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다'
거칠것 없이 쏟아내던 하늘도 쉴 틈은 있어야 한다는듯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밤사이 남은 숨을 내놓는다. 얼굴을 스치는 는개는 차갑다. 밤을 길게 건너온 때문이리라. 

짠물을 건너 검은 돌 틈 사이에서 만난 벌노랑이다.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벗들이 제각기 모습대로 서성대는 시간이다. 좋은 벗을 곁에 두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 꽃과 서로 다르지 않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이처럼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렇게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그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이 느낌은 그냥 오지는 않는다. 관심, 애씀, 견딤, 기쁨, 성냄, 울음, 외로움, 고독 등?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고를 건너고 나서야 얻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뿌듯함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그렇게,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도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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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 든다는 것'
떨어진 꽃이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로 온몸에 생채기를 남겨 기록함으로써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핀 꽃이 떨어져 다시 피었다가 땅으로 스며지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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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제주도 나들이는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한다. 관심사가 달라지고부터 그 관심 분야에 주목하니 육지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포함되는 기대감이다. 이번 나들이에서 주목했던 것은 이 '황근'하고 '문주란'이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여기에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수입종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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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初伏이다.
연일 내리는 비로인해 더위를 느낄 틈이 없다. 그나마 복날이라고 비 그치고 마알간 기운이 넘친다. 여기에 쨍하고 볕이라도 난다면 한층 더 개운해지겠다.

연잎에 연꽃잎 하나 앉았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물방울이 품을 키우더니 꽃잎 앞에 멈췄다. 순간의 멈춤이기에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꽃을 떠나온 꽃잎이나 하늘을 떠나온 물이나 조우의 인연을 맺었지만 이내 이별해야함을 안다. 멀리 떠날 인사로는 그 중심에 가벼움에 있어야 하기에 뒤돌아보아도 발걸음을 붙잡히지 않을 만큼만 품을 연다.

가벼운 공기에 상쾌함이 머무니 복달임치고는 최고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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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 정기공연

작은창극
춘향 봄날, 사랑노래

2020. 7. 16~17 오후 7시30분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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