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바늘끝으로 무장한 땡볕이 기세가 등등하다. 요사이 아침 안개가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예고한 것이라는 어른들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8월 첫날이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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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꽃풀,
기다림을 알았을까. 몇년 전 한라산 기슭에서 처음 눈맞춤 한 후 같은 자리에서 거의 매년 보아오던 꽃을 내 뜰에서 마주한다.

네개의 꽃대가 올라오고도 한동안 꼼짝하지 않더니 어느날 부터 조금씩 달라짐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하얀색의 꽃이 보였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이 기특하여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성을 기울인 것보다 더 큰 무엇을 전해주는 것, 야생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다는 특별함이 있다.

한동안 실타래가 풀리듯 피어오르는 꽃 보는 내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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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
때맞춰 보지만 그렇다고 딱히 주목해서 갈무리하지도 않는다. 같은 시기에 피는 다른 꽃에 밀리기 때문이다. 꽃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닌 것은 어쩔도리가 없다.

노고단을 오르며 수없이 만나는 꽃이다. 무리지어 핀 모습도 홀로 피어 숲에 불을 밝히듯 환하게 웃는 모두 넉넉함을 주기에 그 풍성함이 좋다.

"채취한 어린 순을 말린 것은 ‘삼나물’로 불리며 식용에 쓰이는데, 삼나물이라는 이름은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잎 모양이 삼을 닮아서 붙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물로 먹는다기에 지난 봄 뜰에 심었는데 다른 것에 가려서 꽃도 보지 못했다. 자두나무 그늘 아래 텃밭으로 옮겨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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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버려야할 때가 있다. 식물이 본체를 살리기 위해 특정한 가지를 선택하고 영양공급을 중단해 고사시키듯 과감히 버려야할 때가 있다. 극단적인 선택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의 사귐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덜 중요한 것은 뒤로 미루거나 때론 포기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손에 쥐고 갈 수 없을때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이는 무엇을 지키고자 하느냐에 달렸다. 잘 살펴서 사귐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사소한 욕심을 부리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본질을 무너 뜨려서는 안된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그것을 감지하는 이는 바로 자신이다.

노각나무의 꽃이 지고나서도 나무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몸부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무의 품에 포근히 안겨 빛을 받은 지금이 화양연화가 아닐까.

본질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엄습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당신과 나란히 걷기 위해 난 무엇을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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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종덩굴
여기 어디쯤인데ᆢ. 비슷한 때 같은 곳을 가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식물들이 있다. 매년 비슷한 때 같은 곳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 수로 한켠에서 만나는 꽃 중에 하나다.

다문듯 벌어진듯 애매한 모양이지만 종처럼 달렸다. 독특한 모양의 꽃이 피어 아래를 향한 특이함으로 주목 받는다. 누런색 종모양 꽃이 지고 나면 머리를 풀어 헤친 것처럼 보이는 열매가 눈길을 끈다.

종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으로는 종덩굴, 세잎종덩굴, 바위종덩굴, 검종덩굴 등이 있다는데 확인은 못했다.

쌓고 또 쌓아서 한계에 달했을 그때서야 마침내 속내를 보여준다. 무엇이든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그마져도 아끼고 있으니 무엇이 그리 닫힌 마음으료 이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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