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장구채'

"화암사, 내 사랑/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며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화암사를 찾아가는 숲길에서 첫 눈맞춤을 했다. 이후 안개 자욱한 남덕유산 서봉 가는 길에서 다시 본다. 처음으로 만나는 꽃은 장소와 함께 기억된다.


유난히 가는 줄기에 그만큼 가는 꽃대를 올리고 하얀색의 여린 꽃을 피웠다. 작은 물방울에도 스스로를 의지하는데 버거워보이지만 거칠것 없다는 듯 당당하다. 다섯 갈래인 꽃잎은 가운데가 약간 갈라져 귀여운 맛을 더해준다.


장구채는 꽃자루가 가늘고 길어서 얻은 이름으로 워낙 가늘어서 약한 바람에도 쉴새없이 흔들린다. 장구채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더욱 가늘게 자라는 것이 바로 가는장구채이다.


여리고 작지만 환하게 웃는듯한 모습이어서 더 이쁜 모습이다. '동자의 웃음'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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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꽃이 피었다. 말복이 지나면 올라온다던 벼이삭에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핀 것이다. 벼꽃을 부르는 말로 도화稻花, 인秵, 자마구라고도 한다지만 '벼꽃'이 주는 어감만큼 정다운 것이 없는듯 싶다.


벼꽃 피면 푸르기만하던 들판이 조금씩 색의 변화를 가져오는 때다. 벼이삭이 여물어 고개를 숙일때쯤 벼잎도 누렇게 말라 황금들판으로 풍성한 가을의 진면목을 보여 줄 것이다.


벼꽃


지은 죄 없으면서
잎 뒤에 숨어
눈곱처럼 초라하게 피어나
하늘 점점 높아지고 바람 살랑대면
서로 꽃술 비비다 지는 꽃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
떨어진 자리
만백성 먹여 살릴 벼이삭 달리더니
흙냄새 땀 냄새 이슬로 씻고
여물어 갈 때
온 들판 가득 퍼지는
천 년을 맡아도 물리지 않을 구수한 냄새
아하, 이제야 알겠네
벼꽃은 숭늉냄새를 남겨놓고
떨어지는 것을


*정낙추 시인의 시 '벼꽃' 전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라는 문장에 공감할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마는 그러건말건 '숭늉냄새' 품고 벼꽃은 피었다.


배꼽 아래 쯤 벼꽃 피었으니 이제 무논 논두렁 풀섭에 필 여리디여린 벗풀, 수염가래, 물달개비를 보기위해 논둑 서성이며 몇번이고 허리를 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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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꽃을 볼 때마다 정채봉의 오세암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님과 동자 그리고 암자라는 소재가 주는 동일성이 결말이 다른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황색 꽃이 줄기 끝과 잎 사이에서 핀다. 다섯장의 꽃잎이 가운데가 갈라져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먹을 것을 구하러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를 묻은 곳에서 피어났다는 전설로 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종류로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 등 4종이 있고 한다.


동자승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어 '기다림', '동자의 눈물'이라는 꽃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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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다. 높지 않음에도 막히지 않으니 그 사이에 확보된 공간의 품이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멀리보기 위해 높이 오를 수 없다면 대상과 나 사이에 만들어진 벽을 없애는 방법도 있다. 

가로막은 벽에 틈을 내는 일이 그 벽을 피해 높이 오르는 일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틈이 난 벽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담담하게 시간과 의지에 기대어 주고 받는 일을 만들어 가자.

어쩌면 나는 수고로움으로 낸 그 틈을 일부러 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름 사이로 난 틈으로 하루를 건너온 햇살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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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높은 산 오르는 것을 환영이라도 반가운 비가 내렸다.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 숨고르기라도 하려고 바위에 앉은 순간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이 반긴다. 지친 몸을 일으켜 다시금 길을 나설 수 있도록 이보다 더 좋은 응원은 없을듯 하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이 그보다 더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꽃 위에 꽃이니 지극한 아름다움이다.


하늘이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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