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살며시 즈려밟는 것이 진달래라면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뒷북치고 매달리며 스스로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다.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지고마는 벚꽃이야 말해서 무엇할까. 차라리 온 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목련이 좋다.
반면, 몸과 마음을 남김없이 불사르며 타고 남은 재마져 하얗도록 다함이 없는 사랑을 한 이의 모습이 노각나무나 차나무, 쪽동백과 때죽나무의 순백의 꽃이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장작의 하얀 숯덩이처럼 물위어 떠 있던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먹먹함에 숨죽이고 한참 동안이나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꽃무덤 찾기가 시작되었다. 때죽나무로 시작된 꽃무덤은 쪽동백으로 이어지고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한 고개를 넘어 찬 바람과 함께 차나무꽃 지는 늦가을에 절정을 맞는다.
지고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한 때죽나무 꽃이 다시 피어 소망을 빈다. 숲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도 꽃 향기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