기를 회수한 일을 다루고 있다. 무기를 반납받고 사회의 평화를 이루어내려는 노력. 이것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둬 사람들이 총에 맞을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 사회가 된 곳. 소말릴란드 공화국.

 

이 책이 발간될 당시 정식 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무기를 회수해 어느 정도 성공을 했으니...

 

AK47 소총이 아프리카의 역사를 비극으로 바꾸었다면, 그것을 희망으로 행복으로 평화로 바꾸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것을 소말릴란드에서 보여주고 있으니, 우리는 이러한 무기에 대해 이 책에 나온 아프리카의 모습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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