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 피었으니
터전을 옮기면서부터 나무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어 눈과 입을 비롯하여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그 중 당연히 앵두나무도 있었다. 몇해 잘 살아 몸집도 불리더니 어느날 가지들이 썩어 나자빠지고 겨우 새가지 하나가 나와 꽃까지 피웠다. 지난해 새 앵두나무 묘목을 구해와 그 옆에 심었다. 탈 없이 잘 자라 무수한 꽃을 피웠다.
이제 시절은 봄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내게 앵두꽃은 이른 봄꽃 맞으러 다니며 분주했던 마음에 점하나 찍고 봄의 한 고개를 넘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엔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엔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
https://youtu.be/Plr-mDKscys
*이제부터 시시때때로 내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온 산천 붉은 진달래와 늘 마음 한구석 무너지게 하는 산벚꽃 지는 그날까지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꾸 먼 산을 바라볼 것이다.
빠알간 앵두 익으면 빈손으로 오시라.
