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이다. 늦가을 낙엽이 다 지도록 찾지 못했던 나무 품 안으로 들었다. 떨어진 잎은 색을 바래며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고 과육과 이별 중인 열매들은 특유의 냄새로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더디가는 가을이지만 바쁠 것도 없는 일상에서도 가을 정취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늦은 발걸음을 한 이유이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때에는 보지 못했던 독뜩한 모습을 본다. 열매를 떨구고 난 자리가 늦게라도 찾아온 벗이 반갑다는듯 환하게 웃고 있다.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길이 만나 때늦은 감회에 젖는다.

내일은 춥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오늘 볕이 이리 좋은 것을 보니 예년보다 못한 기세가 아닐까 어설픈 짐작으로 위안 삼는다. 대설을 코 앞에 두고도 눈 구경도 못한 겨울이 어디 겨울인가.

떠나보낸 자리에 남겨진 흔적이 꽃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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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국악 잔치

ㆍ여는 무대 : 단가(사철가)
ㆍ기악단 : 산조합주 
ㆍ무용단 : 동래학춤
ㆍ창극 '지리산' 중 : 눈부신 꽃이여 생명이여
ㆍ2019 국립민속국악원 1년 간의 기록
ㆍ창극단 & 사물놀이 : 적벽
ㆍ창극단 & 기악단 & 무용단 : 육자배기, 흥타령
ㆍ사물놀이 : 판굿

2019. 12. 19(목) 오후 7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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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 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 낼런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도 몰라!

*박재삼의 시 '한'이다. 나무에 기댄다. 애환과 그리움으로 여전히 내 안에 살아 꿈틀대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에게 전해질 마음이 열매로 맺힐 수 있어 그 사람의 안마당에 들어가고 싶다. 그것도 감나무쯤은 되야 가능한 일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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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까지 빗방울 떨어지고 마치 선물로 눈이라도 내릴 것만 같은 날씨더니 오후엔 볕이 참 좋다. 12월에 들어서도 이런 날이 계속 된다는 것을 반길 수만은 없는데 우선은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올 한해 섬진강 매화로부터 시작된 꽃놀이가 소백산과 옥천, 제주도, 가야산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 한 덕분에 처음으로 눈맞춤한 꽃들이 제법 많다. 이 겨울 그 꽃들을 다시 살피며 곧 있을 새 꽃들과의 꽃놀이를 미리 준비한다.

씨앗을 보낸 솔방울의 여유로움을 알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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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를 건너와 뺨을 스치는 바람결에 온기가 가득하다. 파아란 하늘, 살랑거리는 바람에 화창한 볕이 주는 가을날의 마지막 몸짓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누구의 흔적일까. 볕 좋은 날, 소나무 숲 오솔길을 걷다 만난 가벼운 몸짓하나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앉았다. 품을 벗어나고도 머뭇거림은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아쉬움으로 서성거렸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머뭇머뭇 더디가는 가을을 재촉할 이유가 없듯이 오는듯마는듯 주춤거리는 겨울을 부를 이유도 없다. 지금 이 볕이 주는 온기를 담아두었다가 섯달 첫눈이 오는 날 가만히 풀어 내면 그만이다.

이제서야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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