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먼길 나섰다. 꽃 보자고 부르는 벗이 아니면 나서지 않았을 길이다. 사진으로만 보며 부러워했던 그 언저리를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

동강이라고 했다. 첩첩산중 하루 중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두어시간 될까 싶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강 따라 길이 나고 그 구석구석에서 하늘바라기 하며 사는듯 보였다. 살자면 못살 것은 아니겠지만 평야가 많은 남쪽에서 살아온 이에겐 특별한 환경임에는 틀림 없다.

​

동강할미꽃은 바로 그 동강 유역의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할미꽃이라고 한다.

​

연분홍이나 붉은 자주색 또는 청보라색으로 핀다. 처음에는 꽃이 위를 향해 피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 고개가 무거워지며 옆으로 향하게 된다. 어쩌다 벼랑 끝 바위 틈에 자리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로인해 더 주목받는 꽃이기도 하다.

​

그 동강할미꽃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그모습 그대로 그자리에서 오랫동안 동강과 함께 하길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봄과 다투지 마라

속도전을 치루는 것이 봄이다.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삶의 중요한 일을 마쳐야하는 생명들에게 봄은 미적거릴 틈이 없다. 이 숙명은 한해살이 아주 작은 풀이나 여러해살이 키큰나무나 다르지 않다. 아지랑이 사라지기 전에 일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다. 벼랑끝에 뿌리를 내려 터전을 잡았다. 매년 꽃을 피워올려 눈맞춤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봄이 지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그 잎이 말라서 긴 치마를 입은듯 붙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

사람이라고 다를까. 나무보다 더 짧은 생을 사는 사람이 봄마다 봄앓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봄앓이가 심할수록 단단하게 성장하고 깊은 향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봄앓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

봄의 속내와 다투어 자신의 내실을 키우는 봄앓이를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가 시간을 쌓아 품을 키우고

그 힘으로 꽃을 피운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돌을 깎아

간절함을 세웠다.

나무와 탑이 서로의 시간 앞에 경의를 표한다.

​

사람들이 합장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흰털괭이눈

계곡물이 풀리고 난 후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애들이 주인공이다.

​

애기괭이눈, 흰털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 고만고만한 생김새로 다양한 이름이라 제 이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눈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

물을 좋아해 계곡 돌틈이나 근처에 주로 산다.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가면 계곡의 돌틈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흰털괭이눈은 줄기와 잎에 흰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 종류들은 대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가에 꽃으로 핀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冬柏 동백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浮花難可恃 부화난가시

松柏無嬌顔 송백무교안

所貴耐寒耳 소귀내한이

此木有好花 차목유호화

亦能開雪裏 역능개설리

細思勝於栢 세사승어백

冬栢名非是 동백명비시

​

동백

복사꽃과 자두꽃 싱그럽다고 하지만

겉만 화려한 꽃이라 믿기 어렵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아리따운 모습 없지만

추위를 견디기에 귀하게 여겨지네.

이 나무는 꽃이 좋을뿐더라

또 눈 속에서 피어나네.

자세히 생각건데 잣나무(柏)보다 나으니

'동백'이라는 이름은 옳지가 않네.

​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등장하는 이규보의 시 '동백'이다.

​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란 부제른 단 이 책은 나의 주요한 관심사 인 옛시와 꽃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52 종류의 꽃시가 담겨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들에 관한 시라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

동백에 대한 옛 기록으로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동백을 산다화(山茶花)로 소개했으며 속명을 동백이라고 했다. 또한,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우리나라 남쪽지역에는 동백꽃이 있어 겨울철에도 능히 곱고 화려한 붉은 꽃을 피워, 꽃 없는 시절에 홀로 봄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겨울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란 이름이 생겼다."그 중에서도 봄철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며 동백을 소개하고 있다.

​

초록 잎에 붉은 꽃, 노랑 꽃밥이 묘한 어울림으로 강렬한 느낌도 좋지만 통으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피는 모습에 주목 한다. 이 모습을 보고자 한겨울이면 동백 피었다는 소식을 따라 동백숲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

옛사람들이 동백을 찾았던 이유가 무엇이든 내겐 동백꽃이라고 하면 제주도의 4ㆍ3항쟁이 떠오른다.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 동백꽃이 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

겨우내 기다리던 동백이 이곳에선 이제서야 피어나고 있다. 가까운 동백나무 군락지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이라도 찾아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듯 붉은 꽃그늘을 걷고 싶다.

​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