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개나리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 시인의 "개나리"다. 그리움일까. 지극한 기다림이다. 차마 내보일 수 없는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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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 피었으니
터전을 옮기면서부터 나무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어 눈과 입을 비롯하여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그 중 당연히 앵두나무도 있었다. 몇해 잘 살아 몸집도 불리더니 어느날 가지들이 썩어 나자빠지고 겨우 새가지 하나가 나와 꽃까지 피웠다. 지난해 새 앵두나무 묘목을 구해와 그 옆에 심었다. 탈 없이 잘 자라 무수한 꽃을 피웠다.

이제 시절은 봄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내게 앵두꽃은 이른 봄꽃 맞으러 다니며 분주했던 마음에 점하나 찍고 봄의 한 고개를 넘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엔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엔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

https://youtu.be/Plr-mDKscys

*이제부터 시시때때로 내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온 산천 붉은 진달래와 늘 마음 한구석 무너지게 하는 산벚꽃 지는 그날까지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꾸 먼 산을 바라볼 것이다.

빠알간 앵두 익으면 빈손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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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이른 봄, 꽃을 보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으로 치자면 바람꽃이 선두에 선다. 아직은 냉기가 흐르는 숲의 계곡을 기꺼이 엎드리게 하는 꽃이다.

화려한 변산바람꽃을 선두로 성질급하게 빨리 지고마는 너도바람꽃, 작지만 단아한 만주바람꽃 그리고 이 꿩의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단 친구들이다.

햇볕에 민감한 꿩의바람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제법 큰 꽃받침잎을 활짝 펼치고 숲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바람꽃들과는 다른 순수한 멋이 있다.

올 봄 몇번의 만남을 했으면서도 제대로 핀 모습을 보기 어렵게 하더니 벗들과 함께 나선 길에서야 반갑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그것으로 되었다.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이 숨어 있는 꿩의바람꽃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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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나의 봄노래 중 하나다. 소리내지는 않지만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것이 4월이면 어김없이 진달래 피는 그것과도 같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 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ᆢ

다시, 어김없이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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傷春 상춘
茶?飮罷睡初醒 다구음파수초성
隔屋聞吹紫玉笙 격옥문취자옥생
燕子不來鶯又去 연자불래앵우거
滿庭紅雨落無聲 만정홍우락무성

봄에 상심하다
차를 마시지만 술은 깨지 않고
아득히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 구슬프다
제비는 오지 않았는데 꾀꼬리 떠나가고
뜰에 가득 핀 꽃은 소리없이 지는구나

*신종호(申從濩, 1456~1497) 자는 차소(次韶), 호는 삼괴당(三魁堂)으로 대사헌, 이조참판, 경기도관찰사 등을 역임했다.

3월 마지막 날, 이제 봄도 한 고비를 넘는다. 봄 한대목을 잃어버린듯 상실감으로 보내고 나니 만화방창 시절로 건너뛰었나 보다. 지는 꽃 보다 피어날 꽃에 주목하면 누릴 봄날은 여전하기에 산빛이 변해가는 때를 기다린다. 강둑에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곧 사내 가슴 울렁이게 할 산벚꽃이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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