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이다. 늦가을 낙엽이 다 지도록 찾지 못했던 나무 품 안으로 들었다. 떨어진 잎은 색을 바래며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고 과육과 이별 중인 열매들은 특유의 냄새로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더디가는 가을이지만 바쁠 것도 없는 일상에서도 가을 정취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늦은 발걸음을 한 이유이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때에는 보지 못했던 독뜩한 모습을 본다. 열매를 떨구고 난 자리가 늦게라도 찾아온 벗이 반갑다는듯 환하게 웃고 있다.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길이 만나 때늦은 감회에 젖는다.

내일은 춥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오늘 볕이 이리 좋은 것을 보니 예년보다 못한 기세가 아닐까 어설픈 짐작으로 위안 삼는다. 대설을 코 앞에 두고도 눈 구경도 못한 겨울이 어디 겨울인가.

떠나보낸 자리에 남겨진 흔적이 꽃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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