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존 버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일본 사람이 쓴 하이쿠를 인용하고 있다. 이 하이쿠 내용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해                                  Writing shit about new snow

새 눈에대해 너절한 글을 쓰는 것은         for the rich

예술이 아니다. (5쪽)                          is not art.

 

이 말은 예술은 특정 집단을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예술은 특정 집단,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많은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향유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예술을 감상할 시간이 없고, 예술품을 살 돈도 없으며, 모처럼 시간이 나면 피곤한 몸을 쉬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예술은 부자들에게 속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존 버거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라고 번역했는데, 왜 그렇게 번역했는지를 옮긴이의 말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원래 책에 있는 WAYS라는 말, 방법들이다. 방법들이니 하나의 방법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쪽으로 해석이 되고, 그러니 다른 방식이라는 말로도 통용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이 책은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지 않는다. 주류로 자리잡은 관점을 따라하지도 않는다. 예술을 보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처해 있는 자리에서 예술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곧 본다는 것은 해석한다는 것임을 존 버거는 알려주고 있다.

 

어떤 장에서는 아무런 문장도 없이 그림들만 나열하고 있다. 이런 장들이 이 책에서는 세 장이나 나온다. 정말로 많은 그림들이 그냥 주욱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존 버거가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 그림을 보는 방식은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기존 관점을 따르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존 버거의 관점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너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보아라. 이 말은 너만의 관점을 확립해라가 될 텐데...

 

하지만 이게 참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을 충실히 받은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정답을 찾는 훈련만을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은 대학 입시에 치명적이다. 특히 수능에서는 다양한 관점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대입에서 수능의 비율이 더 확대되고 있는데 수능은 바로 다양한 관점을 말살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정점이다.

 

오로지 하나의 관점만을 찾는 연습, 또 찾아야만 대학이라는 곳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관점을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다른 관점은 곧 틀린 관점이 되고, 그런 관점은 통용되어서는 안 되는 관점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주류의 관점만이 횡행하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성이 언제부터인가 위험시 된 사회, 하여 질문은 없어지고 정답만 있는 그런 교육만이 존재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왔으니, 존 버거의 책을 읽으며 그가 한 말인 '계속 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5쪽)가 아프게 다가온다. 싸울 수 있으려면 기존 관점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을 보는 관점이 하나의 관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관점들은 모두 받아들여져야 할 관점들임을, 이것이 예술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 장에 있는 광고에 대한 글, 또 여성의 누드화에 대한 글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그리고 강자의 관점이 아니라 약자의 관점으로 예술이나 광고를 봐야함을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