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애기나리'
일부러 발품 팔지 않으면 못보는 꽃이기에 기꺼이 나선 길이다.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꽃이 주는 설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일부러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화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난히 고운 꽃을 지리산 노고단에서 만났다.


워낙 작은 꽃들이 많고 또 그렇게 작은 꽃에 주목하다 보니 작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크기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하나에서 둘, 더러는 세개까지 핀다. 얼굴 가득 자주색 반점을 가져서 더 눈길을 끈다. 작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나리꽃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꽃처럼 꽃에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경우가 많다.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가 서로 비슷비슷한데 금강애기나리는 얼굴의 자주색 반점으로 구분하면 쉽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한단다. 애기처럼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는 '청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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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두고 보자니 모두 꽃이로다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주자朱子가 한 말이다. 나쁘게 보면 다 풀이고, 좋게 보면 다 꽃이다. 세상살이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 마음에 달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큰키나무들이 어느새 잎을 내어 숲은 그늘 속에 들었다. 꽃 찾아 어슬렁거리는 숲에 빛이 든다. 작고 여린 것이 빛을 품고 오롯이 빛나고 있다. 꽃진 자리에 씨앗마져 보낸 후의 모습이다. 개구리발톱의 씨방이 꽃으로 피어났다.

절정의 꽃 핀 때가 아니라도 바라보는 대상이 빛나는 순간은 늘 있기 마련이다. 대개는 그 순간을 지나 온 시간 속에서 찾으며 '그때는 그랬었지'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 시간은 오늘이 쌓인 결과이니 오늘 이 시간에 주목한다.

다시,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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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높은 산, 그늘진 숲이나 습지 등지에 숨어 살기에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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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소중한 일 

세상과 멀어진 내가
세상으로 난 길 쪽으로 
한 뼘씩 기울어 가는 일 

화해의 의미를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화답하는 일

그리고,
서둘러 떠나온 
나의 그 자리로
기꺼이 돌아가는 일

*김부조의 시 '소중한 일'이다.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할 수 없거나 극히 제한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자연과 사회, 일상을 꾸려가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에 '화답하고 기꺼이 돌아가는 일'. 나는 너무 멀리 와 있지 않나.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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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살며시 즈려밟는 것이 진달래라면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뒷북치고 매달리며 스스로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다.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지고마는 벚꽃이야 말해서 무엇할까. 차라리 온 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목련이 좋다. 

반면, 몸과 마음을 남김없이 불사르며 타고 남은 재마져 하얗도록 다함이 없는 사랑을 한 이의 모습이 노각나무나 차나무, 쪽동백과 때죽나무의 순백의 꽃이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장작의 하얀 숯덩이처럼 물위어 떠 있던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먹먹함에 숨죽이고 한참 동안이나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꽃무덤 찾기가 시작되었다. 때죽나무로 시작된 꽃무덤은 쪽동백으로 이어지고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한 고개를 넘어 찬 바람과 함께 차나무꽃 지는 늦가을에 절정을 맞는다.

지고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한 때죽나무 꽃이 다시 피어 소망을 빈다. 숲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도 꽃 향기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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