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물통이'

별을 품고 있었나 보다. 집중하고서도 한참동안 눈맞추기를 해야 비로서 보여주는 아주 작은 녀석의 품 속에도 별이 있다.

 

아주 작지만 '물통이'와 닮았다고 '나도물통이'다. 식물의 오묘한 세상은 끝이 없다. '나도'나 '너도'가 붙은 식물은 비교대상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완전히 다른 분류군에 속하면서도 모양은 비슷한 경우에 붙여 준다. 자칫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기 쉬우나 존재의 당당함을 보여준다.

 

전남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 산기슭의 그늘에서 자란다. 옆으로 벋는 가지를 내며, 줄기는 뭉쳐나며 가늘고 길다. 다른 꽃처럼 곤충을 불러 모을 꽃잎이 없지만, 수술이 용수철처럼 꽃가루를 멀리 튕겨 준다. 튕긴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다른 꽃에 날아가서 가루받이가 된다.

 

불갑사 저수지 근처에서 처음 본 후 여기저기서 자주 본다. 주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식물이 어디 한 두가지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다 먼저 지나간 꽃친구를 부른다.

"샘~ 여기 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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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다. 파도 치고 바람 불어 버거운 일상이라 여긴다. 긴 겨울 지나야 비로소 꽃 피는 봄이 오듯 그 버거움 끝에 내 봄날이다. 오늘이 바로 꽃필 차례인?.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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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夜喜雨 춘야희우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
바람따라 조용히 밤에 찾아와, 소리없이 만물을 적시네
온통 구름이라 길은 어두운데, 강 위 배만 불빛이 밝구나
새벽에 이슬 맺힌 꽃을 보면, 청두 시 전역에 꽃이 만개했으리라

*杜甫두보의 시 '春夜喜雨춘야희우'다. 시간을 건너띄고 사람이 다르더라도 봄비를 품는 감흥은 그대로다. 간밤에 뒤척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닥토닥토닥,
긴 밤을 쉬지도 않고 토닥거리더니 아직도 여운이 남았나 보다. 지난 비에 깨어난 뭇 생명들의 목마름을 어찌 알고 이토록 살갑게도 다독거리는 거냐. 땅을 비집고 나온 숨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들의 재잘거림과 가지 끝으로 온 힘을 쏟는 나무의 아우성이 빗방울로 맺혔다.

희우喜雨, 호우好雨, 시우時雨
봄비는 참 다정도 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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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괭이눈'

계곡물이 풀리고 난 후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애들이 주인공이다.

 

애기괭이눈, 흰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 고만고만한 생김새로 다양한 이름이라 제 이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눈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을 좋아해 계곡 돌틈이나 근처에 주로 산다.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가면 계곡의 돌틈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흰괭이눈은 줄기와 잎에 흰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 종류들은 대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가에 꽃으로 핀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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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나의 봄노래 중 하나다.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것이 4월이면 어김없이 진달래 피는 그것과도 같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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