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온 시간이 때를 만나 세상과 만나기 위해 속내를 풀어낸다. 안개 자욱한 길을 가다 문득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붙잡혔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눈맞춤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그냥 좋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이처럼 대상을 바라봄에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문득 눈길 머무는 잠시지만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그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이 느낌은 그냥 오지는 않는다. 관심, 애씀, 견딤, 기쁨, 성냄, 울음, 외로움, 고독 등?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고를 건너고 나서야 얻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뿌듯함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그렇게,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도 그냥 좋다.

홍자색의 꽃을 풀어내고 있는 산오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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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4
-김성동, 솔

"국수國手는 바둑과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로, 장편소설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다.

4권으로 넘어왔다.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손에서 놓지 않았다. 3권을 넘어오며 이제서야 속도감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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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진채에서 당한 것보다 곤경이 심하나 도를 실천하느라 그런 것은 아닐세. 

안회의 가난에 망령되이 비교하려들면 무엇을 즐기냐고 묻겠지.
무릎을 굽히지 않은 지 오래인 나처럼 청렴한 인간 없음을 어찌겠나.
꾸벅꾸벅 절하노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네.
여기 술병까지 보내니 가득 채워 보냄이 어떠한가?"

*연암 박지원이 박제가에게 돈을 꾸어 달라고 보낸 편지다. 미안함도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는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 편지에 대한 박제가 답장이다.

"열흘 간의 장맛비에 밥 싸둘고 찾아가는 벗이 못 되어 부끄럽습니다. 

200닢의 공방은 편지 들고 온 하인 편에 보냅니다.
술병은 일없습니다. 세상에 양주의 학은 없는 법이지요."

*박제가의 답장이다. 고생하는 연암의 처지를 먼저 알아 찾아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한다. 종에게 돈은 보내지만 술까지 보내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망하는 것이 모두 이뤄지는 건 인생의 순리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꿔달라는 사람이나 꿔주는 사람이나 피차 구김살이 없다.


*초여름 꽃을 보고자 세석평전을 오르며 보았던 구상나무의 열매다. 무심한듯 서 있는 열매 둘이 어쩌면 벗의 모습은 아닐까 싶어 문득 찾아보게 된다. 

이런 관계도 있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내가 그에게 그런 벗이 되면 되는 일이다. 꽃보러 다니는 중심에 사람 사귐의 이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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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개연'
첫인상의 강렬함이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 이유다. 간직하고픈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거리를 둬야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움도 없이 그곳을 떠나왔다. 그리움, 훗날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린다.


노랑색에 붉은 꽃술의 어울림 만으로도 충분한데 물위에 떠 있으니 환상적인 분위기다.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5장의 노랑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라고 한다. 주걱모양의 꽃잎은 숫자가 많고 노란색이다. 수술 역시 노란색이다. 붉은색은 암술머리다. 이 붉은 암술머리가 남개연의 특징이다.


섬진강 상류에도 있다는데 다음에는 그곳에서 또다른 만남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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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다'
여리디 여린 것이 굳은 땅을 뚫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언 땅, 모진 비바람,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도 꽃을 피우는 일의 근본적인 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두는 저마다 품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굳건히 설 힘을 갖고 태어난다. 그 힘은 자신을 지켜줄 무엇이 있음을 태생적으로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설령 비바람에 꺾일지라도 멈출 수 없는 그 힘이다.

상사화가 꽃대를 올렸다. 아직 남은 힘을 다해 꽃봉우리를 더 내밀어야 하기에 먼 길을 준비하듯 다소 느긋할 여유도 있어 보인다. 어느 한 순간도 꽃으로 피어난 그 때를 잊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꽃 피고 열매 맺는 수고로움을 환한 미소와 향기로 견디는 것은 벌, 나비, 바람 등에 의지해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으로 인해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그대 또한 가슴 속에 그런 믿음을 품었다. 뜨거운 태양, 비바람 몰아치는 삶의 현장에서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 그 믿음으로 든든하기 때문이다.

그 힘을 믿기에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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