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허수경 시인의 시 '혼자 가는 먼 집'이다. 이미 먼 길을 간 시인은 그 집에 당도했을 거라 믿으며 속으로만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03)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번엔 네번째 눈맞춤이라 먼길을 나서서 다른 곳에서 만났다. 태백산 능선을 올라 환경이 다른 곳에서 만난 꽃은 지리산에서 본 꽃과는 어딘가 달리 보인다. 우선 크기가 달라서 오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비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산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기꺼이 멀고 험한길 발품 팔아눈 맞춤하는 이유는 뭘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어느 순간이나 아름답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 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 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나름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이 꽃을 본다는 핑개로 무등산을 올랐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에서 눈맞춤하게 된다. 올해는 경북 영양의 일월산에서 봤다.
 
전국 숲에서 자라지만 눈여겨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비교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한몫 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함박꽃나무다.
 
곱다. 흰 꽃이 잎이 난 다음에 밑을 향해 달려 피는데 향기가 좋다. 꽃그늘아래 있다보면 꽃향기에 취해 나무 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함박꽃나무,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어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갯완두'
짠물의 영향을 많이 받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식물들이 외외로 많다. 섬이나 바닷가에서 사는 식물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도 짠물과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하나보다.
 
갯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니 갯자가 붙은 식물들의 서식지가 바닷가나 물가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접두사다. 갯장구채, 갯메꽃, 갯금불초, 갯방풍, 갯기름나물, 갯버들..등이 그것이다.
 
갯완두 역시 해안가 모래땅에 산다. 붉은 자주색의 꽃과 꼬투리를 포함한 열매의 모양이 완두를 닮았다. 식용으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꽃무리가 주는 아름다음이 크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레이스 2021-07-2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색 너무 💜 예뻐요~♡
 

'그냥 좋다'
거칠것 없이 쏟아내던 하늘도 쉴 틈은 있어야 한다는듯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밤사이 남은 숨을 내놓는다. 얼굴을 스치는 는개는 차갑다. 밤을 길게 건너온 때문이리라.

짠물을 건너 검은 돌 틈 사이에서 만난 벌노랑이다.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벗들이 제각기 모습대로 서성대는 시간. 좋은 벗을 곁에 두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 꽃과 서로 다르지 않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이처럼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렇게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그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이 느낌은 그냥 오지는 않는다. 관심, 애씀, 견딤, 기쁨, 성냄, 울음, 외로움, 고독 등ᆢ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고를 건너고 나서야 얻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뿌듯함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그렇게,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도 그냥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