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였다. 지체한 시간만큼 늦은 출발은 해지는 그늘이 아래 놓인 꽃을 보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다소 서들러 들어선 길에서 조급한 발걸음에도 지난 기억을 되살려 꽃자리를 더듬어 갔다.
 
여기쯤 이었는데ᆢ 혹, 지나친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서 별일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반갑기만 했다. 이미 그늘에 들어 다소곳하게 있는 꽃도, 오후 막바지 햇살을 받아 더욱 강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는 꽃도 모두가 이쁘기만 하다.
 
저절로 붉어졌으랴
주고받는 마음 조각들이
도중에 만나 서로를 건드렸다
 
외길이어도 다르지 않다
무심할 것만 같은 바위도
노을에 불타오르지 않던가
 
온도를 가진 생명인데
어찌 붉어지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가슴에 스미는 온기가
일을 낼 것만 같은 가을이다
 
늦었을거라는 염려가 무색하게 좋은 상태의 꽃과 적당한 빛이 있어 눈호강하기에 좋았다. 먼길 돌아들었지만 수고로움을 다독여주는 꽃과의 눈맞춤이 있어 온전한 하루를 보냈다.
 
훔쳐본 금강초롱꽃의 속내가 꼭 이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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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높은 산에 올랐다. 산 아랫동네의 더위와는 상관 없다는듯 바람은 시원하고 꽃들이 만발했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느긋하게 걷는 이 맛이 산에 오르는 수고로움을 기꺼어 감내한다.
 
홍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모여 핀다. 꽃봉우리가 아래서부터 실타래 풀리듯 위로 피어간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위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다.
 
오이풀이란 이름은 잎에서 오이 향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잎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지만 딱히 알 수가 없다. 오이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오이풀, 산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가는오이풀, 애기오이풀 등이 있다.
 
산오이풀은 비교적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가야산과 덕유산을 오르는 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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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안개 자욱한 가야산 정상에서 무수히 펼쳐진 꽃밭을 걷는다. 천상의 화원이 여긴가 싶을 정도로 만발한 꽃밭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첫인상이 강렬하다.

연분홍 꽃이 바닥에 융단처럼 깔렸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보이는 꽃들이 무리지에 핀 모습이 환상적이다. 잎도 작고 꽃도 작지만 큰 무리를 이루니 제 세상이다.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가도록 계속 이어진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했단다. 잎에서도 꽃에서도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 향은 땅끝까지 갈 것이다.

유사한 '섬백리향'은 울릉도 바닷가 벼랑 끝 혹은, 섬 전체 바위틈새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52호라고 한다.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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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否안부

處暑처서라더군요. 가을에 대해 물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산 너머엔 비 온다고 하고 강 건너에는 폭염이라고 하고 바다 건너엔 천둥번개 친다고 하지만 이곳은 그저 흐린 하늘에 간혹 바람이 지나갈 뿐입니다.

긴, 여름이라 힘들었다 말하지만 짧은 가을 맞이를 주저합니다. 여름은 비록 길지만 옅어서 건널만 했는데 짧은 가을의 깊은 수렁을 어쩌지 못하는 심사가 이렇습니다.

처서라고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곧 金風금풍이 전하는 蕭瑟소슬한 기운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북으로 열린 들판 너머는 늘 아득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보내고 맞이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그저 바람이 일어나는 쪽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돌립니다.

나는 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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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어쩌다 바위에 터를 잡아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지나가는 바람과 안개가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꽃을 피워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고맙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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