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하멜표류기
강준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을 너무도 많이 들어본 책. 하멜 표류기. 학창시절에 역사시간에 배운 책이리라. 그런데 그렇게 배웠음에도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제목은 마치 읽은 것처럼 머리 속에 박혀 있는데, 실질적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보고서 이번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니지만, 이렇게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오면 꼭 읽어야지 하는 결심도 한다.

 

하멜, 조선 효종 때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무려 13년이나 있다가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네덜란드라고 하기보다는 인도네시아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들의 팽창정책으로 동양에 진출했었고,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로 확대해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본국인 네덜란드로는 나중에 간다.

 

그가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 겪었던 일들, 느낀 점들을 쓴 글이라,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꽤나 두꺼운 책이리라 생각했는데, 무려 13년이나 억류(?)되어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기에 방대한 내용이 있을 거라 추측을 한 것이었는데, 아니었다.

 

하멜표류기 원문은 짧다. 그것은 그가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에 의존에 조선을 탈출한 다음에 일본에서 작성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략적인 면만 이 책에 나온다고 보면 되는데, 그럼에도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하멜표류기를 부록으로 싣고 있다. 완역본이라고 하여 하멜표류기를 싣고 있는데, 채 100쪽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완역본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또 부록으로 실린 조선왕국기를 보면 그가 대체로 정확하게 조선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이 글에서 한글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우리글인 한글이 우수함을 하멜도 인식하고 있었음에... 새삼 한글의 편리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298쪽)

 

제목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글을 합쳐야 겨우 100쪽일텐데... 왜 학교 다닐 때 읽지 못했는지.. 아니 읽지 않았는지.

 

하여 교과서에서 제목만 보던 하멜표류기를 읽게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좋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하멜표류기를 중심으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서 풀이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하멜표류기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따라가면서 상세한 주석을 한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표류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그리고 당시 조선에서 발간된 책 속에 나오는 하멜의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찾아 정리해 준다.

 

또한 이 책은 역사적으로 하멜이라는 사람의 표류기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나온다. 벨테프레라는 또 한 명의 네덜란드 사람. 이 사람 역시 표류해서 조선에 왔지만, 결국 이 인물은 조선을 떠나지 못한다.

 

벨테프레는 박연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인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하멜 일행이 표류해 왔을 때 통역으로 이들과 만난다. 이들과 조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그가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역할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왜 하멜이 13년이나 조선에 억류되어 있어야 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조선의 쇄국정책 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감추려고 했던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멜은 조선을 탈출한다. 13년이나 살았는데도 탈출을 했다는 것은, 조선이 그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나라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책의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하멜표류기는 참 건조하다. 그가 백성들과 만나고 생활한 일상의 모습은 이 표류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 일행 중에는 조선인과 함께 산 사람도 있을텐데...

 

이들이 억류되고 감시받는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표류기 곳곳에서 그들이 그래도 자유로운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하다못해 이들은 스님들과 교류를 많이 했고,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기도 한다. 단지, 스님들 뿐만이었겠는가.

 

탈출하는 배를 친한 조선인에게 부탁해 구입했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분명 이들은 당시 조선인들과도 교류를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표류기에서는 거의 서술되지 않고 있다. 

 

하멜의 생활도 이렇게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일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조선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다가온다.

 

역사책 속에 갇혀 있던 책이 직접 읽혀지면서 더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하여 그의 표류기가 서양에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을 알려준 긍정적인 역할을 했음도 기억하게 되고, 이런 서양인들과의 만남에서 그렇게 크게 배운 것이 없었던 조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 책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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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16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좋은 리뷰와 책소개 감사합니다^^

kinye91 2016-12-16 11: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2016-12-16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