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앓이다. 씨앗을 뿌리면서 부터 시작된다. 싹은 언제 돋아나는지, 하루에 얼마나 크는지, 꽃봉우리는 언제 맺히는지, 아침이슬을 이는지, 비 무게는 견딜 수 있는지, 바람이 불때는 얼마만큼 고개를 숙이는지 혹여 가뭄에 목은 마르지는 않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나서부터는 키만 키우고 부실해 보이는 꽃대가, 무게를 더하며 자꾸만 부풀어 가는 꽃붕우리가, 벌어지는 꽃봉우리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지, 활짝 핀 꽃은 며칠이나 갈지, 맺힌 씨방엔 꽃씨가 얼마나 담기는지?.

다?. 뿌리 내린 자리를 의지해 감당할만큼씩만 스스로를 키 키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잊고서 신비롭다는 눈길을 보낸다.

씨앗에서 발아한 애기도라지가 절정에 이르기 직전이다. 꼭 다문 꽃잎이 마치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픈 표정이다. 물려받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명이다. 기다린 이의 마음을 아는지 눈맞춤으로 화답한다.

다음 생은 따로 있지 않고 오늘 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내게 왔나 보다. 어제와 내일이 오늘 이 순간에 공존한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오늘의 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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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탐라유람기
짠물을 건너는 마음에 장마 온다는 것은 염두에도 없었다. 볕 나면 좋고 비 오면 또 비 오는데로 특별한 맛과 멋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저없이 나선 길이다.

우산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정도로 비 내리는 바다는 속내를 다독이기에 안성마춤이다. 땅나리와 눈맞춤하기 위해 땅과 거리를 좁히는 동안 쉴 사이 없이 환영 퍼레이드를 펼치는 비행기가 꽃을 대신 해도 아껴두었던 웃음을 꺼내느라 가는줄 모른다.

거문돌들의 뾰쪽한 마음들이 속내를 감추지 않는 바닷가다. 한라산을 내려온 바람은 바다 특유의 묵직한 기운을 날려주며 조심스런 발걸음을 가볍게 돕는다. 참나리, 갯장구채, 해녀콩, 갯쑥부쟁이, 흰엉겅퀴, 개맥문동ᆢ 피고지는 꽃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황근의 은근한 미소가 첫눈맞춤 그때보다 더 환한 미소로 가슴을 뛰게 했다. 지난해 통째로 마음을 훔처간 황근을 본 것만으로도 이번 탐라유람의 팔할은 이룬 셈이다.

곶자왈을 품고 있는 올티스의 길고 긴 여름밤은 벗들과 꽃피운 이야기의 향기는 담장을 넘어 바람과 어울리고, 거문오름을 바라보며 새벽에 시작된 산보는 드넓은 차밭 구석구석 발도장을 남겨야한다는 사명이라도 받은듯 끝날줄을 모른다.

녹차의 향과 맛을 닮은 주인부부의 정갈한 아침상은 한치와 갈치국으로 육지에서 건너온 이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꽃에 대한 애정은 둘째가라면 서운해할 교래폔션의 뜰은 언제나 정겹다. 유독 이뻣던 지난해 금꿩의 미모를 잊지 못해 지나치지 못했던 마음에 환한 꽃등이 켜진다.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는 화분들은 탐라 특유의 꽃들로 넘치고 꽃을 나눠주는 눈가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반가운 미소다.

오지 못한 벗들을 잊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라는 뜻이었을까. 쏟아지는 비를 피해 잠시 들렀던 베게엔 낯선 꽃들이 식물을 수준이다. 양치식물과 이끼를 주제로 한 정원과 특유한 구조는 머리속에 담아두었다.

한라산의 속살을 보러 길을 나섰다. 잦아든 비로 한결 가벼워진 걸음을 실꽃풀 무리들이 반긴다. 내린 비로 폭포를 배경으로 서서 쏴, 앉아서 쏴, 누어서 쏴, 연사, 점사ᆢ 꽃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 마음들이 분주하지만 누구하나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 누려본 이들만이 갖는 느긋함이다.

꽃쟁이들은 대부분 먹는 것에 대해 주목하지는 않는다. 늦은 점심인지라 탐라 벗들이 마음이 쓰였나 보다. 맛집을 찾았는데 대기열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일요일 쉬는 집들이 많고 두리번거리다 정을 나눈다.

이별은 짧아야 한다고 했던가. 늘 건너 간 것보다 건너 온 것이 더 풍성하다. 비행기 창문으로 인사를 건네는 비를 뒤로하고 오른 하늘은 솜털구름으로 가볍다. 이내 짠물을 건너올 벗들과의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꽃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벗들의 마음이 이토록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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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난초'
먼데서 오는 꽃소식은 마음을 늘 급하게 만든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소식만으로도 우선 반갑다. 시간을 내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 또한 꽃이 준 선물이다.
 
나뭇잎으로 우거진 숲에 볕이 드는 순간 유난히 빛나는 꽃이다. 꽃대에 많은 꽃을 달았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 꽃대와 황갈색 꽃, 하얀 꽃잎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다.
 
왜 이름이 감자난초일까. 둥근 알뿌리가 감자를 빼닮아서 감자난초라고 한단다. 감자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 이름 때문에 더 기억되기도 한다. 크기와 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숲 속에서 만나는 꽃들은 모두가 숲의 요정이 아닐까 싶다. 있을 곳에 있으면 그곳에서 빛나는 모습이라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말이 '숲속의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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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삼'
한번 봤다고 멀리서도 보인다. 처음 만났던 때가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조심스럽게 눈맞춤 한다. 노고단에서 첫만남 이후 두번째다. 의외의 만남은 늘 설렘을 동반하기에 언제나 반갑다.
 
흰색의 꽃이 뭉쳐서 피었다. 연한 녹색에서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느다란 꽃대는 굳센 느낌이 들 정도니 꽃을 받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녹색의 숲과 흰색의 꽃이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삐쭉 올라온 꽃대가 마치 노루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루삼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두승마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숲 건너편에 서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는 노루를 보는 느낌이다. 꽃말은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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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지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이러냐 자일러냐
각별이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고시조로 작자미상이라고도 하고 조선사람 이명한이라고도 한다. 누군들 어떠랴. 사람 마음은 시간을 초월하여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물었다. 모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가 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몇 발이더냐 몇 자이더냐. 긴 줄은 모르지만 끝 간 데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참기생꽃이라 했다. 기생의 분 바른 얼굴을 닮았다던가. 높은 산 깊숙한 곳에서 자라지만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 모습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을까.

먼 길을 나서서 높은 산을 올라서야 만났다. 무리지어 피었다고는 하지만 세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서식지가 알려진 곳도 그리 많지 않다. 못 잡을 손이기에 더 애타는 것일까. 하필 기생이라 이름한 까닭이 궁금하기도 했다. 꽃을 만나러 나선 후 늘 멤돌던 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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