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핀 섬진강의 매화로 시작한 탐매행이다. 포근한 날이 이어지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꽃 피었다는 소식이 기쁜 것은 꽃 보는 자리에 함께할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친교의 매화'다. 꽃 피니 벗부터 생각나고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화 가지를 꺾다가 마침 인편을 만났소.
한 다발 묶어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折梅逢驛使
寄興嶺頭人
江南無所有
聊贈一枝春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이 꽃 한 가지를 통해 나눈 우정이 매향梅香처럼 고매하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꽃이 가는 도중 시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범엽이 꽃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여름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이사 온 해 모월당 뜰에 홍매의 꽃봉우리가 부풀어 올랐다. 유독 짙은붉은색으로 피는 매화라 모월흑매慕月黑梅라 이름 지었다. 매화나무를 심은 까닭이 육개와 범엽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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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 꽂아놓고
-이승수, 돌베개

"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조선 후기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의 시조이다. 거문고 줄을 고르다 잠이들었는데 문득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벗이 찾아오는 것이다.

나옹화상과 이색, 정몽주와 정도전, 김시습과 남효온 
성운과 조식, 이황과 이이, 양사언과 휴정 
이항복과 이덕형, 허균과 매창, 김상헌과 최명길 
임경업·이완과 녹림객, 이익과 안정복, 나빙과 박제가

옛사람들의 이 조합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문득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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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알비 문학 시리즈 2
에곤 실레 지음, 김선아 외 옮김 / 알비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글로 더해지는 그림

그림이 먼저 눈에 들었다직설적인 표현간략하지만 상황에 정확한 묘사화려한 색감 등으로 독특한 모습과 색감으로 한눈에 봐도 그린이가 누군가를 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가다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는 듯 우울한 속내가 투명한 옷을 걸친 듯 보일 듯 말 듯 한 그림들에 홀려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들’ 혹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투쟁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다 28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화가다대표작에는 자화상Self-Portrait’(1910), ‘죽음과 소녀 Death and the Maiden’(1915), ‘가족 The Family’(1918) 등이 있다.

 

4점의 자화상만이 아니라 책에 실린 50여 점의 작품을 배경으로 열네 편의 편지가 실렸다돌아가신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삼촌 레오폴드 지하체크화가 동료이자 의지하는 친구였던 안톤 페슈카불편한 속내가 그대로 담긴 어머니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에게 보낸 글이 중심이다.

 

글은 그림만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중요 수단이었고그림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솔직하고 세밀한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그림보다 오히려 글에서 그의 감정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특히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드러나는 어머니와의 갈등의 요소가 무엇인지그것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에 궁금증을 더해간다.

 

편지글을 통해 감추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을 만나면서 작품 속에 담긴 에곤 쉴레 만의 독특한 방식의 그림을 다시 눈여겨본다찾아보니 에곤 쉴레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20여 종이나 된다그만큼 주목받고 있는 화가임에 틀림없다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의 매력에 강한 끌림이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어떤 이의 휴대폰 배경화면에서 보았던 그림으로 기억되는 에곤 쉴레다이 책을 계기로 작품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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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로 호강한 하루다. 한 겨울에도 귀한 눈이 환영하듯 내리는 숲으로 꽃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른 봄꽃의 대표격인 3종류의 꽃을 보았으니 봄맞이는 제대로 한 샘이다.


비교적 사람들이 덜 찾는 곳을 선택 한다. 불가피할 경우는 조금 이른 시간을 택하기도 하고 낯선 곳을 무작정 방문 하기도 있다. 나름 느긋하게 꽃과의 눈맞춤을 위해 스스로 정한 조건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시작된 개화다 보니 서둘러 꽃탐사에 나선 사람들이 제법 많다. 아직은 이린 시기라 제대로 핀 모습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마침 내린 눈으로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 서둘러 나선 보람이다. 꽃 피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틈나는대로 천천히 음미하며 누릴 것이다.


섬진강 매화와 복수초를 보기 위한 첫나들이에 이어 본격적으로 꽃탐사에 나선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곷

변산바람꽃

복수초

복수초

노루귀

노루귀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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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양으로 엮이긴 했는데 다른 향기다. 주고 받은 이의 마음 가운데 피어나는 서로 다른 향기를 품고 꽃으로 피었으리라. 숨이 끊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마음이 다른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은 이어지고 다시 살아 또 한 생을 살아간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근본을 바꾸기도 한다. 생生의 근본 이치는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연목구어緣木求魚, 맹자도 알았으리라.

나무로 새 생명을 얻은 물고기가 200년도 넘었다는 집에 슬그머니 기대었다. 집도, 그집에 새로이 깃든 사람도, 바라볼 시간은 집이 품었던 시간의 넓고 깊은 품에서 만복을 누릴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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