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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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모든 것들은 떨고 있다.' (5쪽) 정지와 떨림. 떨림은 운동 아닌가. 그렇다면 우주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가 없다는 말이다. 우주는 쉬임없이 운동하고 있고, 그것을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않든, 또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우주는 운동하고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정지한 것들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수학, 물리학이 필요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연구하고 그들의 떨림을 수치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수학,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 삶에 수학과 물리학은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물론 이 책은 수학 이론이나 물리학 이론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우주부터 시작하여 원자까지를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간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로 이야기하지만 이 세포 역시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니 - 또 아주 거대한 우주도 결국은 원자들의 결합일 뿐이라는 것, 그러니 결국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물리학이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7쪽)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리학 하면 연구실에 있는 특정한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하얀 옷을 입은 그런 사람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물리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인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발로 제목에 나타난다. 떨림이라는 말이 물리학이라면 울림이라는 말은 인문학에 어울리는 말이다. 공명한다고 해야 하나, 함께 울리는 것, 함께 떨리는 것, 떨림을 함께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울림이 있으려면 물리학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강단에서만, 연구실에서만 물리학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왜 물리학이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이라기보다는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 마음을 울려야 한다. 아, 물리학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이 책은 우주부터 시작한다. 광대한 우주, 약 138억년의 역사를 지닌 우주부터 시작하는데, 빅뱅에서 시간과 공간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주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광활한 우주를 보면 신비한 마음을 느끼는데, 그것을 인간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매력적인 일이다.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 안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 기억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니, 우선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본다는 것이 꼭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우주를 보지만 우주의 아주 적은, 또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볼 수 있다. 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실체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본다는 것이 명확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과학이자 수학이다.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미래가 나오고 미래가 나오면 예측가능성이 나온다. 즉,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종교, 철학에서도 추구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원자들을 중심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나오지만 그 이론들을 암기할 필요는 없다. 그런 물리학 이론들이 우리들 삶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된다. 뉴턴의 역학에서 아인슈타인,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불확정성의 원리도 나오고 또 끈이론과 같은 말도 나오지만, 그것들에 대해 깊게 설명하기보다는 우리들 삶과 관련지어 설명하기에 과학이 우리들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물리학이 우리 삶에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을 해석하고 더 잘 알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우리 인간 자체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물리학 이론들을 통해 알게 된다.

 

과학을 왜 배우는지 고민하는 학생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또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니 과학 역시 과학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말에서 그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학자가 자신이 하는 일의 사회적 결과에 대해 과학적 의심을 하지 않을 때, 그 과학은 재앙이 될 수 있다.' (266쪽)

 

과학은 이렇게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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