怕愁貪睡獨開遲 파수탐수독개지
自恐氷容不入時 자공빙용불입시
故作小紅桃杏色 고작소홍도행색
尙餘孤瘦雪霜姿 상여고수설상자
寒心未肯隨春態 한심미긍수춘태
酒暈無端上玉肌 주훈무단상옥기
詩老不知梅格在 시로부지매격재
更看綠葉與靑枝 갱간녹엽여청지
잠을 탐하다 혼자만 늦게 핀 게 걱정되고
옥처럼 고운 얼굴 미움 받을까 두려워서
복사꽃 살구꽃처럼 짐짓 붉게 피었지만
야윈 몸으로 눈 서리 속에 피는 꼿꼿함은 여전하네
겨울 마음을 봄날 자태로 보여주고 싶지 않고
얼굴빛 붉은 것도 술 때문이 아닌데
시인이 매화의 품격을 알아보지 못하고
푸른 잎과 푸른 가지만 보고 또 보네
*소식(蘇軾 1037~1101)의 홍매삼수 紅梅三首 중 1수다. 소식은 북송의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 화중(和仲)을 썼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뜰에 늦장부리며 핀 홍매가 꽃잎을 사르고 있다. 안으로 움츠러들며 말라가는 것이 내실을 기하고자 함일 것이나 하루하루 기다리다 만난 눈맞춤이라 아쉬움 크다.
이내 푸른 잎을 내어 푸른 열매를 달고 키워갈 것이기에 열매를 보는 맛으로 다시 시간을 쌓아간다. 매년 반복해서 핀다지만 늘 처음 만나는 것처럼 기다리는 것은 품은 홍심紅心을 알기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