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否안부

處暑처서라더군요. 가을에 대해 물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산 너머엔 비 온다고 하고 강 건너에는 폭염이라고 하고 바다 건너엔 천둥번개 친다고 하지만 이곳은 그저 흐린 하늘에 간혹 바람이 지나갈 뿐입니다.

긴, 여름이라 힘들었다 말하지만 짧은 가을 맞이를 주저합니다. 여름은 비록 길지만 옅어서 건널만 했는데 짧은 가을의 깊은 수렁을 어쩌지 못하는 심사가 이렇습니다.

처서라고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곧 金風금풍이 전하는 蕭瑟소슬한 기운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북으로 열린 들판 너머는 늘 아득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보내고 맞이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그저 바람이 일어나는 쪽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돌립니다.

나는 잘 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