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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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 원래 컴공전공 it업계에서 일하셨다고 한다 )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오래된 책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개정판에 신간이 나와있음에도 어느 년도에 출판된 책을 고집하는 이유.
첫사랑의 그녀, 아버지가 책 앞에 써 주신 글귀, 친구가 준 그러나 읽지 못하고 잃어버린 책, 그 시절이 그리워 찾게 된 그 해의 출간본 책들.

그러고 보면 책이란 정말 묘한 사물이다.
사물로서의 가치, 책 속 내용에서 얻게 되는 삶의 지침, 그리고 책으로 전하는 조금 수줍은 사랑도 있다. 어린 시절 분노하며 읽었던 책이,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이해와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커보이기만 했던 주인공들이 이젠 내게 너무 어린 소년같이 느껴지고, 혹은 겁쟁이처럼 한심했던 어른들의 모습에 나를 찾는다.

친구와 함께여서 더 좋았던 책, 나를 동굴에서 나와 햇빛 아래 서 있게 해 준 책, 병상에 누운 누군가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내 마음을 대신했지만 버려진 책, 외면당한 책.
그렇지만 책은 책일뿐, 단지 책에 진심인 이들이 있을 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좋아할마한 책이다. 헌책방 사장님들은 어쩌면 책의 셜록홈즈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연이든 사연이 담긴 책이라면, 온 동네를 뒤져서라도 몇 년이 걸려도 찾아주는 저자의 이야기 속엔 책 냄새 뿐만 아니라 온정도 가득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어떤 책을 찾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초딩시절, 아버지가 지인들의 부탁에 못 이겨 사들고 오셨던, 계몽사 전집이나 삼중당 전집? 처음으로 용돈모아 샀던 안네의 일기?(이 책 덕분에 혹은 때문에 내 일기장들은 이름을 얻었다. 주로 왕자님들같은 이름이었는데, 언니들이 일기를 훔쳐보곤 놀리곤 했다. 일기 첫머리가 지그프리드 왕자님께 혹은 알프레드 후작님 이러면 웃기지 않겠는가. 거기다 왕자님께 쓰면서 뭔 떡볶이 먹고 친구랑 싸운 이야기란 말인가. 부끄럽다 진짜)

80년대에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숱한 책들이 버려졌다. 그 때 함께 버려졌던 내 소중한 책들도 기억이 난다. 이미 그 옛날 강냉이로 승화해버렸지만.

여러분들은 찾고 싶은 책이 있나요.
절판은 아니지만, 그 시대 그 시절 내게만 의미깊었던 그 책, 꼭 그 해의 연도가 붙어있는, 그래서 그 시절의 추억이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책갈피로 표시된 부분에서 청춘의 간지럼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 밑줄그은 문장에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그런 책, 싸이월드 감성처럼 눈물이 번져 있는 책, 넘 야해서 이걸 누가 보면 어쩌나 싶어 혼자서 오래도록 들여다봤던 그래서 그 부분만 빛바랜 것 같아 괜시리 다른 장도 열심히 넘겼던 책.


( 이 책 읽음 헌책방순례하고 싶어짐. 그리고 북플에서 자주 만나는 로쟈님 이야기도 담겨 있음 )

"인생은 보다시피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가 봅니다."
S씨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외우고 있었다. 이 문장 때문에 화가나서 책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을 반성하는 의미로 똑같은 책을 찾아 이번엔 소중하게 간직하겠노라 다짐했다. S씨는 꽃과 우리 인생이 비슷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피고, 지고, 열매 맺고, 향기를 전하고……. 이 전부가 삶이 아니겠냐는 수수께끼 같은 얘기를 마지막으로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책은 예전 모습 그대로네요. 기억이 납니다. 수십 년 전 일들이요. 부끄럽던 제 생각과 행동도 이 책은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변한 건 접니다. 진짜 감옥에 있던 건 신영복 선생이 아니라 저였어요. 저 자신을 가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몰랐어요."
책방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찾던 책 한 권이 과연어떤 의미였을지 상상해봤다. 저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책은 책이 아니라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잊힌 친구다. 젊은 시절 막연하게 꿈꾸었던 세상이며, 우주로 향해 나 있던 작은 창문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바벨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붙일 수 없더라도, 오늘은 그만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한동안 부끄러운 생각은 떨쳐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개정판이 나왔지만 일부러 초판을 찾는 이유처럼, 때론 오래된 친구가 더 속 깊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법이니까.

"세상이 완벽했다면, 장석주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시라는게 존재하지도 않았겠지요.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제가 머리로는 이시를 완벽하게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 책을 찾고 싶었던 겁니다. 이제부터는 마음으로 읽어보려고요."
낡은 시집을 손에 들고 책방 문을 나서는 L씨의 얼굴이 환하다.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의 얼굴은 늘 저렇게 깨끗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온전한 사랑을 마음에 품은 따뜻한 표정이 부러웠다. 내게도 어느 날 그런 순간이 오겠지.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도 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알게 되는 날까지, 나는 시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계속 책이 가득한 이 가게를 지켜야겠다.

"집에 분명히 있는 책인 걸 아는데도 사는 일이 있습니다. 그 이유.
는 두 가집니다. 첫째는, 집 어딘가에 책이 있다고 기억으로는 확신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더 우스운경우입니다. 책을 갖고 있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워낙 꺼내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차라리 그 책을 다시 사는 겁니다. 물론 이 경우는 책값이 저렴하다는 단서가 있어야겠지요."
집에 책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 제법 쌓여 있는 모양이다. 바닥은물론이고 책상 위, 의자에도 책을 쌓아서 앉을 자리조차 없이 해놓고 사는 사람을 여럿 봤다. 로쟈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 속 어딘가에 작은 책 한 권이 들어 있다면, 책을 꺼내기 위해(로쟈는 이때 ‘발굴‘이라는 말을 썼다) 몇 시간에 걸쳐 그 모든 책더미를 들어내는 수고로움을 겪기보다 만 원 정도 돈을 쓰는 게 더 나은 거라는 얘기다.
이 말을 듣고 거기 모인 수강생들은 떠들썩하게 웃었다. 모든에 철두철미할 것 같은 로자에게 그런 느슨한 구석이 있을 줄이야.
책이 가득 쌓인 무더기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짚고 서 있는 로쟈라니. 그가 강의 때 자주 쓰는 말처럼 난센스‘ 같은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라 나도 웃었다. 하지만, 날마다 이어지는 강의에 몸과 마음이 다 지쳐 있을 걸 생각하면, 차라리 그런 방법을 택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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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2021-12-2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헌책 방
삶의 정감을 느끼고자 종종 방문함니다.
다소 색바래고 손 때가 묻은 것이 새것보다 더 아음에 들어요.

mini74 2021-12-20 09:25   좋아요 0 | URL
삶의 정감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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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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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편 읽는 심리 에세이, 작가 본인의 상처나 경험담을 통해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책이다. 아침에 하나의 에세이를 읽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가끔 밤이면 아무 페이지나 들춰 읽어도 위로가 된다.
언제나 정답게 건네는 따뜻한 말들이 담긴 책.
다정함이 필요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펼쳐보는 책이 된다. 가끔 내가 가진 아픔과 닮은 추억들이 소환될 때면 그 페이지에 표시를 하곤 한다. 작가님의 아픔 끝엔 해결책도 있고, 그냥 어쩌겠어, 그렇지만 네 탓도 아닌 걸 하는 혹은 나도 그랬다는 동감의 말들에 따뜻해진다.
살다보면 소나기를 맞을 때가 있다.
그러면 왜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냐며 칠칠맞다고 내 탓을 하는 이가 있다.
그와 반대로, 소나기가 내리고 젖어 버린 건, 소나기 탓이지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우산 하나로 막아지는 인생이라면 이렇게 젖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해가 발생했을 때는, 성숙하게 인정해야 한다. 내가 그 사람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것을 잘 모르면서 섣부르게 판단했음을, 당신이 괜찮은 척하는 동안, 우리가 애써 행복한 척하는 동안 멀어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어떤순간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마음이 있다. 타인에게는 늘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생각의 여백이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늘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을 것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한 차가운 의심을 애정 어린 친밀감으로 바꿀 수가 있다. 타인의 마음속에는 내가 결코 짐작할 수 없는 삶의 여백이있을 것임을 잊지 말자. 누군가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바로 내 각도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타인의 마음속 사각지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식이 싫어하는 것을 계속 강요하는 부모의 이기심이 투사의 비극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다. 이게 다 널 위한 거야,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이게 다 널 사랑해서그런 거니까, 네가 무조건 참아!‘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모든 욕망은 투사의 비극을 강화한다. 트라우마의 사슬을 끊는다는 것은 내 욕망을 투사하여 타인을 바라보며 ‘저 사람은 나를 너무 닮았어, 저 사람은 나의 분신이야, 저 사람은 내가 없으면 안 돼‘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끝내는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의 독립성을 인정해주고, 원하는것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착취하는 부모들, 내가 널 위해 이렇게 희생하는데‘ 라며 아이를괴롭히는 부모들은 사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깊은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를 치유하지못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는 이렇게 타인에게 전염되거나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타이거맘‘은 아이를 스파르타식으로 키우는 것이 결국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 믿고그야말로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무섭게 아이들을 몰아세우지만, 혹독한 훈육을 내면화한 아이들은 세상을 따스하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다. 안타깝게도 트라우마는 유전된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낫게 하는 자기치유력은 분명히 진화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속에,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 당신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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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4 16: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한장 명언 읽고 새겨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마음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한 문장씩 좋은 명구 읽으면 훈훈해 질것 같네요!! 타이거맘 ! 미니님은 똘망이 맘! ૮ ฅ•ᴥ•აฅ

mini74 2021-12-14 16:45   좋아요 5 | URL
ㅎㅎㅎ 저 아이디 바꿀까요. 똘망이 맘으로~ *^^*

미미 2021-12-14 17: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소나기 비유 가슴 뭉클해요 미니님~♡♡ 저도 이 책 읽을까 말까했는데 1페이지 미술365랑 비슷한 제목이네요. 정여울작가가 썼군요. 저도 마음의 우산 담을래요ㅎㅎ

mini74 2021-12-14 17:40   좋아요 4 | URL
이 분 본인의 성장 상처 이야기도 하면서 글을 잘 쓰시더라고요 ~~ 미미님 맛난 저녁 드세요 *^^*

새파랑 2021-12-14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위로가 되는 책이군요. 미니님 처럼 다정한 책 인가 봅니다~!!
제가 읽어야 하겠군요 ^^

stella.K 2021-12-14 17: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 맞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좀 이해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ㅋ
부모와 자식지간.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흐흑~

mini74 2021-12-14 18:02   좋아요 6 | URL
맞아요. 저 은근 젊을땐 좋아했는데 지금은 ㅎㅎㅎ 부모도 자식도 어려워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1-12-14 18: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65일 심리 에세이라고 하니 갑자기 1일 1명상 적어 주신 툐툐님 생각 나네요?
좋았었는데...^^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가슴 따뜻한 말 많이 들음 힘이 절로 나는 듯 하잖아요!!^^

mini74 2021-12-14 18:48   좋아요 6 | URL
툐툐님 보고싶네요. 열심히 명상하고 산 다니시며 즐겁게 지내고 계시길 *^^* 나무님 댓글도 따땃하고 좋아요 ~~

오거서 2021-12-14 19:24   좋아요 5 | URL
툐툐님 보고 싶네요. 하지만 여기에도 모인 분들이 워낙 다정하셔서 북플에 들러 매일 리뷰나 댓글에서 마주칠 때마다 온정을 느낍니다. 나무님도 미니님도 따뜻한 분 ^^

오거서 2021-12-14 18: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산이 있느냐 없느냐… 많이 맞든지 적게 맞든지…네요. 마지막 문장 하나로 모든 상황이 클리어! 미니님 혜안에 감탄 ^^

mini74 2021-12-14 19:08   좋아요 5 | URL
아이고 별말씀을 ㅠㅠ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편한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1-12-14 2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별다섯개라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타인에게는 늘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생각의 여백이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이 말 참 좋아요!

mini74 2021-12-14 21:52   좋아요 3 | URL
조금씩 다른 주제로 쓰여진 에세이를 매일 읽는 느낌이었어요. *^^*

페넬로페 2021-12-14 2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 확실히 마음에 더 새길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겠네요~~
지금의 나의 위치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해야 할때가 거의 대부분인데 한번씩 저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어요^^

mini74 2021-12-14 21:54   좋아요 3 | URL
작가님 성향이나 환경 등이 저랑 비슷하다고 느껴서 더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페넬로페님 위로가 필요하실땐 제가 위로해드릴게요 ㅎㅎㅎㅎ *^^*

희선 2021-12-15 0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하나씩이라는 말이 있다 해도 여러 가지 봐도 괜찮겠지요 미니 님은 아침 밤에 보셨군요 그럴 때 미니 님 마음을 위로해주는 말이 나오면 좋으셨겠습니다


희선

mini74 2021-12-15 15:40   좋아요 1 | URL
사실 서너장씩 보기도 하고 건너뛸때도 있고 그랬답니다 ~

페크pek0501 2021-12-19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즈덤 하우스의 책이 대체로 잘 팔려요. 내용도 좋겠지만 기획도 특별한 듯싶어요.
하루에 한 페이지. 이런 책 부담 없어 좋아해요. ^^

mini74 2021-12-19 13:0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 작가님과도 잘 맞는거 같아요. 정여울 작가님 글 좋아요 *^^*
 
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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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하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30년지기 친구, 물론 이 친구보다 더 오래 본 친구도 있다. 중학교때 만난 친구인데, 왠지는 모르지만 항상 내가 져줘야 하는 친구였다. 내게 무엇이든 너때문이야라고 말하는 친구, 성적이 떨어져도 너때문이야”. 그럼에도 그 친구는 친구라곤 나밖에 없었고, 어느 순간 나도 그 친구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고등학교 배정이 서로 다른 곳임을 알고 우는 친구를 보며, 속으로 안도했던 기억도 난다. 소심했고 우울했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교복을 맞추고, 준비물인 영어사전을 사러갔다. 아주 두꺼운 영어사전을 사오라는 것,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에 들러서 사전을 사려는데 단발의 여자아이 하나가 말을 걸었다 , 너도 땡땡 고등학교니?” 뻘쭘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반갑다. 우리 내일부터 학교 같이 가지 않을래? 어디 어디서 만나자.”

내가 확답도 하기 전에 그 아이는 내게 손을 열심히 흔들더니 먼저 가 버렸다.

그날밤, 전학을 가야하나, 혹은 그 아이를 무시해야 하나, 아님 돌아서갈까 온갖 고민을 했다. 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30, 결국 그 아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 아이는 내게 추파춥스를 하나 물렸다. 그리고 3년 동안 우리는 그 길을 걸어서 같이 학교를 오갔다. 수퍼집 딸이었던 그 친구는 매번 아침마다 신상제품이며 과자를 들고 왔고, 우리는 열심히 먹고 떠들며 그 길을 다녔다. 그리고 그 아이가 우리집에 온 날, 뼈밖에 없던 우리 오빠가 로드쇼 잡지위에 라면 냄비를 올려 놓고 먹는 모습을 본 후, 난 우리 오빠를 그 아이에게 주기로 했다. 사춘기소녀의 취향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정신차리고 다른 남정네에게 시집을 갔지만.

내게 먼저 용감하게 말을 걸어 준 친구, 그래서 그 친구는 내게 지금도 영원한 까방권을 획득한 상태다.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질투도 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싸울때는 가장 깊숙이 찌를 수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친구란 그런거다. 내가 때려도 남이 때리는 꼴은 못 보는 것, 내가 구박해도 타인이 구박하는 건 못 참는 것. 그리고 어깨 한번 툭치며 발 맞춰 걸어주면 그걸로 된 것.

이 책에선 화가의 친구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술가의 이미지나 고정관념으로 봐선, 성격파탄자들이 아니 좋은 말로 감수성이 예민한 분들이 많으신데 그 친구들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평생을 존경과 우정으로, 혹은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 또는 서로에게 상처로 남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닮아가는 그림들이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먼저 프리다 칼로를 보며 엄마를 떠올렸다. 어릴 적 엄마랑 드라마를 보다 보면, 꼭 나쁜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을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하는 조연남자가 나온다. 엄마는 그때마다 내게 남자주인공을 가리키며 저런 놈 만나면 지 팔자 지가 꼬는기다.”라며 열변을 토하셨지만, 그 당시엔 그냥 엄마의 마이너한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저 멋진 남자주인공을 놔두고 왜?

프리다 칼로에게 디에고 리베라는 나쁜 남자 중 최고봉이었다. 그런 프리다 칼로를 평생 숭배하고 사랑했던 니콜라스머레이는 어땠을까. 결국 매번 리베라에게 돌아가는 프리다 칼로를 가슴에 품고 숭배했던 그에게 프리다 칼로 또한 나쁜 여자였을까.

당신은 디에고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고, 우리 둘이 있을 때에도 셋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면서도 그의 눈은 항상 프리다를 향했고, 그녀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판 그림들의 되사서 그녀에게 돌려줬다.

 

바스키아의 우상이자 예술의 아버지였던 앤디 워홀, 두 사람의 협업이 혹평일색으로 끝나자 서서히 멀어졌지만, 두 사람이 그린 이 그림에선 유머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뒤러의 이탈리아 여행비를 선뜻 내주고,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해 준 친구, 피르크 하이머

둘의 편지에는 뒤러의 아내에 대한 뒷담화 등이 담겨있다고 한다. 결혼 3개월만에 훌쩍 여행을 떠나고, 그런 여행에 돈을 대주는 친구라니 어느 아내가 좋아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에밀졸라와 세잔, 그러나 에밀 졸라의 <작품>속 실패한 화가의 모습이 자신이라고 확신하고 절교한다.

그런 세잔이 신처럼 너그럽다고 한 카미유 피사로와의 우정. 세잔은 한 전시회에서 자신을 폴 세잔, 카미유 피사로의 제자로 소개한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의 제자들을 힘껏 도와준 피사로는 인상화가들의 아버지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래는 세잔과 함께 야회에서 같이 그림이다.





클레와 칸딘스키는 음악과 조형예술의 결합에 둘 다 관심이 많았고, 바우 하우스 등에서 함께 교사로 지내며 친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처럼 돌에서 작품을 찾아내 깎아내고 싶어했던 조각 지망생 모딜리아니와 브랑쿠시의 만남, 그렇지만 폐 등이 안좋아 건강상의 이유로 조각을 포기했다는 설이 있다.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거느린 마네, 그를 지지한 문인들로는 보들레르, 졸라, 말라르메 등이 있다. 말레르메의 시집인 <목신의 오후>의 삽화를 동판화로 제작해 준다.

아래의 그림은 둘 다 마네가 그린 것,  졸라가 싫어한 초상화이다. 그 옆엔 조르주 바타유가 이 작품은 두 정신 사이의 우정을 환히 비추고 있다고 한 말라르메의 초상화. 아무리 봐도 말라르메의 초상화에 진심이나 애정이 더 담겨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마네는 졸라의 <목로주점>을 읽고 등장인물 중 하나인 나나를 그렸다. 그러자 졸라가 화답하듯 3년 뒤 <나나>를 발표한다.

클림트는 추커칸들집안과 친했는데, 의사집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클림트 그림에 생물학적 모습이 보인다는 설도 있다. 추커칸들 집안에서 현미경을 통해 난자와 정자 세포조직 등을 관찰하고 그림 속에 담은 것.

오딜롱 르동은 모로, 고갱, 보들레르, 말라르메, 위스망스와 친했다고 한다. 주로 상징주의 예술과 그룹 회원들과 친했으며, 아르망 클라보란 식물학자와 친분을 나누고 조수로 식물채집 등을 하면서 그의 그림들이 식물이나 씨앗 등의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뒤러에게 원근법을 가르쳐준 수학자 루카 라치올리, 그의 수학책에 삽화를 그려준 레오나르도 다빈치.

예술가들에게 친구는 지지자이며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서로의 우정이 빛을 발할때도, 빛이 바랠때도 예술가들은 작품에 마음들을 담았다.

서로 다른 별에서 태어나 지구란 곳에서 친구로 살기란 얼마나 엄청난 확률인가,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오늘 절교하고 내일 다시 시작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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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3 14: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미니님 도
영감을 주시는 빛나는 분^^
졸라 <작품>에서 친구 세잔 찌질이로 그렸는뎅 ㅎㅎ^^

mini74 2021-12-13 14:39   좋아요 4 | URL
그래서 절교했나봐요. ㅎㅎ 스콧님이야말로 빛나는 분 ㅎㅎ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13 15: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까 폴스타프님 서재에서도 그랬는데,
제사보다는 잿밥에 더 ㅎㅎ
친구 얘기 재미 있어요~~
저에게도 유명한 화가 친구가 있으면 예술적 영감 팍팍 줄수 있을것 같은데~~
아쉽게도 ㅎㅎ

mini74 2021-12-13 15:31   좋아요 5 | URL
ㅎㅎ 저도 팍팍 채찍질 해 줄 수 있는데ㅎㅎ 이 친구가 달리는 걸 너무 싫어해서 달려라 하니가 아니라 달려야 하니가 별명이었어요 ~~ 우리 때 달려라 하나 만화 많이 봤거든요 ㅎㅎ

미미 2021-12-13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앞부분은 지금 읽고 있는< 나의 눈부신친구> 만큼 재밌어요!!😆 앤디워홀과 바스키아그림은 왜이리 웃긴데 슬픈거죠? 💩 이라니ㅠ 졸라때문이라도 꼭 사야겠어요ㅋㅋ

mini74 2021-12-13 16:56   좋아요 4 | URL
나의 눈부신 친구 ! 넘 좋죠 ㅎㅎ 천재옆에 노력파 ㅠㅠ 저도 그 강아지 그림 너무좋아요. 근데 앤디워홀이 소변으로 작품 만든 적 있어서 예사롭게 보이질 않아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1-12-13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이 특히 좋네요. ㅋㅋ
제 주위에 예술가 친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존재들의 특징을 관찰하면
흥미로울 듯해요. 매력 있잖아요. 혹시 제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지 몰라요.
예술적 기질이 있을 테니 말이죠. 책에서 만나는 예술가들도 좋습니다. ㅋㅋ

mini74 2021-12-13 17:1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랬음 좋겠는데 약간 까리끼리 모이더라고요. 아님 아예 정반대 ㅎㅎ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림도 색과 형체로 채워가는 글쓰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새파랑 2021-12-13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두번이나 언급되는 ˝에밀 졸라˝ 군요~!! 미니님의 친구분은 행운아군요 ^^

mini74 2021-12-13 20:56   좋아요 3 | URL
네~ 졸라가 그 시대 참 바빳더라고요 ㅎㅎ예술가들과 교류해야지 싸워야지 에펠탑 반대해야지 거기다 책 써야지 ㅎㅎ

독서괭 2021-12-13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방권 획득한 친구 ㅎㅎㅎ
저 이 책 제목 보고 전에 예술가의 동물친구들을 다룬.. 제목이 기억 안나네요;; 그거랑 헷갈렸어요^^;

mini74 2021-12-13 23:29   좋아요 1 | URL
아마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 아닐까요 ㅎㅎ 요즘 예술가와 주변에 대해 쓴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독서괭 2021-12-14 05:22   좋아요 1 | URL
아 그거 맞아요 ㅋㅋ

모나리자 2021-12-14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가들은 순수해서 그런지 절교와 절친으로지내는 예도 많은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 독려하고 우정을 나누는 일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것으로 큰 힘을 얻고 영혼을 적셔주는 그림을 남기기도 하니까요.^^

mini74 2021-12-14 16:44   좋아요 2 | URL
서로 같은 길을 가니 경쟁심도 있고 질투고 있고 그런데 예술가들은 그런 감정들도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2-14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알파
피카소와 브라크
입체파일때 이들은 그림이 너무 닮아서 자기 그림에 장난삼아 싸인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mini74 2021-12-14 16:43   좋아요 2 | URL
정말 닮았더라고요. 입체파에서 브라크와 피카소는 시작이자 동지? ㅎㅎ

희선 2021-12-15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른해지기 친구가 있다니 멋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시기 바랍니다 소설을 보고 거기에 나온 사람을 그리고 에밀 졸라는 나중에 소설을 썼군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네요


희선

mini74 2021-12-15 15: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희선님. 졸라가 화가들 이야기에도 많이 나오내요 ㅎㅎ
 
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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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도 슈사쿠의 <깊은 강> 에선 양파가 신이더니, 여기서는 양파가 이번에 사랑과 욕망이란다.
양파, 너란 존재는 ㅎㅎㅎ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남자주인공의 찌질함과 집착과 질투가 닮았다고 해야하나.
사랑이 가고 남은 자리, 빈한한 이 세상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 주인공은 하고 많는 미련 중에 미움을 담는다.
어설픈 흥신소 부자의 과한 보고서, 몰래 훔쳐 보는 일기장과 그녀의 낙서들.
의심과 질투, 사랑하고 남은 찌꺼기를 차분히 공들여 분리수거하는 듯한 작가의 글이 참 좋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 인간의 신에 대한 믿음은 의심과 불신의 관계라는 점이 닮았다.
두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한 남자는 떠날까 두려워했던 감정에서 , 또 한 남자는 다 써 버린 사랑이란 감정에서 조금은 홀가분할까.

( 모리스 말하는게 넘 얄미워서 욕하면서 읽었는데 ㅎㅎ 재미있다. 심리묘사나 감정표현아 좋아서 모리스마저 나중엔 밉지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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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0 21: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쒼나여!
이따 다시 돌아옵니다
일단 요기
자리 호빵 찜!🥞

mini74 2021-12-10 21:57   좋아요 6 | URL
덩달아 쒼나요 ㅎㅎ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10 22: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양파가 어울려요~~
까도까도 모르는게 사랑 같아요 ㅎㅎ

mini74 2021-12-10 22:12   좋아요 5 | URL
양파, 페넬로페님 말씀에 공감 ~~ 냄새도 좀 나죠.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1-12-10 22: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양파, 너란 존재!!!
ㅋㅋㅋㅋ
진짜 한 번 읽어봐야 할 소설이군요.
리뷰도 양파처럼 계속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아...갑자기 양파링 먹고 싶네요ㅋㅋㅋ

mini74 2021-12-10 22:32   좋아요 5 | URL
전 지금 그 칼로리 무섭다는 초코 발린 다이제 먹고있습니다 ㅎㅎㅎ 금욜밤 즐겁게 보내세요 나무님 *^^*

scott 2021-12-10 22:34   좋아요 5 | URL
여기 .🖐 미니님 서재방에호빵 놓고 갔습니다
추위에 속이 꽉차고 든든해야 함요 ^ㅎ^

책읽는나무 2021-12-10 22:36   좋아요 7 | URL
ㅋㅋㅋ
용감하시군요?? 이시간에요!!!!
저는 저녁을 좀 늦게 먹었는데도(그것도 김치볶음밥을 밥그릇이 아닌 국그릇에 퍼서 먹었거든요ㅜㅜ)
지금 오레오를 쳐다 보고 있어요.
내일 먹어야 하나? 지금 하나라도 먹고 자야 하나?하면서요ㅋㅋㅋ

고민스런 불금!!!
즐거워 집시다~^^

책읽는나무 2021-12-10 22:38   좋아요 5 | URL
호빵!!!!
따끈한 호빵이었다면 당장 한 입 베어물었을 텐데요~^^🙆‍♀️🙆‍♀️

mini74 2021-12-10 22:43   좋아요 4 | URL
초코다이제에 호빵 받고 오레오까지~ 먹고싶어요 ㅎㅎ 내일 장보러가야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12-10 22: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두 남자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살거 같아요 😅 미니님과 양파랑 닮은거 같아요~!!

mini74 2021-12-10 22:41   좋아요 6 | URL
좀 무거워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새파랑님 저 양파 닮은겁니까 ㅎㅎ 옆에 누워계신분께 나 양파 닮았대 하니까 고민하더니 싹 난 양파랑 닮았다고 정정하셨습니다.

새파랑 2021-12-10 22:45   좋아요 6 | URL
미니님은 까도 까도 새로움이 넘쳐나서 닮았다고 한겁니다 😁

mini74 2021-12-10 23:06   좋아요 5 | URL
저 부캐하고싶어요 싹난 양파 ㅎㅎㅎ 즐건 금요일 보내세요 새파랑님 *^^*

미미 2021-12-10 23: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봤네요!ㅠ 저 오늘 이 책 받았습니다 미니님~♡ㅋㅋ
책 없이 읽었으면 아주 괴로웠을뻔한 리뷰네요ㅎㅎ(휴~)
평안한 밤 되세요🙋‍♀️

mini74 2021-12-10 23:20   좋아요 4 | URL
미미님 이 책 읽고 분노하실수도 ㅎㅎ 여유롭고 편한 밤 보내세요. *^^*❤️

다락방 2021-12-10 23: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가 흥신소 일 하는게 너무 싫었어요 ㅜㅜ
그렇지만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인물들의 고민을 같이 고민하게 만든달까요. 찌질하고 짜증나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너무 잘 알겠는거죠. 그런점에서 여운이 있는 소설이었어요.

mini74 2021-12-10 23:35   좋아요 5 | URL
아빠도 답답했던.ㅎㅎ 그럼에도 다락방님 댓글처럼 그들의 맘이 빤히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

키라키라 2021-12-10 2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삭하고도 어니언 꼬순내 나는 양파링같은 리뷰에 밤이 즐겁습니다 책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

mini74 2021-12-11 00:29   좋아요 3 | URL
여기선 약간 불륜의 ㅎㅎ 편한 바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희선 2021-12-11 0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욕망이 양파와도 비슷하다니 몰랐습니다


희선

mini74 2021-12-11 08:39   좋아요 3 | URL
이 책에서 두 주인공에게 그런 의미로 쓰인답니디 *^**

coolcat329 2021-12-11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파~너무 좋아하는 채소!

그레이엄 그린은 단편집 읽다 지쳐서 자꾸 외면하게 되네요.
근데 양파가 사랑과 욕망이라니 풉~재밌네요.

mini74 2021-12-11 08:57   좋아요 3 | URL
저도 양파 넘 좋아하는 ㅎㅎ 저도 장편은 처음인데 재미있게 읽었어요 *^^*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쿨캣님 *^^*

그레이스 2021-12-11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하고 남은 찌꺼기를 차분히 공들여 분리수거하는 듯한 글!
와아~ !
이 표현 너무 좋은데요~~~!

그레이스 2021-12-11 08:58   좋아요 1 | URL
여기에 다 깐 양파는 음식물쓰레기로? 라고 덧붙이면 아재개그 수준이겠죠?ㅋㅋ
😆

mini74 2021-12-11 08:58   좋아요 2 | URL
앗 그레이스님 ㅎㅎ 고맙습니다. 평온한 토요일 보내고 계시지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프레이야 2021-12-11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 후에 남는 것들 잘 분리수거하는 것.
중요한 거 같아요. 표현이 확 와닿네요.
양파가 사랑이라면 양파를 썰 땐 양파 한 쪽을 입에 물면 눈물이 덜 나지요. ^^

mini74 2021-12-11 15: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프레이야님 꿀탑까지 ~

scott 2021-12-11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주의 찌질함
영화에서 랄프가 연기로 확실하게 보여 줬습니다 !ㅎㅎ
이토록 명확한 명품 100자평!!

두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이 떠오릅니다 ^ㅅ^

그레이스 2021-12-11 12:49   좋아요 2 | URL
암스테르담 인상적이었는데,
치매, 안락사, 엇갈린 사랑, 이 주제를 다 담았지요 아마?

scott 2021-12-11 12:53   좋아요 2 | URL
네 ^^
이작품이 어토먼트 보다 훌륭
어토먼트 딱 1부까지만 플롯이 훌륭
2부부터 고구마 백만개 ㅋ ㅋㅋ ^^

그레이스 2021-12-11 12:55   좋아요 2 | URL
고구마 맞긴 한데 마지막 장면이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 책도 좋았어요^^
스콧님 우리가 왜 여기서 이언 매큐언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ㅋㅋ

mini74 2021-12-11 15:50   좋아요 2 | URL
ㅎㅎ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기억하겠습니다. 두 분 귀여우세요 *^^*

페크pek0501 2021-12-11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처럼 미니 님과 내가 글이 쓱쓱 써지면 좋겠습니당^^
서재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mini74 2021-12-11 17:1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1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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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이란 책을 좋아한다. 친구에게 소개했다가 욕먹은 책이기도 하다. 친구는 여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작가의 이야기거나 혹은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부모님 모습이 조금은 투영되었음을 알게 됐다.)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으로 꺼져라” 와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꺼져라” 의 두 구호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이다.
두 권이며 분량도 많은 편이다.
북유럽계인 모계와 부계혈통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찌하여 이 곳 이스라엘로 오게 되었는지의 이야기.
그리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이야기들과 책으로 쌓인 아파트 벽들 사이에서 자란 작가의 이야기다.
혼란스럽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 <나의 미카엘>의 두 주인공을 닮은 듯 보이는 너무 다른 부모님, 그리고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까지 그 속에서 방황하면서 자라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유대인 학자들과 소설가들과, 유대인 천재들과 유대인 랍비들과 유대인 정치인들과 유대인들의 신화와 옛이야기들, 음식들이 낯설어서 책을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부유하지 않았지만 책들은 소년의 허기를 채워주었고, 안전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품은 두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다. 소년의 책들과 소년의 이야기들, 소년의 주변인들의 모습 등이 정겹다. 예루살렘의 초기 모습과, 그 골목들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소년의 이웃들이 다정하다. 그런 모든 것들이 소년에게 사랑이었고, 어머니가 떠난 후 겪게 되는 아픔들이 어둠이었을까.
아니면 이스라엘이란 그 장소 자체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가 담긴 곳일까.
어둠은 때때로 혹은 자주 찾아오기도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그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자전적인지 아니면 어떤 일들은 허구인지 알 수 없다. 조부나 부모와는 또 다른 세대로서 가지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 속 밑줄

하나 이상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케이크에서 건포도를 골라내지 않는 것, 고통에 고삐를 매어 세우고, 그것을 갈고 닦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아그논이 표현했던 것에서 발견했다기보다는 내 할머니가 더 날카롭게 하던 말에서 배운 것이었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다면 울지 마라, 웃어라.”

“그런데 지옥이 뭐냐? 천국은 뭐고? 분명 그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있단다. 우리 각자의 집에있어, 모든 방에서 너희는 지옥과 천국을 발견할 수 있을 게다. 모든 문 뒤에. 두 겹 담요 아래, 사실은 이런 거야. 작은 사악함으로 사람은 사람에게 지옥이 되지. 작은 연민, 작은 고나대함으로 사람은 사람에게 천국이 되고”

“누군가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모른단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이웃에 대해서도 모르고, 심지어 네가 결혼 한 사람에 대해서도 모르고, 아니면 네 부모나 자식에 대해서도 모를 일이지. 전혀 심지어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만일 때로 우리가 순간 마침내 뭔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나빠.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게 오류 속에 사는 것보다 더 나으니까. 사실 누가 알겠니? 다시 생각해보면 암흑 속에서 사는 것보다 오류 속에 사는 편이 훨씬 더 쉬울지도 모르겠구나.”

“살인자들? 넌 그들에게 무슨 기대를 하는데? 그들 관점에서는 우리가 자기네 딸에 침입해서 안착하더니, 조금씩 자기네 땅을 접수한 외계 이교도들인데~ 이제 우리는 그들을 박살내고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주었고 그들 중 수십만 명이 난민 수용소에서 살고 있는데, 뭐 그들이 우리를 축하해주고 행운이라도 빌어주길 기대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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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9 16:0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한번씩 리뷰에 명대사를 남겨주시니 깜짝깜짝 놀라요!
‘어둠은 때때로 혹은 자주 찾아오기도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그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길을 가르쳐준다.‘캬! 소주맛입니다~♡♡ 😳

mini74 2021-12-09 16:08   좋아요 6 | URL
미미님 주말까지 우리 참아요 ㅎㅎ 금욜엔 기말고사 끝낸 아이가 소맥 말아주러 온대요 ㅎㅎ 전 지금 요다 넘 귀여워서 검색중입니다 ~

scott 2021-12-09 16:21   좋아요 6 | URL
저 !요다 인형 🖐 있습니다

배를 누르면 요다 울음(웃음)소리가 나와여 ㅎㅎㅎㅎ

미미 2021-12-09 16:28   좋아요 5 | URL
아앗(ㅠㅇㅠ) 저 안그래도 인형 너무 예뻐서 눈팅했는데요. 소리도 나옴 정말 귀욥겠네요!!!

책읽는나무 2021-12-09 17:21   좋아요 5 | URL
저도 그 문장 와~~멋지다!! 생각 했어요.^^

근데 요다 인형이 몰까?? 잠깐 머리 굴리고 있었네요~~
배를 누르면 소리까지 나온다구요????

mini74 2021-12-09 17:26   좋아요 5 | URL
나무님 요다 넘 귀엽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09 17:31   좋아요 5 | URL
네...금방 미미님 서재에서 보고 왔어요ㅋㅋㅋ
요다 소리가 나온다니 더 궁금해 지네요^^

미미 2021-12-09 17:47   좋아요 4 | URL
나무님!! 요다 인형 검색하시면 쭉 판매되는게 나오는데요, 스타워즈를 안보셨어도 드라마‘만달로리안‘을 보심 왜 이렇게 많이 판매되는지 아실수 있어요😆 지금 공사현장에 있어서 답이 늦었네요~♡

scott 2021-12-09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 팬입니다 !🖐^^ 사랑과 어둠 곧 영화로 나온다고 합니다 어둡과 슬프지만 아모스 오즈의 스토리는 진심으로 좋아 합니다 ^^

mini74 2021-12-09 16:09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나탈리 포트먼? 이 감독에 어머니역으로 나온다던데 저도 궁금해요 스콧님 *^^*

coolcat329 2021-12-09 1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좋은거 알고 예전에 사뒀는데 아직도 안 읽었습니다. 별5개 보니 반갑네요~

mini74 2021-12-09 17:34   좋아요 4 | URL
어린시절이 많이 담긴 1권이 좀 더 재미있었어요 *^^*

scott 2021-12-09 17:40   좋아요 4 | URL
미니님 말씀에 동감 .🖐^^

페넬로페 2021-12-09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의 미카엘‘ 책 어서 읽고 싶어요.
아모스 오즈의 작가의 작풍 읽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 읽어야할 것이 않은지요^^
자전적 내용이라 더 흥미로워요~~

mini74 2021-12-09 19:13   좋아요 4 | URL
나의 미카엘은 호불호가 ㅠㅠ 저는 좋았어요 페넬로페님 *^^*

그레이스 2021-12-09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 저한테 몇권 있는데 이 책은...!

mini74 2021-12-09 19:59   좋아요 2 | URL
자전적 소설인데 재미있었어요 그레이스님 ㅕㅕㅑ

그레이스 2021-12-09 20:00   좋아요 2 | URL
장바구니로 들어갔지요~~**

바람돌이 2021-12-10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 관심작가로 올려두었는데 미니님 글덕분에 관심 상승입니다. ^^

mini74 2021-12-10 00:3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반가워요 ~ 잘지내시지요 ㅎㅎ 호불호가 가려서 ㅠㅠ 저는 좋아합니다 ~ 안녕히 주무세요 ~

새파랑 2021-12-10 0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책에도 많이 언급되는데 유대인의 삶에는 뭔가 아픔과 한이 많은거 같아요. 그래서 유대인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한? 같은게 느껴지더라구요~!!

mini74 2021-12-10 08:46   좋아요 3 | URL
맞네요 새파랑님~우리 정서에도 한이 있어서인지 또 잘 읽히는 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2-10 08:45   좋아요 2 | URL
미니님 헌이 뭘까 생각했어요?
새파랑님 댓글 읽고 오타라는 ...^^

제게 있는 책 보니 3권이네요
여자를 안다는것, 나의 미카엘, 유다

mini74 2021-12-10 08:48   좋아요 2 | URL
ㅎㅎ 폰으로 쓰면 오타가 ㅠㅠ그레이스님 많이 갖고 계시네요. ~ 저도 유다 갖고 있어요. 이제 읽으려고요 산지는 오래됐지만 ㅎㅎ 덕분에 오타 고쳤어요. ~

페크pek0501 2021-12-10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왠지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네요. ^^

mini74 2021-12-10 20:46   좋아요 2 | URL
조부와 부모 자신의 삶까지.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었어요 ~

서니데이 2021-12-10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전적 소설이 아니어도 작품 안에는 작가의 경험, 살아온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실제로 겪은 일들은 특별한 의미와 감정의 경험이 되니까요.
mini74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12-11 08:42   좋아요 2 | URL
맞아요 서니데이님 알게모르게 담겨 있는 듯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희선 2021-12-11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 이름만 알고 소설은 한권도 못 봤네요 《나의 미카엘》 책 제목은 본 적 있는데 이 작가 소설이었군요 책 제목은 기억하지만 작가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책과 사랑이 있어서 소년은 어둠에서 걸어 나왔군요


희선

mini74 2021-12-11 08:41   좋아요 2 | URL
이 분 소설이 저는 좋더라고요 *^^* 희선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