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먼 산 진달래

속 깊은 그리움일수록
간절합니다
봄날 먼 산 진달래
보고 와서는
먼 데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벗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게 와서
봄꽃이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작은 그리움으로 흘러가
봄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
그만그만한 그리움으로
꽃동산 이루면 참 좋겠습니다

*김시천 시인의 시 "먼 산 진달래"다. 봄꽃 피었다고 안부 전하기 여러울게 뭐가 있나. 볕좋고 바람 적당한 날 진달래 꽃잎 하나 입에 물려주며 작은 그리움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봄을 잘 건너갈 수 있을텐데ᆢ. 진달래 지기 전에 벗 만날 약속으로 마음이 부풀어 간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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怕愁貪睡獨開遲 파수탐수독개지
自恐氷容不入時 자공빙용불입시
故作小紅桃杏色 고작소홍도행색
尙餘孤瘦雪霜姿 상여고수설상자
寒心未肯隨春態 한심미긍수춘태
酒暈無端上玉肌 주훈무단상옥기
詩老不知梅格在 시로부지매격재
更看綠葉與靑枝 갱간녹엽여청지

잠을 탐하다 혼자만 늦게 핀 게 걱정되고
옥처럼 고운 얼굴 미움 받을까 두려워서
복사꽃 살구꽃처럼 짐짓 붉게 피었지만
야윈 몸으로 눈 서리 속에 피는 꼿꼿함은 여전하네
겨울 마음을 봄날 자태로 보여주고 싶지 않고
얼굴빛 붉은 것도 술 때문이 아닌데
시인이 매화의 품격을 알아보지 못하고
푸른 잎과 푸른 가지만 보고 또 보네

*소식(蘇軾 1037~1101)의 홍매삼수 紅梅三首 중 1수다. 소식은 북송의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 화중(和仲)을 썼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뜰에 늦장부리며 핀 홍매가 꽃잎을 사르고 있다. 안으로 움츠러들며 말라가는 것이 내실을 기하고자 함일 것이나 하루하루 기다리다 만난 눈맞춤이라 아쉬움 크다.

이내 푸른 잎을 내어 푸른 열매를 달고 키워갈 것이기에 열매를 보는 맛으로 다시 시간을 쌓아간다. 매년 반복해서 핀다지만 늘 처음 만나는 것처럼 기다리는 것은 품은 홍심紅心을 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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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새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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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때를 놓치거나 다시 찾지 못해 보지 못했던 꽃이다. 그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꽃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았었다. 올해는 여기 저기 제법 무리를 지어 많이 피었다.

잎은 가늘게 하늘거리는 쓰러질듯 힘없이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햇볕을 좋아해 어두워지면 꽃을 오므리고 햇볕이 많은 한낮에는 꽃을 활짝 편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이나서는 지도 모르겠다.

유독 눈에 들어와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 한참을 눈맞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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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忘坐坐忘行 산행망좌좌망행
歇馬松陰聽水聲 헐마송음청수성
後我幾人先我去 후아기인선아거
各歸其止又何爭 각귀기지우하쟁

산길 가다 앉기를 잊고 앉았다가는 갈길을 잊네
소나무 그늘에 말을 세우고 물소리 듣는다
나에 뒤져 오던 어떤 이 나를 앞서 떠나니
각자 제 갈곳을 가는데 또 어찌 다투려하는가

*구봉 송익필(1534~1599)의 시다. 신분의 한계, 아버지의 그늘, 험하게 살았던 삶 속에서도 우계 성혼, 율곡 이이, 구봉 송익필 사이에 나누었던 도의지교가 남았다.

솦속을 어슬렁거리다 발걸음을 멈춘다. 일행은 멀어지고 행인이야 오든지가든지 내가 상관할바 아니다.

멀리서 눈에 들어온 모습이 가까이에서 봐도 다르지 않다. 마음 속에 있던 모습 그대로 보고 싶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날 어떤이가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꽃의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풍성한 꽃을 좋아하는 이는 그 마음도 그렇다고 했으니 이 꽃에 주목하는 나는 어떤가.

붙잡힌 발길이 떨어질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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