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
신기철 지음 / 인권평화연구소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도 억울한 죽음들이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죽음들, 그 자식들 대에까지 고통이 전가되는 죽음들.

 

우리나라에서 이런 죽음은 주로 좌익이라는 말과 연결이 된다. 좌익이라는 말로 죽음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좌익은 곧 빨갱이고, 빨갱이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될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도려내야 한다. 이렇게 몇 해 전에, 지금 탄핵소추를 당해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검찰조사와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한 정당을 해산했다. 좌파라고.

 

그 정당의 해산 과정에서 이상하게 50년대의 진보당 해산 사건을 보는 듯했으며,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의 죽음이 연상되었는데... 그럼에도 정당해산은 강행이 되었고, 지금은 그것을 주도했던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국민들이 좌익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 정권이 몇몇의 농간에 농단당했음에 다른 이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지...

 

이 책에서는 이런 억울한 죽음들이, 그러나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죽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금은 진실이 많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긴 김구와 여운형 같이 유명한 정치인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들보다 지명도가 약한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기는 더욱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그만큼 자료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이런 노력의 결과를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후 좌익계열에서 활동했다고 해서 학살당한 사람 이현열, 박세열과

국군이 정비되기 전에 주로 김구와 가까웠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이들은 좌익이 아니었음에도 좌익이라는 혐의를 받고 학살당한 전호극, 이상규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지만 해방후에 억울하게 학살당한 박원근, 오홍탁, 어수갑과

전쟁 시기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살기 위해 해야 했던 일 때문에 학살당한 이봉린, 이하영, 전재흥.

이렇게 열 명으로 이 당시의 반인권적 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규명될 때 우리나라의 역사가 바로 서는 것 아니겠는가. 국정교과서 따위가 아니라 말이다.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니, 그것도 죽이기 참 편한 전가의 보도가 있었다니. 이 전가의 보도가 지금도 남아 있어서 가끔 우리에게 휘둘러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좌익은 빨갱이고, 종북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런 칼을 휘두르면 위축된다. 무언가 비판을 하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데는 이만한 칼도 없다. 이것이 해방이후 우리나라에서 지속된 행위고, 이런 행위가 트라우마로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국가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트라우마가 극복될 수 있다.

 

그때서야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반성과 사죄가 없는 화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억울한 죽음, 빙산의 일각만 밝혀졌다. 그나마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유족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또 어떤 면에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감추고 있기 때문에 유족들이 더 힘들게 진실 규명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진실이라는 빛을 어둠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둠은 아무리 캄캄해도 결국 빛에 의해 물러가게 되어 있으니.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죽음들, 이제는 진실이 밝혀지고 국가는 그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화해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이 책이 그렇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