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였다. 지체한 시간만큼 늦은 출발은 해지는 그늘이 아래 놓인 꽃을 보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다소 서들러 들어선 길에서 조급한 발걸음에도 지난 기억을 되살려 꽃자리를 더듬어 갔다.
 
여기쯤 이었는데ᆢ 혹, 지나친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서 별일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반갑기만 했다. 이미 그늘에 들어 다소곳하게 있는 꽃도, 오후 막바지 햇살을 받아 더욱 강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는 꽃도 모두가 이쁘기만 하다.
 
저절로 붉어졌으랴
주고받는 마음 조각들이
도중에 만나 서로를 건드렸다
 
외길이어도 다르지 않다
무심할 것만 같은 바위도
노을에 불타오르지 않던가
 
온도를 가진 생명인데
어찌 붉어지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가슴에 스미는 온기가
일을 낼 것만 같은 가을이다
 
늦었을거라는 염려가 무색하게 좋은 상태의 꽃과 적당한 빛이 있어 눈호강하기에 좋았다. 먼길 돌아들었지만 수고로움을 다독여주는 꽃과의 눈맞춤이 있어 온전한 하루를 보냈다.
 
훔쳐본 금강초롱꽃의 속내가 꼭 이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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