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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1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나의 미카엘>이란 책을 좋아한다. 친구에게 소개했다가 욕먹은 책이기도 하다. 친구는 여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작가의 이야기거나 혹은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부모님 모습이 조금은 투영되었음을 알게 됐다.)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으로 꺼져라” 와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꺼져라” 의 두 구호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이다.
두 권이며 분량도 많은 편이다.
북유럽계인 모계와 부계혈통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찌하여 이 곳 이스라엘로 오게 되었는지의 이야기.
그리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이야기들과 책으로 쌓인 아파트 벽들 사이에서 자란 작가의 이야기다.
혼란스럽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 <나의 미카엘>의 두 주인공을 닮은 듯 보이는 너무 다른 부모님, 그리고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까지 그 속에서 방황하면서 자라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유대인 학자들과 소설가들과, 유대인 천재들과 유대인 랍비들과 유대인 정치인들과 유대인들의 신화와 옛이야기들, 음식들이 낯설어서 책을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부유하지 않았지만 책들은 소년의 허기를 채워주었고, 안전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품은 두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다. 소년의 책들과 소년의 이야기들, 소년의 주변인들의 모습 등이 정겹다. 예루살렘의 초기 모습과, 그 골목들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소년의 이웃들이 다정하다. 그런 모든 것들이 소년에게 사랑이었고, 어머니가 떠난 후 겪게 되는 아픔들이 어둠이었을까.
아니면 이스라엘이란 그 장소 자체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가 담긴 곳일까.
어둠은 때때로 혹은 자주 찾아오기도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그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자전적인지 아니면 어떤 일들은 허구인지 알 수 없다. 조부나 부모와는 또 다른 세대로서 가지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 속 밑줄
하나 이상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케이크에서 건포도를 골라내지 않는 것, 고통에 고삐를 매어 세우고, 그것을 갈고 닦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아그논이 표현했던 것에서 발견했다기보다는 내 할머니가 더 날카롭게 하던 말에서 배운 것이었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다면 울지 마라, 웃어라.”
“그런데 지옥이 뭐냐? 천국은 뭐고? 분명 그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있단다. 우리 각자의 집에있어, 모든 방에서 너희는 지옥과 천국을 발견할 수 있을 게다. 모든 문 뒤에. 두 겹 담요 아래, 사실은 이런 거야. 작은 사악함으로 사람은 사람에게 지옥이 되지. 작은 연민, 작은 고나대함으로 사람은 사람에게 천국이 되고”
“누군가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모른단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이웃에 대해서도 모르고, 심지어 네가 결혼 한 사람에 대해서도 모르고, 아니면 네 부모나 자식에 대해서도 모를 일이지. 전혀 심지어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만일 때로 우리가 순간 마침내 뭔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나빠.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게 오류 속에 사는 것보다 더 나으니까. 사실 누가 알겠니? 다시 생각해보면 암흑 속에서 사는 것보다 오류 속에 사는 편이 훨씬 더 쉬울지도 모르겠구나.”
“살인자들? 넌 그들에게 무슨 기대를 하는데? 그들 관점에서는 우리가 자기네 딸에 침입해서 안착하더니, 조금씩 자기네 땅을 접수한 외계 이교도들인데~ 이제 우리는 그들을 박살내고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주었고 그들 중 수십만 명이 난민 수용소에서 살고 있는데, 뭐 그들이 우리를 축하해주고 행운이라도 빌어주길 기대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