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텃새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저물녘 별들은 등불을 내거는데
세상을 등짐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텃새 한 마리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김종해의 시 '텃새'다. 뜰이 생겨 나무를 심었더니 새들이 날아 들었다. 문득,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을 보면서 하늘을 품고 산다고 여겼는데?.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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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

*조선사람 이정보(1693~1766)가 지었다는 시조다. 가곡으로도 불리우면 지금까지 전해진 것을 보면 시가 담고 있는 정취가 공감을 얻은 것이리라. 노래는 못할지라도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려보는 맛도 있다.

가깝고 먼 길을 꽃 찾아 다니느라 정작 꽃그늘 아래 들어 쉬어갈 참을 내지 못했다는 우둔함에서 오는 탄식을 더하니 아쉬움이 더욱 크다. 벚꽃 놓친 것이야 아쉬울 것도 없지만 살구꽃, 복숭아꽃에 산벚꽃 놓친 것은 못내 아쉽다. 이미 지나간 것 붙잡고 있어야 별 수 없기에 이번주는 꽃을 대신해 연초록 새잎 돋아나는 서어나무 아래서 쉬어갈 틈을 찾고자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꽃 보는 자리마다 벗이 있어 꽃의 정취를 함께 누렸다는 것이다. 이보다 큰 꽃 선물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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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봄 숲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해질 무렵 숲에서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햇볕 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이른 봄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함도 느껴진다. 숲 속에서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7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올해는 흰색으로 피는 얼레지가 풍년인가 보다. 여기저기 꽃소식이 난리도 아니었다. 매년 보던 곳은 건너 뛰고 새로운 곳에서 벗들과 함께 봤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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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

볕이 좋은 봄날 숲을 걷는 것은 분주함이 동반한다. 몸은 느긋하지만 눈은 사방경계를 늦추지 않고 먹이를 찾는 새의 마음을 닮았다. 아직 풀들이 기승을 부리기 전이지만 숨바꼭질 하듯 꽂과의 눈맞춤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게 봄 숲을 거닐다 만난 꽃이다.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야생 난초이다.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고 집에서 키우는 분들도 많아 친숙한 봄꽃이다.

 

눈에 띄는대로 모았더니 그것도 볼만하다. 보춘화는 생육환경 및 조건에 따라 잎과 꽃의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품종이다. 난을 구분하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그꽃이 그꽃으로 다 비슷하지만 눈밝은 이들에겐 분명 차이를 안다고 하니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나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눈맞춤하기에 좋은 꽃이다. 친숙하기에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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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물통이'

별을 품고 있었나 보다. 집중하고서도 한참동안 눈맞추기를 해야 비로서 보여주는 아주 작은 녀석의 품 속에도 별이 있다.

 

아주 작지만 '물통이'와 닮았다고 '나도물통이'다. 식물의 오묘한 세상은 끝이 없다. '나도'나 '너도'가 붙은 식물은 비교대상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완전히 다른 분류군에 속하면서도 모양은 비슷한 경우에 붙여 준다. 자칫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기 쉬우나 존재의 당당함을 보여준다.

 

전남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 산기슭의 그늘에서 자란다. 옆으로 벋는 가지를 내며, 줄기는 뭉쳐나며 가늘고 길다. 다른 꽃처럼 곤충을 불러 모을 꽃잎이 없지만, 수술이 용수철처럼 꽃가루를 멀리 튕겨 준다. 튕긴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다른 꽃에 날아가서 가루받이가 된다.

 

불갑사 저수지 근처에서 처음 본 후 여기저기서 자주 본다. 주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식물이 어디 한 두가지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다 먼저 지나간 꽃친구를 부른다.

"샘~ 여기 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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